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화보다 실질적 교류 선행을” 일제히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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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화보다 실질적 교류 선행을” 일제히 지적
  • 승인 2005.04.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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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계, “준비 안됐다” 시인 불구 지속 추진 시사

■ 의협 주최 의료일원화 토론회 ■

양의계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일원화는 양방의료계 상호간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완전한 통합은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주류를 이뤄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6일 의협 부설 의료정책연구소가 개최한 ‘한국의료 일원화의 쟁점과 정책방안’ 토론회에서 확인됐다.

의료정책연구소 제13차 의료정책포럼으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조병희(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의료의 완전한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조 교수는 “갈등이 일어나는 지점에서 의료일원화 논의가 있었다”면서 갈등의 성격을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업무영역의 중복이 곧 갈등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갈등의 소지만 있으면 곧바로 갈등으로 비화시키는 ‘불신’이 근본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또한 한의학의 과학화를 내세운 의료일원화론에도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의학은 과학 자체라기보다 임상경험을 중시하는 영역이어서 실험실 수준에서 진행되는 인과관계만이 과학적 증거는 아니라는 게 조 교수의 판단이다. 아울러 그는 의학과 한의학은 과학에 기초를 두고 있지만 동시에 하나의 문화체계라면서 두 의학 간에 상당수준의 문화적 사회적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실천의 차이에 주목하지 말고 두 의학이 함유한 보편적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논거에 따라 조 교수는 의료일원화론이 대외적인 측면만 고려됐을 뿐 양의사 내부의 합의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한·양방이 실질적인 교류를 통해 의심하지 않는 단계로 가는 게 바람직하고, 그 이후의 제도적 통합문제는 시장에 맡기는 게 좋다고 밝혔다.
반면 양의계측 주제발표자인 권용진 의협 사회참여이사는 한약의 부작용을 집중 거론한 뒤 의료일원화 추진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추진방안으로 ▲정부가 직접 나서 논의하고 추진할 것 ▲한약의 부작용 조사와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 ▲한약재의 표준화를 위한 정책대안을 마련할 것 ▲국민에게 의료일원화의 필요성을 홍보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것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토론자들은 양의계가 주장하는 의료일원화의 필요성이나 추진방법에 대해 견해를 달리해 관심을 끌었다.
조재국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한의학의 장점을 또렷이 인식하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 이원화를 존속시키려는 욕구가 있다, 양방의학기술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수요측면에서 당분간 二元化제도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김진현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도 양의사들의 접근방법을 달리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열린 마음’이 요구된다면서 학문적 접근보다 제도적 접근을 우선시하는 것은 문제라는 시각을 보였다.
이성재 보완대체의학회 이사장은 “한약재 문제를 들어 한약의 부작용을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의료일원화를 준비하는 과정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하고 “평행선을 달리는 지금의 행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일원화의 선행단계로 동서통합대학을 시범적으로 만들어 한의사와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일원화 시기상조론에 부딪히자 양의사 출신 발표자와 토론자들도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일원화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는 데 대해서는 양의사들도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한상율 개원협 범의료한방대책위원회 위원은 토론을 통해 “의료일원화를 하기 위한 준비과정이 없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판단근거가 되는 자료의 축적이 우선돼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권용진 발표자도 “한의사의 감기치료를 문제 삼았다기보다 임산부와 아기에 안전하다는 문구를 문제삼은 것이며, 의료기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고 제대로 배워서 쓰라는 것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의료일원화에 부정적인 여론을 되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의협은 일원화론은 대체적으로 논리가 취약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낸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양의계는 의료일원화를 포기하기보다는 방법론적으로 좀더 세련되게 다듬는 계기로 삼을 것이 예상된다. 이런 전망은 김재정 의협 회장의 발언에서도 확인됐다. 김 회장은 토론 시작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1년내에 의료일원화는 어렵지만 디딤돌을 놓겠다”고 밝혀 한의계에 대한 공세를 계속할 뜻임을 시사했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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