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삼성전자 입사한 한의사 김기왕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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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삼성전자 입사한 한의사 김기왕 씨
  • 승인 2004.03.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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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개발 특명받다”

지난 2월 삼성종합기술원 디지털바이오랩 소속 전문연구원으로 입사한 김기왕 씨(36·한의사)는 최근 변증을 토대로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가정용 의료기기 기획안을 구상하느라 퇴근시간을 넘기기 일쑤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삼성그룹 내 중장기 기술전략을 제시하는 중앙연구소로, 이번 과제는 그에게 떨어진 첫 번째 임무인 셈.

김기왕 씨는 “기획안의 상품가치가 연간 예상매출액 1천억원이 넘어야 채택된다”면서 “수익과 직결되는 연구성과를 내야하는 부담감이 있지만 연구에 몰두할 수 있고, 또 과학기술의 꿈에 도전하고자 함께 매진하는 주위 분위기가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대학원시절과 현재의 연구환경을 비교해 보면 확연히 다르다.
“대학 연구는 기초학문분야이므로 성과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었지만 연구활동을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미약했다”면서 “여기는 연구자에 대한 배려 및 연구시설과 환경이 좋다. 대기업이 갖는 자금력에서 기인하는 것이겠지만 대학측에서도 배워야 할 점이다”고 지적했다.

대학원시절 연구생활 중에는 정체성에 대한 문제가 떠나지 않았다. 그를 포함한 대부분의 연구자가 ‘내가 하고 있는 것이 한의학인가, 서양과학의 일부인가’라는 고민을 안고 있는 것이다. 그는 “학문의 정체성을 방법론에서 찾을 것인지 아니면 학문의 대상에서 찾을 것인지 구분지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방법론이란 시대흐름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며, 결국 학문의 정체성은 그 대상에서 찾아야 한다. 한의학의 연구방법으로 시대에 맞는 새로운 도구들을 수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경희대 한의대 입학 후 동교 대학원에서 의사학전공 박사과정을 밟던 중, 1학기를 마치고 당시 신설된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의료공학과로 옮겨 포스트닥터과정까지 밟았다. 동서의학대학원 연구시절 삼성종합기술원과 공동으로 경락진단기술개발 과제를 진행했는데, 이 때 인연으로 삼성종합기술원 입사제의를 받게됐다.

그는 “환자진료에는 두려움이 앞섰다. 오히려 공학연구분야가 적성에 맞아 자연스럽게 이곳에 입사하게 됐다”고.

수익에서 볼 때는 같은 연배 한의사보다 적을텐데 후회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학 조교시절 60만원 받던 월급에 비교하면 지금은 ‘엄청난’ 수준이며, 더 이상은 바라지 않는다. 아내도 좋아하더라”면서 “한의사로서 진료실이 유일한 진로는 아니다. 다양하게 사고할 필요가 있다”는 말에 포장은 없었다.

하지만 “동료 연구원들이 진료하고 침 놔달라고 부탁하는 통에 임상내용을 잊어버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웃는다. 이번에 동신대 부속 광주한방병원 수련의를 마친 아내 신미숙(29) 씨와의 사이에 첫 돌을 앞둔 아들이 있다.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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