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김정제 경희한의대 초대 학장을 회고하며 그가 바라본 동의보감에 대한 시야를 들여다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은 지난 14일과 15일 더케이호텔 우첼로 자스민룸과 경희대 정재한의학역사박물관에서 ‘근현대 동의보감연구사 콜로키움 및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동의보감 특별전’을 개최했다.
이번 콜로키움 및 특별전은 경희한의대 초대 학장 겸 경희대한방병원장을 역임했고, 동의보감 임상강의를 기반으로 한 ‘진료요감’이라는 책을 집필한 김정제 한의사를 회고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첫날인 14일에는 김정제 전 학장의 제자이자 경희대한방병원장을 역임한 김병운 전 교수(유성당한의원장)의 회고를 들어보는 콜로키움으로 진행됐다. 콜로키움의 대담자로는 김남일 경희한의대 교수, 토론자로는 고희정 약촌미가한의원장이 참석했다.
김병운 전 교수는 경희한의대의 전신인 동양의약대학의 한의학과 2학년 재학시절 김정제 전 학장을 처음 만났다고 했다. 그는 “1962년 3월 2일 국가재건 최고회의에서 의료법 14조 2항 한의사 면허 시험 조항에 국립의과대학에서 4년간 의학교육 후 2년 간 한의학교육을 이수해야 한의사 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국립조항을 삽입개정했다”며 “1963년 9월 중순 전체 학생이 의료법 재개정 촉구를 위한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그러나 단식은 3일 뒤 부산에 콜레라가 번지면서 해산됐다. 이에 새로 한의협 회장이 된 김정제 전 학장을 찾아갔다”고 운을 뗐다.
얼마 뒤 김정제 전 학장은 김병원 전 교수의 자초지종을 듣고 물심양면으로 뛰어다니며 문사위 분과위에서 국립 자구를 삭제한 채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고, 6년제 동양의과대학 인가를 받아냈다고 했다.
이어 “1965년 동양의과대학과 경희대가 합병되어 한의학과 본과 2학년에 편입한 뒤, 4년제 한의대 교육과정을 다 마쳤다. 이후 새로운 6년제 커리큘럼이 확립되지 않아 등록금만 납부하고 전학생들은 흝어졌고, 나는 임상을 경험하고자 김정제 전 학장의 진료를 견학했다”며 “이에 감명을 받아, 견학 이후 김 전 학장에게 임상 강의를 부탁해서 1966년 4월 첫째 주 월요일에 동의보감 강의가 시작되었다. 25권이나 되는 동의보감 전체를 갈피마다 처방과 소주까지 한 자도 빼놓지 않고 물흐르듯 줄줄 외우셨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정제 전 학장은 본인의 동의보감 임상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진료요감을 발간했다고 했다. 이후 1977년 김정제 전 학장이 한의대 초대 학장 겸 부속 한방병원장으로 부임했는데, 당시 확실한 치료방법이 없다는 간질환 환자를 많이 진료하게 되었다고 했다. 경희한의대 교수로 재직중이던 김병운 전 교수는 김정제 전 학장과 함께 간염입원환자를 담당했다고 했는데, 이 때 김정제 학장이 이름을 붙여주고, 김병운 교수가 만든 ‘생간건비탕’ 처방을 활용해 많은 환자를 치료했다고 한다.
이튿날에는 경희대에 있는 정재한의학역사박물관의 김정제 전 학장 관련 전시물을 감상하고 김남일 경희한의대 교수의 설명을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김남일 교수는 경희대한의과대학이 탄생하고 초대 학장인 김정제 교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동의보감의 핵심인 정, 기, 신에 대한 개념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