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고정훈·성은미 부부의 濠洲일기(5) - 침에 대한 인식
상태바
한의사 고정훈·성은미 부부의 濠洲일기(5) - 침에 대한 인식
  • 승인 2004.03.16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침은 더이상 ‘동양에서 온 마술’이 아니다”

근골격계 통증치료에 시장성 발휘
침은 화이트칼러들이 주로 이용해

신비의 대상, 천만의 말씀

지난호에 언급했듯이 우리가 진출을 탐낼만한 선진국들의 시장은 이미 제도적으로 거의 갖추어져 있다고 보면 된다. 미국·유럽·호주·뉴질랜드·캐나다 등은 전부 침술사, 한약사 제도가 내츄럴 메디슨의 범주 안에 제도적으로 있다.

가끔 이곳 사람들이 내 직업을 물을 때가 있다. 나는 아큐펑쳐리스트라고 답한다(OMD 라고도 답하지 않는다. 그래봐야 말만 길어지고 귀찮기 때문이다). 그러면 많은 사람이 상당한 호기심과 함께 좋은 직업이라는 칭찬(?)을 덧붙인다.

노골적으로 “호주에서 살면서 사업하면 잘 된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면 나는 “그럴려고 영주권 준비 중이고 영어도 더 키워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답을 하곤 한다(하도 많이 답해서 이건 영어로 아주 잘 대답할 수 있다). 그러면서 나는 꼭 물어 보곤한다. “너 침 맞아 봤니?” 하고…

의외로 제법 되는 사람들이 맞아 봤다고 답을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침을 맞을 일이 있으면 맞아야 한다는 식으로 반응하곤 한다. 그들은 침에 대해 무지하게 신비해하지도 않고 무지하게 무서워 하지도 않는다.

침은 더 이상 동양에서 온 마술이 아니다. 침의 신비와 공포에 대해 그들을 설득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주 솔직히 말하면 ‘여기 침 줘요?’ 하는 한국 할머니들 상대하는 것 보다 특별히 어렵지도 않을 것 같다. 일상에서 상존하는 물리치료원이나 마사지 클리닉처럼 이들은 침술을 자연스레 인지하고 있다. ‘서양사람들은 침에 대해 신기하게 생각할 것’이란 생각은 우물안 개구리들의 생각일 뿐이다.

하지만 이들의 인식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아마 세계시장에서의 인식이 비슷할텐데, 우리처럼 침통 하나 들고 협심증·당뇨·고혈압·디스크·척추강직증 나아가 정신분열증·암·에이즈 등 온갖 질병에 도전하려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내과적인 인식은 거의 없는 듯 하고 침은 대체적으로 근골격계의 통증부분에서 시장성을 발휘하고 있다.

침구시장의 인종차별(?)

재미있기도 하고 처량하기도 한 이야기를 하나 해 보자. 이곳에서 침 시술의 수가는 백인들이 하면 훨씬 비싸고 동양인이 하면 훨씬 가격이 싸다! 이 기이한 현상은 오로지 중국인들에게서 기인됐다. 구체적으로 조사는 안했지만 미국·유럽·캐나다·뉴질랜드 다 비슷한 실정이라고 자신한다.

일단 세계 어디나 있는 차이나타운과 그 많은 화교들 사이에는 반드시 중의가 존재해 왔다. 차이나타운을 낀 어두침침한 한약방이 바로 그것이다. 세계 어딜 가든 있는 게 바로 이 차이나타운의 한약방이다.

그리고 이들의 수가는 세계 공통으로 무지무지하게 싸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명함은 전부다 중의사들이고 전부다 임상경력 몇 십년에 교수 출신 내지는 진료부장 출신 명패는 다들 가지고 있다.

중의사들의 싸구려 진료

이에 반해 이곳의 백인 침술사들은 훨씬 비싼 수가를 받는다. 침 하나 찌르는데 얼마씩의 수가를 받고 장침으로 깊이 찌르면 거기에 대한 수가를 더 받고 우리가 의료보험 세세히 나눠서 각종 기술료 청구하듯이 별별 요금들을 알뜰히 다 받는다.

이 경우 당연히 침술은 비싼 시술행위가 돼서 블루칼라 보다는 화이트칼라들이 이용하는 크리닉이 된다. 이상하게 어딜 가나 블루칼라들에게 침술에 대한 오해나 공포가 훨씬 심하다고 살면서 피부로 느꼈다(우리와 정반대이다).

그리고 침술은 보험도 된다. 미국·캐나다 보험 되는 줄은 진작에 알았고 유럽도 많은 나라가 보험이 된다고 들었고 이곳 호주도 되고 뉴질랜드는 내가 잘 모르겠다. 아마 거의 된다고 보면 문제없을 것 같다. 이상의 나라들에서 침 하나 찌르는데 평균 10불정도 하는 것 같다. 5방 찌르면 50불에다가 거기에 장침이 끼면 70불, 보사 수기 하면 10프로 할증… 뭐 이런 식으로 계산이 나간다. 침술은 대부분 보험이 다 커버를 해 준다(물론 이 경우 사보험이다). <계속>

● 필자 약력 ●
◇고정훈 : 대전대 한의대(87학번), 한의학 석사. 세명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강사 역임. 강원도 원주에서 개원(93~01).
◇성은미 : 대전대 한의대(88학번). 한의학 박사. 대전대 한의대 경혈학 교실 강사 역임. 강원도 원주에서 개원(94~01). 지난해 6월 일가족 호주로 이주.호주 브리즈번 인근에서 개원 준비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