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 창간 16주년 특집] 청산돼야 할 의료의 불평등(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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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60, 창간 16주년 특집] 청산돼야 할 의료의 불평등(4)
  • 승인 2005.09.1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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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낮은 의지, 양방의 반대로 설치 문턱서 좌절

□ 국공립 의료기관에 한방이 없다 □

일제에 의해 의생으로 격하되었던 한의사는 광복으로 사회적 지위를 다소나마 회복할 수 있었다. 한의사가 의료법상 의료인의 범주에 포함된 것이나 한의사 배출 교육기관이 11개 대학으로 늘어난 것이 대표적인 증거라 하겠다. 더우기 한의대의 입시커트라인이 양방의대 수준을 넘어섬으로써 한의학의 사회적 위상은 한결 개선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한의사의 숫자는 1만 5천명선을 넘었고, 한방의료기관도 1만여개를 헤아리게 됐다. 그 결과 한의학은 국민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의료로서 당당하게 자리매김 됐으며, 국가정책의 한 분야로 깊숙이 편입됐다.

이렇듯 한의학은 국민의 필수의료로서 발전을 거듭했지만 여전히 극복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사적 의료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적 의료 이미지가 고착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11개 한의대 모두 사학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과 국공립의료기관에 한방진료부서가 지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 초라한 국공립병원내 한방의료

최근 들어 정부에서 국공립병원에 한방진료부 내지 한방병원을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추진된 실적이 거의 없고 그마저도 제대로 될지 불투명한 상태여서 본격적인 추진이라고 볼 수 없는 실정이다.
한의계가 파악하고 있는 국공립병원은 178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과대학 부속병원, 軍 통합병원 및 단위 병원, 국가중앙의료원 및 지방공사의료원, 산재병원, 재활병원, 개별병원, 임상연구센터 등이 이런 범주에 포함된다.

이중 한방진료가 이루어지는 곳은 국립의료원과 인천 산재중앙의료원 두 곳 뿐이다. 한의계가 국공립병원 단위에서 한방진료부서의 설치를 끊임없이 요구한 결과 정부에서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우선적으로 이들 병원에 한방진료부를 설치한 것이다.
한의계는 두 개 병원 이외에도 나머지 병원에 한방진료부 수준의 진료부서를 설치한다는 목표로 정부와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들 병원에 한방내과, 침구과, 기타 과 1개 등 총3개 과로 구성된 한방진료부를 설치해보자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은 예산의 부족과 병원내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기존에 설립된 병원과 달리 신설되는 병원에는 한방진료부를 설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 국립암센터에 한방진료부 설치도 추진했으나 이 또한 무산됐다.
2001년 설립 당시 보건복지부 기본안에 한의연구인력이 근무하는 한방진료부 설치 계획이 포함됐었으나 암센터병원장의 강력 반대에 부딪혀 관련 규정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국립의료원 한방진료부의 한방병원 승격이 무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병원급에 한방진료부를 설치하려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대신 지방의료원 10곳에 한방진료부를 설립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200병상이 넘는 이들 병원에는 협진모델이 적용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재 보건복지인력개발원 내에 설치된 한방공공보건평가단을 중심으로 협진모델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 한의학의 참여 가능성 제고해야

해방 50년 동안 보건소를 제외한 국공립의료기관 두 곳에 한방진료부를 설치한 것은 정부가 한의학을 얼마나 소외시켰는지를 가늠케 해준다. 물론 지방공사 의료원 10곳에 한방진료부 설치를 준비하는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이것마저도 전체 국공립의료기관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 규모다. 행정의 기본원칙인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우선 국가기관의 관심과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 최근 들어 한방공공보건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에 관심을 보이는 등 정부의 한의학 관련 정책사업에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정부의 의지가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한의학이 국민건강에 미치는 효과를 정밀하게 분석하여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한방의료에 대한 양방의료인의 인식 개선이 시급한 과제다. 국립암센터내 한방진료부 설치를 좌절시킨 주도세력이 국가가 아닌 양방의료인이란 사실에 미루어 이들 직능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유사한 한방진료부 설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공립의료기관내 한방진료부 설치뿐만 아니라 국립대한의대와 임상연구센터의 설치, 독립한의약법과 한약관리법의 제정도 양의계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여 양의계의 거부감을 해소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 설치 장애요인 하나하나 제거를

마지막으로 정부와 양의계를 설득하는 일 못지 않게 한의계의 노력이 중요한 과제로 지적된다. 병원내에서 한양방의 협진이 기본이므로 한의계는 한의학이 질병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를 충분하고도 끊임없이 제공할 책임이 있다.
즉 표준이 되는 협진모델을 만들어낼 책임이 있다. 따라서 이 일은 정부가 추진하는 협진모델 개발에 한의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아울러 한의계는 적절한 근무인력과 근무 가능성을 정밀 조사할 필요가 있다.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해당병원과 공동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런 점에서 경희대 한의학연구소가 국립암센터와 공동으로 수련의 협동과정을 개설하려는 노력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조선말엽 국가 중심의료의 지위에서 밀려난 한의학. 이 한의학이 다시 공공의료로서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한의계에 가로놓인 장애요인을 하나하나 해소해나가는 데부터 시작해야 한다.

과거 정부 내 한의학정책 전담부서가 신설되고, 한의학연구원이나 국립의료원내 한방진료부가 신설되리라고 기대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실현되었듯이 국공립병원내 한방진료부도 꾸준히 노력하는 가운데 성취될 것이 분명하다. 그때까지 한의계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계속>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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