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무관심에 멀어지는 한약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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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무관심에 멀어지는 한약제제
  • 승인 2005.01.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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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의료기관은 일부 보험약만 사용할 뿐
양의계 관심 고조, 양방약으로 전락 위기

한약제제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논란은 어느덧 희미해지고, 이제 한약제제와 한의계가 멀어져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한의계가 한약제제를 전문과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한의학 전문지식이 없는 양의·약사의 취급에 반대했으나 정작 한방의료기관에서의 한약제제 투약은 극히 미미해 그간의 주장을 무색케 하고 있다.

한약제제를 생산하는 모 제약회사의 관계자는 “보험약을 제외하고 한방의료기관에 판매된 한약은 청심환과 극소량의 소체환이 전부”라며 “전체 매출에서 보험과 일반을 막론하고 한약이 차지하는 비율이 급격히 줄고 있어 회사가 얼마나 더 한약을 취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제약회사 전체 매출에서 한방 보험약이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그나마 감소 추세이고, 시중약국도 병원 근처에서 처방전에 따라 보험약을 조제하는 대형약국을 제외하고는 매기가 끊어진 상태여서 한약제제의 판매는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약제제의 판매부진에 대해 일부 한의계에서는 약효가 떨어진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실제로 보험약의 경우 상한금액을 규정해 놓고 있어 품질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개원한의사협의회 김현수 회장은 “보험약에 문제가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외면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며 “한의계가 약을 평가하고, 역가가 높은 약을 요구해 환자 진료에 활용하는 길만이 한방의료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한약제제는 약사가 쓰는 약인 양 오도되고 있고, 최근에는 양의계에서 반풍통성산건조엑스가 주성분인 약을 비만 치료제로 투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제약회사에서 나온 한약은 한방의료계와 계속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한의계에서 한약제제 활용이 부진한 이유에 대해 약효 이외에도 환경 변화에 따른 한의사들의 무관심이나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일본의 모 제약회사에서 만든 반하사심탕에 대해 경희대에서 임상실험을 한 결과 유효한 결과를 얻었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기능성소화불량 환자 65명을 대상으로 한 이 실험은 아침, 저녁으로 약을 4주간 투약한 결과다.

한 관계자는 “이 실험은 소화불량 환자에 대한 반하사심탕제제의 유용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약을 장기간 투여하는 데 현실적으로 무리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중증 환자를 제외하고는 일선 한의원에서 환자에게 첩약을 장기간 투약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결국 가격이나 휴대하기 어려운 탕제에 대한 부담을 한약제제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만큼 한방의료기관의 중요 치료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 강서구에서 개원하고 있는 한 한의사는 “한약 엑스제제의 보험적용이 논의 됐던 당시 혼합엑스산제의 건강보험 적용을 놓고 일부 논란이 됐으나 환자의 병증을 진단하고 제품화 돼 있는 약을 처방하는 것도 결코 한의학의 원리에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벼운 질환일 때는 한약제제를, 무거운 질환일 때 첩약을 투여하는 것이 한방의료를 대중적으로 확대시킬 수 있는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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