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포드 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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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포드 와이프
  • 승인 2004.10.0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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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우월 사회를 풍자하다

심신이 지친 어느 날, 지금 살고 있는 곳을 떠나 어디론가 떠난다면? 아마 푸른 숲과 따뜻한 햇살, 고즈넉한 분위기의 집 등등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거기다가 너무나 친절한 동네 사람들과 바비 인형처럼 늘씬한 몸매에 예쁘고 남편들에게 순종적인 동네 아낙네들이 있는 곳이라면 이보다 더한 곳이 어디있으랴…

톰 크루즈의 아내로 불리우다가 이젠 당당히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어지는 니콜 키드먼이 출연하는 영화, ‘스텝포드 와이프’는 바로 이러한 무릉도원 같은 컨셉에서 시작된다. 어찌보면 남성 위주의 영화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의외로 많은 여성들이 ‘현모양처’라는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는 그들 모두를 위한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잘 나가는 방송국 CEO인 조안나(니콜 키드먼)는 자신의 프로그램 때문에 가족을 잃은 한 출연진에 의해 살해 위협을 당한 후 모든 것을 책임지고 회사에서 해고당한다. 조안나는 상당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고, 남편 월터(매튜 브로데릭)는 전원도시인 ‘스텝포드’로 가서 살자고 한다. 그들이 도착한 스텝포드는 너무나 아름답고, 모든 사람들이 친절한 멋진 곳이다. 그러나 한결 같은 모습으로 남편들에게 순종적인 여성들을 만나면서 조안나는 조금씩 의문을 갖게 된다.

결혼한 남성들이 한 번쯤 상상해 봤을 생각을 이 영화는 과감하게 그리고 있다. 마치 고전 할리우드 영화 속의 여성 이미지들, 우리 식으로 쉽게 얘기하면 조선시대의 순종적인 여성의 이미지에 섹시함을 곁들인 여인네들이 오로지 남편 하나만을 보고 살아간다면… 이 세상 모든 남성들은 쾌재를 부를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 세상이 재미있을까? 과연 행복할까? 그것에 대한 대답은 영화를 보고 각자 생각해 보시길.

그래도 뭔가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고, 뭔가 같이 행동하기도 하면서 부부의 사랑은 더욱더 커질 터. 일방적이고 강요된 순종이 더 이상 미덕이 될 수는 없다. 특히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아진 현대 사회에서는 더더욱 씨도 안 먹힐 이야기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이런 발칙한 상상은 의외의 반전에 의해 깨지고 만다. 어떻게 보면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더 잘나가는 게 질투 나서 한 상상일 수도 있고,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복고적인 상상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21세기 최첨단의 시대이자 남녀평등의 시대이기에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상상이다.

‘스텝포드 와이프’는 전근대적인 가부장 사회를 상상하는 자에게 일침을 가하는 영화이다. 그리고 ‘현모양처’들의 순종적인 미덕이 이 세상을 행복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들이 사회 각 곳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다할 때 이 세상은 그 어떤 때보다 행복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얘기해주고 있다. 상영중

황보성진(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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