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생기능의학 전문과목 신설론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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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생기능의학 전문과목 신설론 대두
  • 승인 2005.11.0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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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적 평가지표 정량화 위한 필수과정” 주장
“차별화된 교육프로그램과 정책연구가 우선” 반론도

한의학을 둘러싼 극심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진단·생기능의학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연구, 그리고 정책적 대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의계는 진료의 타당성 여부를 놓고 양방과 한방, 한약과 양약, 전통의학과 대체의학, 건강기능식품과 약품 간의 영역 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지만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평가지표 부족으로 각종 현안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비자 등 국민의 감시기능이 강화되면서 의료의 적정성 평가를 요구하고 있고, 보험자도 보험재정 절감 차원에서 적정성 평가기준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런 요구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한의학계에 학술적 근거를 요구하고 있지만 학계는 적절한 데이터 제공에 한계를 보였다. 한의학적 근거자료는 데이터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아 신속한 지원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것이 현대의료장비와 관련될 경우에는 더욱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가령 심전도의 한의학적 활용근거를 확보하려면 적어도 1~2년은 걸린다는 게 관련 교실의 견해다.

이에 따라 한의학적 평가지표를 만들어내기 위한 체계적 연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한의학적 평가지표를 만들어내기 위한 대학의 교육여건은 매우 열악한 상태이다. 한의진단학 교육에 필수적인 진단·생기능의학과목이 1개 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기초과목으로 편성돼 있다. 기초과목으로 편성하게 될 경우 임상적인 활용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주장을 피해가기 어렵다.

국가고시에 진단·생기능의학과목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임상적으로 배우지도 않고, 배움을 평가받지도 못한 상태에서 건강보험 인정은 물론이고 각종 소송에서 승소를 낙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CT소송을 맡고 있는 변호사가 요청한 자료에는 CT기기를 활용해서 신의료기술을 신청한 사례가 있는지, 한의사 국가시험 문제 중 방사선학 및 CT관련 문항이 제출된 바 있는지에 대한 자료를 요구해 한의계를 난감케 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교육과 연구에 필요한 인력과 조직이 절대 부족하다는 점이다. 유일한 진단·생기능의학교실을 설치한 경희대한의대는 교수 2명, 조교 2명이 전부다.
결국 진단·생기능의학은 한의학의 정량화에 필수적인 과목인데도 교육과 평가, 연구인력 등 모든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진단·생기능의학학회(회장 김태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전문의를 신설하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나섰다. 전문의제도가 있어야만 한의진단의 평가 Tool을 개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타 대학병원에 진단·생기능교실이 신설되고 나아가서는 전문인력이 확보되는 선순환구조를 갖추게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의료의 양상이 행위중심의학, 근거중심의학, 공익중심의학으로 변모되면서 의료행위의 다양성과 차별성, 전문성이 요구되고 시대에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선도그룹이 될 수 있다는 게 학회관계자의 설명이다.

박영배 교수(경희대 진단·생기능의학교실)는 “현재로도 진단생기능전문의를 양성할 시설과 교수인력이 충분하다”면서 “정책적 차원에서 한의협이 진단·생기능의학전문의 신설을 정부에 건의해줄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의협은 한방건강검진 및 한방건강관리, 진단장비의 한의학적 임상활용기술 연구, 의료정보기술의 발전 등의 차원에서 진단·생기능의학의 전문과목 신설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입장이나 절차는 거쳐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최소한 전문과목 신설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용역결과라도 있어야 설득력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의협의 한 관계자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문옥륜 교수의 연구결과 현재 추나전문의와 예방의학전문의 신설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기본적인 절차만 갖추면 한의협정책으로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대한한의학회도 원론적인 측면에서 접근했다. 즉 전문과목 신설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전문과목이 되기 위해서는 한의사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진단과 차별화, 전문화, 구조화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의학회 한창호 제도이사는 “기존 전문의학회가 기득권 때문에 전문과목 신설을 배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정책적 필요성만으로 전문과목 신설에 동의해 줄 수는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갈수록 중요성이 더해가고 있는 진단·생기능의학. 학문 발전의 궁극적 목표로서 설정된 전문과목화가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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