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기구, 안전성·유효성 심사가 최대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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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기구, 안전성·유효성 심사가 최대 걸림돌
  • 승인 2005.08.1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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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행위’ 인정, 식약청은 ‘기구’ 불인정
불평등 제도, 취약한 시장, 양방적 시각 개선돼야

■ 한의약, 의료기술평가대상 논란 ■

한방의료기술은 의료기술 평가의 대상이 될 자격도 없고, 한방의료 시장의 영세성으로 인해 임상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한약제제의 개발 등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술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해당 의료기술 시행에 필요한 의료기구나 약물 등에 대한 안전성·유효성 입증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현 한의계의 상황에서는 이를 입증하기가 곤란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황화수 원장(경기도 수원시 고려한의원)이 ‘은’ 성분으로 된 ○○밴드를 경혈에 붙여 질병을 치료하는 것에 대해 복지부는 “한의학적 이론에 따라 사용하고 이를 임상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면 한의사의 면허 행위에 속한다”고 해석했지만 식약청의 의료기구 안전성·유효성 부분에서 막혀 의료기술로 인정받는 것이 난관에 봉착한 것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황 원장은 이 제품을 의료에 활용하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의료기술 신청을 한 결과 ‘은’은 의료기기에 속하므로 식약청의 의료기기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답변을 듣고 심사를 의뢰했으나 ‘치료 이론에 대한 근거 미비’와 ‘○○밴드’의 구조 등에 대한 설명자료 미비로 신청이 반려됐다.

의료용구의 안전성·유효성 심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소요재료의 효능·효과를 입증한 후 기술문서, 시험검사성적서, 임상시험 자료 등을 제출해야 하며, 200병상 이상의 병원에서 임상시험을 거쳐야 된다. 국내 한방병원 중 200병상 이상인 곳은 경희의료원 한 곳밖에 없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은’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방의료에 사용돼 왔다는 점이다. 은침은 물론 약으로 복용돼 왔는데 안전성이 인정되지 않고, 한의학의 원리에 따라 경혈점에 부착해 자극을 주었는데도 유효성이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한 관계자는 “한방의료의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침과 구 역시 오래 동안 활용해왔기 때문에 인정해 준 것뿐 양방적 사고로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한의학의 원리에 의해 신한방의료기술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기존에 있었던 의료기구가 아니거나, 약물의 형태 또는 활용법이 달랐을 경우 의료기술평가를 받아볼 기회조차 없는 게 한의계의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한의외치제형학회도 외용약을 제약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했었으나 식약청의 안전성·유효성 자료와 함께 기시법 자료를 연계해 제출하라는 요구로 안전성·유효성 심사는 생각하기도 어려운 상태라고 털어 놓았다.

기시법은 GMP시설을 갖춘 곳 즉, 제약회사가 제품의 허가에서 생산까지를 책임져야 하는데 수익을 내기 어려운 조그마한 한방의료시장을 놓고 어떤 제약회사가 한약제제를 만들어 내겠냐는 것이다.

결국 한방의료는 제도적 불평등만이 아니라 시장 구조 자체에 의해 발전이 차단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90% 이상의 관련 규정이 양방을 중심으로 제정돼 있고, 한·양방간의 갈등구조로 상호간에 견제가 존재해 상대적으로 행정력이 미약한 한방은 운신 폭이 좁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의학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행정 관계자들이 대부분 양방적 시각과 선입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신광호 한의외치제형학회장은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고 한의학을 발전시키는 일은 한의사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한의사 스스로 문을 열어 대형 제약회사들이 한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에 진출했을 때 한의계는 한방의료를 저해하는 잘못된 규정 등을 개정하는 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한 영향력과 자금력을 지닌 의료기기회사나 제약회사가 한의계와 뜻을 같이 해 움직이기 위해서는 한의계 내에 시장이 형성돼 있어야 하는 만큼 한의사 스스로 기존의 방식만이 아닌 새로운 시장 개척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한방의료가 제대로 평가받고 국민 건강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정부와 한의계가 새로운 시각으로 의료계 전체를 바라봐야 할 때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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