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통신(4) - 채한(美 하바드大 의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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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통신(4) - 채한(美 하바드大 의대 연구원)
  • 승인 2004.04.1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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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추나는 완전 진입, 한약은 시작 단계
한의학에 대한 미국인들의 시각

2002년 봄, 보스턴(Boston)에서 NIH(National Institute of Health)의 지원과 하버드 대학(Harvard Medical School)의 주최로 열린 ‘International Scientific Conference on Complementary, Alternative and Integrative Medical Research’에 사상의학을 주제로 한 포스터를 들고 참가하였습니다. 한국 한의학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을 직접 겪어볼 수 있는 많지 않은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됩니다.

사상의학이 지닌 너무도 생소한 개념과 유형 분류 체계를 보고 많은 연구자들이 ‘신기하다(Interesting)’는 반응을 보였고, 그 와중에는 한국 한의학이 일본이나 중국의 한의학과 다른 점을 묻기도 하였으며,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에 밝혀 놓은 체질에 따른 약물 반응의 개인차에 많은 관심을 표하였습니다.

이야기를 나누어본 연구자들은 한국의 한의학과 사상의학에 대하여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포스터를 붙여 놓은 이틀 동안 한국 한의학과 사상의학의 국제적 위상이 얼마나 낮은지, 지금까지 한국 한의학, 사상의학에 대한 연구가 세계 수준에 못 미치는 ‘동네잔치’에 불과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학회에서 발표되는 내용은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의 연구 경향과 앞으로의 전망을 한눈에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침은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침에 대한 연구는 작용 기전과 임상적 활용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었습니다.
또한 한약재(생약)에 있어서는 단미(單味)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고 있었으나, 아직 복합제제 연구까지의 길은 요원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한가지 특이할 사항은 이중맹검(二重盲檢 ; Double blind test)에 대한 최신 연구동향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어떤 치료법의 효능 여부를 밝히기 위해서 Double blind test를 사용했습니다만 위약군(僞藥群, Placebo) 자체가 지닌 ‘일정 정도의 치료 효과’를 알게 된 후, 침 연구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미국인들의 상보대안의학(CAM)의 이용 실태와 학문적 접근 방식은 한국에서 생각하고 있던 것과는 매우 다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미국 정부가 국립 상보대안의학 센터(NCCAM)를 만들고 2003년 현재 1억불에 가까운 연구비를 지원하는 가장 큰 원인은 한국에서 이야기되는 것과 같이 ‘써보니 효과가 있더라’가 아니라, ‘미국의 의료보험이 너무 비싸다’는 것에서 기인합니다. 참고로 저는 보통 연구자들이 이용하는 수준의 의료보험(Health Insurance)에 가입하여 월 500불의 보험료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 기준으로 본다고 하면, 1년에 780만원을 의료보험에 지불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미국의 저소득층은 비싼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비용이 저렴한 대안을 모색하였고, 시험적으로 사용되던 다양한 의학체계들이 제도권으로 들어 온 것은 ‘의료 개혁’의 일환이었습니다.

미국 정부는 1991년 NIH 내에 Office for Alternative Medicine (OAM)을 만들고 2백만불의 연구비를 투입하여 ‘promising uncon ventional medical practice’를 평가하기 시작한 뒤, 1999년 NCCAM이라는 독립 기구로 확대개편 하였습니다.

2002년 ‘The Scientist’ 특집호에 의하면 NCCAM이 지원하는 대부분의 연구는 임상연구에 치중되어 있으며, 기초연구는 이제 시작되는 단계라고 합니다. 또한, 의료제도 혹은 의료 보험에 있어서 침(acupuncture)이나 추나(Chuna, Chiropractise)는 완전히 진입된 상태이나, 한약(medical herb)은 아직 요원한 듯 합니다.

미국 내 상보대안의학의 교육에 대해서는 Harvard 대학의 David M. Eisenberg의 논문을 참조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Eisenberg는 중국에서 동양의학을 배운 중국통(中國通)으로, 한국 한의학은 독자적인 학문체계나 임상 경험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만, 미국에서는 상보대안의학(CAM)의 대표적인 Icon입니다. 아울러, 미국내 최신 연구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NCCAM의 연구 관련 홈페이지(http://nccam.nih.gov/research/)를 찬찬히 살펴보심이 좋을 듯 합니다.

최근 3년간 NCCAM에서 연구비를 지원 받은 연구자들의 목록을 살펴보시면 어떠한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실 수 있으시리라 생각됩니다. <계속>

필자 e-mail : han@chaelab.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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