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04> - 『婦人經驗方』②
상태바
<고의서산책/ 904> - 『婦人經驗方』②
  • 승인 2020.02.22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상우

안상우

mjmedi@mjmedi.com


男女를 가리지 않는 희귀한 부인병

전호에 이 책의 편저자 서문이자 부인병 총설에 해당하는 ‘婦人經驗類聚序’의 요지를 소개해 드린 바 있다. 이 서문보다 앞서 여러 쪽에 걸친 상세목차가 수록되어 있는데, 개인이 남긴 경험방서의 특성을 지닌 책이라서인지 장절의 구분을 두거나 항목에 층위를 주지 않고 상세병증 항목별로 부인병의 원인, 증상과 치법, 처방, 예후 등의 내용을 차례차례 열거하여 기술하고 있을 뿐이다.

◇ 『부인경험방』
◇ 『부인경험방』

첫 항목은 婦人病調理로부터 시작하는데, “부인의 여러 가지 질병은 흔히 기는 성하고 혈이 허한 것이다. 오로지 부인과 처녀의 기혈부조화를 다스려야 하며, 임신전과 산후의 제반 질환에도 대개 부인은 혈증을 위주로 한다 하여 자못 기혈이 먼저 조리되지 않은 뒤에야 혈맥이 순조롭게 운행되지 못하여 여러 병증이 생기는 것을 알지 못하니, 마땅히 調氣養血湯을 써야하다.”고 하였다.

이어지는 각개 질병증상들은 각 처방의 적응증을 위주로 기술된 문구에서 대표증상을 드러내어 찾아보기 쉽게 간추린 것이다. 예컨대 월경장애의 경우, 經水不調, 經水先期而來, 經水將來作痛, 經水過期而不來作痛, 經前先腹痛, 經行着氣作心腹腰脇痛, 經水過期來, 經水過多不止成崩血, 經行後作痛, 經水去多久不止發腫, 經水久不行發腫, 經水不行發腹脇有塊作痛, 着經妄行於口鼻, 經行身痛麻痹寒炅頭痛, 經不調腹痛白帶或淋不止, 經水或前或後 등이다.

대개 구체적으로 질병증상을 드러내어 병증항목을 두었기에 원하는 항목을 빠른 시간 안에 찾아보기에 간편할 뿐만 아니라 1~2처방만을 선별해 놓았기에 환자의 병증에 맞춰보아 적부를 여부를 판단하고 취사선택하기에 용이하고 신속한 장점이 있다.

목차는 상하 2단으로 나눠져 있는데, 매 면마다 12행으로 선을 그어 구별하였기에 위, 아래 24개의 병증이 도표식으로 기재되어 있다. 각각의 병증항목 아래에는 해당하는 본문의 장차가 일일이 적혀 있기에 찾아보기 매우 편리하다. 목차는 모두 8면에 걸쳐서 기재되어 있는데, 앞서 부인경험유취서와 부인병조리의 총설로부터 시작하여 婦人坐血, 諸血不止, 孕婦因病踰月不産或過二三年, 산후복통에 이르기까지 182개 병증항목이 차례로 나열되어 있다.

본문의 기술순서는 대략 총론에 이어 월경이상과 그에 따른 수반 질환, 그리고 월경병의 치법, 붕루와 대하, 허로, 구사, 임신과 驗胎方, 태동과 태루, 안태, 그리고 임신부 질환과 여러 가지 종류의 임신이상, 保産과 易産, 출산장애, 산후의 여러 가지 질환과 제반 증상들이 아주 상세하게 구분되어 낱낱이 기재되어 있기에 이 책이 부인과 전문서로 손색이 없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그렇지만 권미의 産婦血汗 이후로 婦人怒氣傷肝眼目昏暗, 오적육취징가적괴, 월경부조오심번열, 邪魅所交腹中作痞, 부인허로, 婦人血虛夢與鬼交譫亂 등의 증상은 임신이나 산전산후 질환이 아닌 여성에게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인 질환이나 이상증후를 다룬 것이어서 앞 시기의 부인과 영역과 견주어 볼 때, 상당수 여성 질환이 부인과 영역으로 대폭 확충되었다는 것을 미루어 알 수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이전의 대표적인 여성의 심리적 특색으로 다루어지던 室女寺尼症에 대한 기술이다. 병증항목부터 ‘男無室女無夫, 思慾動火, 胸痛自汗’으로 되어 있는데, 과거 홀로 된 과부나 절간의 비구니에게만 나타나는 독특한 병증으로 다루어지던 것이 남녀 모두에게 나타날 수 있다는 시각이 제시된 것이다. 芙蓉 잎을 송이채로 짓찧어 샘물에 섞어서 걸러 마신다 했으니 간편하게 차(부용산)로 자주 음용하면 되는 셈이다. 고독과 우울감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남녀 가리지 않고 써볼 만한 식치방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