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유통실명제’ 부실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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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유통실명제’ 부실 위기
  • 승인 2005.10.2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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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규정 정비, 관리·감독 강화해야
25일 유예기간 종료, 본격 시행

소비자의 알 권리를 증진하고 한약유통체계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시행된 ‘한약 유통실명제’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복지부가 지난 5월 26일 한약재 유통관리규정을 개정·고시하며 고시 이전에 제조·포장된 한약규격품은 5개월간 유통될 수 있도록 한 유예기간이 25일이면 종료되지만 아직까지 준비도 안 된 곳도 다수인데다 개정안에 따라 작업을 마친 한약재도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 개정·고시된 내용에 따라 새로 표기해야 하는 ‘생산자’ 또는 ‘수입자’와 ‘검사기관 및 검사연월일’이 관련 규정의 미비로 ‘유통실명제’가 추진하는 내용을 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약재 유통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유통실명제를 고시 이전에 생산된 품목까지 소급해 적용한 것은 무리였다”며 “첫발을 잘못 딛는 바람에 제도자체가 부실화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수년전에 구입한 한약재를 일일이 확인해 추가 내용을 기재하는 것은 인력문제나 자료 미비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약도매협회는 소량 다품목을 취급하는 업소 특성상 이들 기록을 일일이 기록하는 것은 어렵다며 수입업체에 스티커를 제작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를 응하는 업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실정이다. 수입업체가 확인해 주지 않으면 도매업소는 검사기관이나 날짜를 알 수 없다. 또 식품으로 수입된 한약재 등 매입 자료가 없는 물품도 다수라는 것은 이미 업계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한약재들이 쌓여 있는데 규정대로 표시하라는 것은 알아서 불법을 저지르라는 것이라는 반응이다.

결국 상당수 업체는 수입업자나 검사일자 등을 허위로 기재한 스티커를 제작해 기존에 만들어진 규격한약재에 붙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서 수입한 제품도 아닌데 여러 곳의 약업사 한약재 수입자명에 우리 상호가 적혀있는 것을 보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행규정상 국산한약재는 농민의 자가 포장이 가능함으로 검사항목에 ‘해당사항 없음’, 제조업소에서 제조된 한약재는 ‘자가 검사’라고만 표시해도 관련규정상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곤란해 유통실명제의 제도상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한약재 유통이 얼마나 탈법적이고 부실한 관리제도 속에 이루어졌나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약재에 대한 책임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명분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다. 제도 도입 초기부터 부정·부실한 내용이 묵과될 경우 제도는 부실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 당국은 유통실명제의 정착을 위해 관련규정의 정비를 통해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허위사실 기재에 따른 처벌 강도 및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복지부는 “지난해에 좋은한약공급추진위원회에서 추진과제로 선정해 올해 3월에 입안예고 및 관련 기관의 의견 수렴을 거쳐 고시됐고, 5개월간의 경과 기간이 주어졌는데도 지금까지 손 놓고 있다가 이제와서 호들갑을 떠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한약유통체계의 투명화와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를 위해 한약 유통실명제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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