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통신(1) - 채한(美 하바드大 의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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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통신(1) - 채한(美 하바드大 의대 연구원)
  • 승인 2004.04.1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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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가운데 달이 없다(泉中不在月)

한의학을 객관화하려는 노력이 도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분야 연구에 뛰어드는 한의사들이 늘고 있다. 채한(33) 선생도 그런 한의사 중의 한 사람이다.
하바드 의대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선생은 미국에서 본 한국한의학의 모습과 한국한의학이 지향해야 할 과제를 7회에 걸쳐 생생하게 전달해 줄 것이다. (편집자 주)

『한산시(寒山時)』의 ‘우물 가운데 달이 없다(泉中不在月)’는, 우물 속에 비추어진 영상을 진짜로 착각하여 그림자인 영상에 집착하지 말고, 하늘에 떠 있는 달, 진리를 바로 보라는 선불교의 가르침입니다.

이는 쉽게 문자나 형식에 얽매여 진짜 중요한 진리를 놓치게 되는 인간의 한계를 깨우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지구로부터 35만㎞ 떨어진 휘영청 달은 강물, 호수 위에도, 술잔 위에도 떠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내경(黃帝 內經)속에 있는 한의학적 가르침도 생명에 대한 보편진리를 말하고 있는 이상, 분자생물학(Molecular biology)이나 물리학, 심리학, 해부학이나 신경과학(Neuroscience)속에도 있을 것이고, 사람의 몸에도 원숭이나 쥐에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제가 한국에서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연구원이라는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지구 반대편까지 오게 된 것은 소천 김완희 선생님의 가르침 속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실험과 기초의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한 뒤에, 한의학을 올바르게 연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공안을 들고 여러번 찾아 뵈면서, ‘내경’만을 열심히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Molecular biology나 animal study와 같은 실험방법 자체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죠.

미국행을 결심한 무렵은, 5、-RACE 라는 생전 처음 보는 실험방법 - 지금으로 보면 별로 신기한 것도 아닌 - 이 무엇인가 찾아보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아! 분자생물학은 이제 무슨 특별한 별나라의 학문도 아니고 특별한 사람만이 연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구나. 단순한 실험 기법의 하나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구나.

그렇다면, 이건 알아야 하는 것이고, 모르면 ‘실험도 모르는 한의사’라는 취급을 받겠구나. 연구를 평생의 업으로 하려고 했으니, 이건 짚고 넘어가야겠다.

한의학이 인간과 생명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인 이상, 세계 기준에 맞는 의학 연구자로서 필수적인 투자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삼년 전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 있는 곳은 하버드 의대 (Harvard Medical School)의 McLean Hospital로, 1811년 설립된 세계 3대 정신과 전문 병원의 하나입니다.

200년의 역사 동안 심리학과 정신과에 있어서 중요한 연구가 발표되었고, 많은 유명인들이 치료를 받았던 유서 깊은 병원입니다.

제가 지금 연구하고 있는 주제는 Catecholaminergic neuron specific gene regulation으로, 주로 Dopamine 대사와 관련된 transcription factor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감정과 질병, 신체 조성(造成)은 많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에 한의학 이론과 치료법들이 강점을 보이는 것이 이곳을 선택하게 된 주된 이유였습니다.

유학을 고려하는 한의학 전공자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만, 한국과는 너무도 많이 다른 현실이 외국행을 결심하는 어려움보다 더 많은 갈등과 고민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목표를 확실하게 정하실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의 한의학이, 한국 땅을 벗어나면 한없이 조그맣게 느껴지고,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가 반문하게 되더군요.

앞으로 낮선 외국에서 나만의 한 분야를 만들고 있는 한국 한의학 연구자로서 지금까지의 미국 생활에서 느낀 것들을 몇 차례에 걸쳐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부족하나마, 몸으로 부딪히는 과정에서 얻은 작은 현장 경험들이 민족의학신문 독자 여러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계속>

□ 필자약력 □
▲ 경희대 한의대 졸(1995), 한의학 박사
▲ 특수전 사령부 한방과장 (1995~1998)
▲ 대한한의사협회 의무위원 (1997-2000)
▲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원 (2000~2003)
▲ Harvard Medical School, Research Fellow (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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