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고정훈·성은미 부부의 濠洲일기(6·끝) - 시장성과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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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고정훈·성은미 부부의 濠洲일기(6·끝) - 시장성과 비전
  • 승인 2004.03.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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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 한의대·병원 운영 바람직
교민들, 정식 한국인 한의사 원해

못믿을 ‘중의사’

지금의 시장성은 무척 긍정적이다.
반갑게 들릴 이 소리는 좀 이상한 이유에서 기인한다. 부끄럽지만 국제 시장에 한국의 한의사가 거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호주에는 한국말을 하는 전문직 기술이민을 한 한국 한의사는 없다. (면허번호 1,000~ 2,000번대의 초기 이민 선생님들이 한두분 계시는 정도이다. 즉 전문직 기술이민 카테고리의 이민자는 없다.)
우리가 호주에서 개업을 하면 교민들이 다 보는 한국말 벼룩시장에 이렇게 광고를 하면 될 것이다. “대한민국 한의대 졸업. 한국 한의사 면허 소유. 대한민국 한의학 석·박사. 30대 젊은 인력들이 막 이민을 와서 개업하다.”

이곳 의료기관 광고는 자신의 면허와 그에 따른 학위 및 경력, 전문과목 등을 꼭 해야 상식이다. 그걸 안하고 어떻게 환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공정한 경쟁을 하겠는가? 결국 이런 식으로 광고를 내면 아마 웬만큼은 되리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만 와도 말이다.

물론 이곳의 한국 사람들도 많은 경우에 중의학이 한의학보다 우수하다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재미있는 게, 문제는 교민들이 중의사고 중국인이고 다 믿을 수가 없다는 데 있다.

이유는 나와 살아 보면 안다. 미국이고 캐나다고 유럽이고 호주고 다 마찬가지이다. 세계 각지에 엄청나게 많은 중국인들이 돈에 대해 얼마만큼 지독스러운지 말이다. 이를 피부로 경험해 학습한 우리 교민들은 중의가 좋다는 막연한 사대주의에 빠져 있으면서도 속을게 두려워 중의원에 잘 갈 수가 없다.(참 한국인 정서에 맞는 한국인다운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그 뿐 아니라 중의원들은 여러 가지가 교민 정서에 안 맞는다. 하다못해 지저분한 침대보부터 그렇다. 우리 교민 입맛에 맞는 세련된 중의원은 없다는 게 현지에서의 결론이다.

그렇다고 서양인 침술사에게 간다? 일단 영어가 안돼서 못 갈 것이고 서양보다 동양이 낫다는 걸 잘들 아는데 훨씬 비싼 돈주고 거길 왜 가겠나.

그럼 어디로 가야하나? 그러니 문제다. 한의원에 가고 싶은데 갈 데가 없는 게 이곳의 문제다. “그러니 한의원 열면 웬만큼 되지 않겠는가”라는 결론이 나온다.

환상의 조합

사업에 밝은 한국 분들이 결국 값싼 중의들을 고용해서 조선족 통역을 두고 카운터에 앉아서 한의원을 운영하는데 그 경우는 참 잘된다고 들었다.

환상의 조합 아닌가? 한국인 사장(중국인에 비해 그나마 믿을만한 우리 동포)에 중국인 의사(임상 경력 25년에 북경대 외래교수 역임… 뭐 이런 식이다. 이곳의 모든 중의사는 이 정도 경력들은 다 있다. 사실여부에 솔직히 의문이 가지만) 그리고 연변족 통역… 이 웃지 못할 형식이 현재 이 동네에서 잘 나가는 한의원의 형태이다.

클리닉 소유주가 의사가 아니라고 누가 뭐랄 것도 없다. 세금 잘 내고 노동법 잘 지키고 병원에서 의료법 잘 지키면 그만이다. 우리는 의사도 아닌 것이 의원을 차리면 국민 건강상 절대 안 된다는데 글쎄… 이곳의 마인드와는 많이 다른 게 현실이다.

호주에 한국 교민의 수가 유학생 포함 5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뉴질랜드에도 한국 교민 수가 유학생 포함해 거의 5만명을 본다. 캐나다는 훨씬 더 많다. 일년에 캐나다로 이민 가는 사람만 6천명 이상이라고 하지 않는가. 유학을 제외한 이민만 말이다.

그런데 이들 나라에 한국의 한의사들이 몇 명이나 있는가? 교민들이 하는 소리는 간단하다. 한국말 통하는 한의원에 정식(?) 한국 한의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사연인 즉 옆 동네 아무개 아버지가 분명히 가이드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한의원을 오픈 하더라는 것이다. 가이드 하며 틈틈이 침구사 공부를 하셨다는 건데… 물론 합법적이고 열심히 하셨겠지만… 그 이후는 말 안 해도 상상들이 가시리라. 그러니 당분간 먼저 오는 사람은 제법 사업성이 있을 것이다.

호주·뉴질랜드·캐나다 3국의 영주권을 다 신청해 둔 나는 요즘 이런 간단한 근거로 뜬구름 잡듯이 막연히 즐거워하는 중이다. 상상하는데 돈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망할 때 망하더라도 즐거울 수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우리가 느끼는 이곳의 현실은 이 정도다.

한인상대 틈새시장

결국 한인 상대의 틈새시장이 내가 외국에서 발견한 시장인 셈이다. 그리고 이 시장은 주류의학과 당당히 겨루는 한국의 한의학은 분명히 아니다. 엄청난 시장규모의 내츄럴메디슨 시장을 장악하려는 한국의 한의학도 분명 아니다.

우리도 진심으로 바라 마지 않는 이 경우는 결국 현지 교육기관을 장악해야 하고, 규모가 되는 병원들이 성공적으로 운영돼야 하며, 제도적인 인력 송출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져야 된다고 느낀다.

이런 것들은 개인이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중의학을 세계에 수출하고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어떤 일들을 지난 40년간 했는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의학은 현지 내츄럴 메디슨의 주류를 차지하지 못하고 백인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도 아울러 생각해 봐야 한다.

한국의 한의학 위상 고양이 개인적으로 영어만 되면(영어가 안돼서 그런데 이것만 되면!) 전 세계 시장을 훨훨 날아다니며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시각을 냉정히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런 환상을 제공한 지금까지의 주 원인 - 무슨 무슨 세미나 혹은 의료기관에 갔더니 벽안의 외국인들이 엄청난 열기로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더라 하는 식의 무책임한 글들은 이제 제발 그만 했으면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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