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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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 승인 2004.04.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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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 속에서 인생을 성찰한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연못 한 가운데 떠 있는 조그마한 사찰. 이 사찰은 계절에 따라 화려한 꽃망울, 짙은 녹음, 메마른 낙엽, 온갖 미물을 조용히 덮어버리는 백색의 눈까지 4계절의 자연경관을 병풍처럼 두르고 조용히 떠있다.

김기덕 감독의 9번째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이 사찰에서 인생을 성찰해가는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다.
불교색이 짙은 이 영화는 김기덕 감독이 기존에 보여줬던 가학적이고 과잉된 이미지에서 한걸음 물러나 수려한 자연을 배경으로 인간이라는 존재를 관조하듯 바라본다.

특히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사찰과 둘러선 산의 변화하는 풍경은 가히 압도적이다. 이 풍경의 힘은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 그래서 사찰 속 인간의 성장, 번민, 욕망이 풍경 속에 묻혀 사계가 순환하듯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읽혀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봄은 소년, 여름 청년, 가을 성인, 겨울 고행을 하는 기간 등 일생을 계절과 연관시켜 은유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영화초반 봄에 해당하는 에피소드는 어린아이가 재미삼아 물고기, 뱀, 개구리를 돌에 묶어 놓자 노승은 그들의 죽음은 너의 업으로 남을 것이라고 훈계한다. 그리고 사찰을 떠나 속세를 거치고 성인이 되어 돌아온 아이는 절의 승이 되어 부모없는 아이를 맡아기르게 된다. 그 아이는 다시 노승이 된 어린아이처럼 미물을 해치는 행위를 반복한다. 이 지점이 사계를 끝나고 다시 봄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다. 이런 수순으로 김 감독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는 정확히 맞추어 진 듯 진행된다.

저예산 영화로 국제영화제 진출성적을 올리고 있는 김감독의 영화 중에서 이 작품 역시 순제작비가 10억원으로 라스팔마스 영화제 대상을 차지한 바 있다.
사계절을 담아야 하는 작품이기에 당시 ‘해안선’을 찍으면서 촬영을 병행했다.

노승과 동자승 단 둘이 지내는 암자 주위에는 봄의 기운이 만발하다. 동자승이 미물을 가지고 놀자 노승은 훈계를 한다. 여름, 청년이 된 동자승은 암자에 찾아온 여고생과 사랑에 빠진 후 절을 떠난다. 가을, 살인범으로 쫓기듯 절로 찾아든 남자는 사찰 앞 뜰에 반야심경을 새기며 번뇌를 씻는다. 겨울, 다시 찾아온 사내는 고행에 전념하고 그러던 중 부모없는 아이를 맡게 된다. 이 때가 다시 봄이다.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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