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독성간염 연구’ 문제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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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독성간염 연구’ 문제점 있었다”
  • 승인 2004.10.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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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수행 교수 시인, 한의계 연구 동참해야

□ 제3차 독성물질 국제심포지엄 □

독성간염의 주요원인이 한약이라는 예비연구로 물의를 빚었던 한림의대 김동준 교수가 자신의 연구 방식 일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인했다.
그러나 평가방법의 신뢰성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경험과 시각의 차이”라고 말해 한의협 차원에서 한약의 간 독성에 대한 연구를 서두르거나, 한약의 독성 평가 방법은 양약과 달라야 한다는 점을 대중에게 인식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서울 불광동 질병관리본부에서 있었던 ‘제3차 독성물질 국가관리 사업 국제심포지엄’에서 우석대 한의대 장인수 교수의 지적에 김 교수는 증례가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지역이 편중된 원인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조사증례는 모두 55례로, 서울의 2례, 전남 19례 등 지역 편차가 매우 컸다.

김 교수는 강연이 끝난 후 질의 응답에서 다시 이러한 연구가 수행될 경우 오류를 줄이기 위해 한의계가 동참해 줄 것을 제의해 ‘다기관 예비연구’에 의한 파장은 일단락 된 것으로 평가된다.

국립독성연구원 주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서 좌장을 맡았던 독성연구원 양기화 박사도 “한쪽 주도로 만들어진 논문이 잘못됐을 경우 국민건강에 위해를 줄 수 있다”며 “서로의 지식을 공유해 좋은 논문을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김동준 교수는 ‘독성 간 손상에 관한 다자간 예비연구’를 통해 “위중한 독성 간염의 원인으로는 한약과 한약재가 57.9%로 가장 많았으며, 민간요법과 건강식품은 25.0%, 일반 의약품은 15.8%로 빈도가 낮았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는 국립독성연구소의 연구 용역으로 지난 2003년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 간 수행된 것이다.

이에 대해 장인수 교수는 예비연구가 선택한 ‘수정된 원인산정법(modified RUCAM score)’이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타당도를 저해하는 요인들이 존재해 연구결과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고, 이 결과를 일반화하기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가 평가방법의 문제점으로 제시한 것은 △증상발현까지의 시간 △투여된 제제의 간독성에 대해 이미 알려진 정보 △조직학적 소견 등이다.

증상발현의 시간은 modified RUCAM score에서는 투여시작으로부터 증상발현의 시간이 90일 이상이며 투여종료로부터 증상발현까지의 시간은 30일 이후에 증상이 나타날 때 원인이 아니라고 판단하도록 해 사실상 한약을 무조건 포함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RUCAM score에 의하면 배제될 수 있던 것이 포함됐다는 지적이다.

또 간독성 정보와 관련해서는 복용한 원인물질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점수를 부여해 불확실한 증례를 간독성으로 판정하기 쉽게 만드는 경향성을 가지게 했다고 질타했다. 조직학적 소견도 독성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검사에서 무조건 점수를 얻게 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현재까지 독성간염을 특이적으로 진단하는 조직학적 진단소견은 아직 없는 상태다.
modified RUCAM score에서 원인진단은 8개의 문항에 점수를 부여하고 ≥10점 원인물질로 확정적, 7~9점 가능성 높음, 4~6점 가능성 있음, 1~3점 가능성 희박, <0점 진단배제로 결정된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 ‘일본 생약재 독성자료’를 주제로 강연한 일본 생약제조협회 시노하라 회장은 일본의 소시호탕 사건을 예로 들며 “어떠한 약이라도 다 부작용이 있다”며 “부작용을 수습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과제”라고 지적했다.

시노하라 회장은 전통적인 방법(한의학)에 따라 한약을 활용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 있으나 일본에서는 이러한 제도가 마련돼 있지 못하다고 시인하며, 생약제제의 부작용을 표기하는 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독성원인을 밝혀내는 방식이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으면 부작용”으로 판단하고, 한약이 조금만 들어갔어도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돼 이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 1월에 발표돼 물의를 빚었던 김 교수의 연구가 예비연구임에도 불구하고 국가기관에서 보도자료로 배포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한약 부작용 문제는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한의협의 한 관계자는 “한의계는 이제라도 한약은 안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대중에 알려야 하고, 부작용에 대한 연구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의협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중들이 한약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 알수록 한의사를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한의학과 멀어진다”고 털어 놔 환자의 병증이나 체질에 따라 부작용이 나타나는 한약의 원리를 어떻게 일반인에게 이해시킬 것인지가 한의계의 가장 큰 숙제로 떠올랐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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