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이민생활과 의료현실(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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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이민생활과 의료현실(下)
  • 승인 2004.04.1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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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끼리 어울려 살 수 밖에 없는 닫힌 환경

염 진 일(캐나다 토론토 경희한의원)

캐나다의 한의학은 한국의 6,70년대 수준이다. 한국에서도 한의사제도가 확립되고 속칭 돌팔이들이 축출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이 들었었던가. 이곳 역시 마찬가지다.

캐나다의 서부 즉 벤쿠버가 속한 브리티시콜럼비아주는 2년 전에 한의사제도가 생겼다. 국가고시도 보고 한의대도 있다. 침에 대한 의료보험이 적용되어 환자들은 무료로 침을 맞을 수 있다. 그 돈은 국가에서 전액 지불한다. 총 액수는 물론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며 무한대로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 캐나다 한의학 걸음마단계

이 지역에서는 한국인만이 아닌 전 캐나다 국민을 상대로 할 수 있기에 그나마 다행스럽다. 하지만 언어장벽과 침에 대한 거부감으로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시간이 점차 흐르고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한다면 좋아질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토론토가 속해 있는 온타리오주는 아직도 제도화가 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3~4년 안에 시행한다는 소리는 있지만 의료재정과 인식의 차이로 아직은 요원하다. 양방은 무료지만 한방은 유료이기에 사람들이 선뜻 한방을 택하기 쉽지 않다. 그것도 결국 한국 사람만을 상대로 해야 하는 인종적 그리고 치료비에 대한 압박감으로 한의사하기란 쉽지 않다.

한의사 제도가 없는 관계로 아무나 한의원을 개업할 수는 있다. 최근에는 60여 군데나 생겼다. 하지만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갓 이민 온 사람들이 한방 이용을 겁내는 이유가 있다. 거의 대다수가 한국으로 말하면 속칭 돌팔이들이다. 한의대를 졸업한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다. 대개들 한국에서 한의원을 개업하다 왔다느니 중국에서 중의대를 졸업했느니 하지만 거의가 거짓이고, 증명되지 않는 사람들이 버젓이 한의원 간판을 내걸고 영업 아닌 영업을 하고 있다. 환자들로서는 생명과 건강을 맡기기가 아주 겁이 날 정도다.

경력과 학력은 고사하고 무차별적인 허위광고로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심지어 한국방송에 버젓이 한의사인 양 광고까지 한다. 한마디로 한방에 있어서 만큼은 엉망이다. 제도화가 되지 않은 까닭에 문제가 되면 법적인 처리를 하겠지만 이 역시 쉽지만은 않다. 변호사의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사람들이 많지 않을 뿐더러 광활한 지역에 산재되어 살아가는 관계로 시간적인 여건상 한방을 이용하기도 결코 만만치 않다.

단지 희망을 건다면 의료제도가 확립되어 무자격자나 돌팔이들을 축출해 내고 검증 받은 한의사들에게 안심하고 가족의 건강과 생명을 맡길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국사람만이 아닌 전 캐나다인을 대상으로 시행해 나갈 수 있는 때가 된다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이곳에는 중국인들이 상당히 많다. 같은 동양권이지만 역시 언어장벽과 같은 민족을 찾는 관계로 한국의 한의사를 찾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대개가 같은 민족의 사람들을 이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직업적으로도 민족끼리 분화되어 그 민족을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인은 수퍼, 세탁소, 한국음식점 등 직업적 분야가 아주 협소하다. 그나마 한국사람끼리만 통하는 그런 직종에 종사하는 관계로 앞으로의 후세들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설사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되어도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올라가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다. 결국 한국인끼리 어울려 사는 소수 민족사회밖에 이룰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고 발전의 가능성마저 닫혀 버린 듯한 인상이다. 한의학도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

◇ 소수민족의 한계 절감

극히 소수의 경우에만 해당되겠지만 영어에 장벽이 없다면 개인적으로 의과대학에서 한의학을 가르칠 수 있도록 길을 뚫을 수도 있다. 물론 상당히 어렵겠지만. 의사들과 질환에 대해서 폭 넓고 깊이있게 상호 이해할 수 있는 의학적인 지식과 경험이 요구된다. 음양오행설 등 한의학만의 내용을 의사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또 이해하려 들지도 않는다.

경희의료원처럼 양?한방을 함께 접해 본 한방전문의들에게는 소수이기는 하나 그런 길도 있을 수 있다. 잘 풀리면 큰 종합병원에서 근무할 수도 있겠지만 의사들이 한방의 치료 체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만약 잘못되었을 때 법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임상적 학문적 뒷받침이 반드시 요구되기에 만약을 대비할 준비도 해야 한다. 한국과 이곳은 사정이 많이 다르다.

그 정도로 좋은 조건을 갖춘 한의사라면 굳이 현실적으로 한국을 떠나려 하지 않겠지만 이곳 한의학의 실태가 아직은 여의치 않다는 점을 먼저 인식하고 캐나다로의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 한번쯤은 미리 방문하여 실상을 파악하고 난 연후에 선택해도 늦지 않으며 시간적 경제적 손실을 미리 막을 수 있다. 물론 잠깐 거쳐가는 것만으로는 결코 파악할 수 없다. 남에게서 들은 것만으로 판단해서도 안 된다. 최소한 3~6개월은 체류해봐야 조금 알게 될 것이다.

이곳 캐나다에 비해 미국은 벌써 제도화가 되어 있다. 개인적인 보험료에 따라 의료혜택이 차등화 되고 보험료도 비싸며, 교민들의 생활 역시 이 곳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고 안정적이므로 굳이 선택한다면 미국이 훨씬 좋다. 단지 이민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최근 이곳 토론토에서 큰 문제가 발생되었다. 일회용 침을 사용하지 않은 침술사가 환자에게 피부질환을 전염시켰다고 난리다. 이 사건을 계기 보건국에서는 침술행위를 법적으로 못하게 막을 법령을 준비하고 있단다. 한의사제도가 생기기를 바라는 나로서는 암담하다.

추이를 지켜보지만 나로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한국으로의 귀국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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