기초질환을 살리자(7) - 홍보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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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질환을 살리자(7) - 홍보부문
  • 승인 2004.03.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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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 홍보가 한의학 위상 높인다
보편적 이론으로 신뢰감 형성해야
연구성과 미흡도 홍보이 걸림돌

“환자들이 찾아와 자신이 어떤 체질에 속하는지, 또 피해야 할 음식을 알려달라고 주문해댈 걸 생각하니 편치만은 안네요.”

KBS2 TV에서 방영중인 ‘태양인 이제마’를 두고, 개원을 준비중인 한의사 이 모씨(39)가 하는 걱정이다.

몇년 전 전국을 휩쓸었던 드라마 ‘허준’의 홍역을 치른 경험이 남아있는 터라, 그 걱정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공중파의 위력으로 한의학의 이미지가 격상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당장 로컬에서는 드라마를 보고 찾아온 환자들을 상대로 할 표준화된 치료지침이 없어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한의학이 치료의학으로써 기초질환자를 흡수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홍보하고, 그 반대급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진료분야 앞세운 개원의 강세

한의학을 홍보하는 주체는 크게 각 병원 및 개원의와 한의계의 공적 입장을 대변하는 협회 등으로 나눠진다.

TV, 일간지, 통신 등의 대중매체를 통해 일반인에 공격적으로 홍보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주체는 병원 및 개원의 쪽이다. 그 중에서도 일부 한의사를 중심으로 한 스타군단이 대중에게 한의학의 얼굴로 비춰지고 있는 양상이다.

개원의를 중심으로 홍보활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요인은 갈수록 격렬해지는 의료시장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경영기법을 도입하는 데 있다. 그래야만 인지도가 오르고 환자도 몰려온다는 이유에서다.

홍보 활동의 일환으로, 개원을 하는 한방의료기관에서는 전단지 배포, 지하철 역내 광고판 설치, 홈페이지 제작, 지역내 신문광고가 기본 옵션에 해당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러한 홍보 활동을 구사하는 한방의료기관들은 특정한 진료분야를 중심으로 홍보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의사들이 특정 인기요법과 학회에 몰리고 있는 구조적인 현실과 맞물려 있기도 하다.

한방의료기관 전문 컨설팅사의 한 임원은 “한의원 및 병원 홍보에 있어서 비만·성·아토피 등 특정분야를 표방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요건”이라면서 “로컬에서 기초질환 및 한방의 전반적 신뢰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홍보활동은 전무하다”고 말했다.

로컬에서의 홍보는 대상 의료기관을 알리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한가지 이미지를 중점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따라서 딱히 내세울 것이 없는 한의원이라 할지라도 적절한 분야를 설정해 기술적으로 홍보한다는 설명이다.

‘치료의학’홍보는 한의협의 몫

전문 진료분야를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는 개별적 홍보활동에 대해, 긍정적인 효과도 상당부분 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한방치료 영역을 개척한 공로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한의학 전반에 관한 이미지 향상효과는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계의 공증도 없이, 얼굴 띄우기 및 상업주의에 편승한 무분별한 광고전략이 빚어내는 부정적인 측면 또한 심각한 문제다.

인기 TV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는 한의사·연일 신문 및 잡지를 도배하는 전면광고 등 자주 도마에 오르는 문제가 가까운 예다.

부분적으로 로컬에서 행해지고 있는 홍보의 성격과 한계를 감안해서라도, 치료의학의로서의 한의학을 홍보하는 데는 한의협·한방병원협회 등 대표단체의 역할이 크다.

다시 말해, 기초질환에 경쟁력을 갖춘 한의학을 대중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홍보를 추진하고, 로컬의 활동을 조절하는 것은 한의협의 몫이라는 것이다.

기술상의 한계·폐쇄성 극복해야

금년에 출범한 대한한의사협회 신임집행부는 홍보부분에 언론과 섭외, 두 이사를 선임하고 체계적인 홍보시스템 구축을 천명하고 나섰다.

한의협내 최초로 홍보이사를 둔 93년부터 홍보가 체계적으로 돌아가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대목일 수 있다.

한의협에서 전담해야 할 홍보의 영역은 대중적으로 소화하기 쉽게 자료를 생성하거나 또는 언론의 입맛에 맞는 화제성 기사를 발굴해 제공하는 동시에 정기적인 여론조사를 통해 한의학에 대한 인지도나 일반인의 관심사항을 파악해 홍보의 방향을 설정하는 일일 것이다. 이와함께 언론이나 소비자단체 등 감시집단과의 유대관계 정립도 필요한 일의 하나일 수 있다.

노상룡 한의협 홍보이사는 “새롭고 독특한 소재보다는 보편적인 한의학 이론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궁극적으로 어떤 한방의료기관에서든지 일정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신뢰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한의학계의 대표기관으로서 잘못된 정보를 감시·시정하고, 엄선된 필자를 언론에 제공하는 창구의 역할 및 홍보교육 등도 중앙기관이 맡아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노 홍보이사는 “현재 한의계에 공용될 수 있는 홍보자료의 데이터베이스화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그 대처방안으로 필진을 광범위하게 확보하기 위해 공개모집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본적인 홍보활동에 충실하지 못하는 이러한 문제의 근저에는 연구활동의 미비로 인한 학술자료의 빈곤, 한의학의 언어로 한방치료기술을 설명하기 어려운 한계성, 치료기술의 공개를 꺼리는 폐쇄성, 홍보기술의 부족 등 한의계가 안고 있는 문제의 단면들이 깔려 있다.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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