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한의대, 지방대냐 국가중앙의료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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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한의대, 지방대냐 국가중앙의료원이냐
  • 승인 2005.12.0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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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방향 놓고 전·현직 집행부 힘겨루기 양상

한의협이 국립대한의대 설립 원칙을 공식 발표하면서 서울대에 준하는 대학이 과연 어떤 대학이냐는 문제를 둘러싸고 한의계 내의 여론이 팽팽히 맞서 귀추가 주목된다.
국립대한의대 설치방법을 둘러싼 논란은 현 한의협집행부가 국립대한의대 설치원칙을 밝히면서 촉발됐다. 엄종희집행부는 지난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ICOM) 기간 중에 열린 전국이사회에서 ‘서울대를 포함한 이에 준하는 국립대에 신설을 추진한다’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확정지은 것이다.

한의협 김삼태 기획이사는 “서울대가 한의대 설립논의 중단을 선언한 상태에서 더 이상 국립대한의대 문제를 논의할 근거가 부족해 논의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공식 입장을 정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의협은 이같은 공식 입장을 이미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 한의협이 공식 입장을 확정 발표함에 따라 그간 서울대의 반대로 꽁꽁 막혀 있던 국립대한의대 논의가 활성화되는 단초를 마련했다. 서울대에 설치되지 않아 아쉽다는 의견에서부터 최종적인 서울대한의대 설립전략에 이르기까지 한의사들의 의견은 실로 다양했다. 대체로 한의사들의 의견은 지방국립대 설립론과 국가중앙의료원 산하에 별도의 국립한의대 설립론으로 나눠졌다. 연구 인프라, 한의대 육성·발전에 대한 실천의지와 추진체계, 인력관리능력, 자원동원능력의 유무도 한의사들의 의견을 가르는 핵심 사안들이다.

그러나 국가중앙의료원 설립이 차질을 빚으면서 논의가 소모적으로 진행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국가중앙의료원 설립이 물 건너갔다고 보는 측과 일시적으로 지연될 뿐 언젠가는 설립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측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설립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는 주장이 있는 반면 설립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마스터플랜 마련이 용이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셈이다.

양측은 지역 선정, 자원동원능력, 인력관리능력, 기존 사립한의대를 설득하는 문제 등의 분야에서도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가중앙의료원 산하 설립론자들은 우수한 신입생 선발, 국가의 예산지원, 기존 한방병원 등 시설과 연구실적의 활용 등에서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지방국립대 설립론자들은 행정수도의 지방이전,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 지방국립대의 열의, 대학의 특성화 추세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국립대한의대 설립의 적절한 시기도 논의를 제한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대통령 선거공약을 이행하는 사업인 만큼 최소한 올해 안에 가부간에 결론이 나야 한다는 주장과 한의계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이므로 좀 더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갈린다.

이중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국가중앙의료원 설립 전망과 관련해서 논란이 분분해 한의계의 판단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다 떠나고 난 다음 뒷북만 친다”면서 “전국 국립의과대학병원이 복지부 산하로 편입되는 문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현재는 국가중앙의료원 설립계획이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한의협집행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국가중앙의료원 설립안이 폐기돼 산하 단독 한의대 설립도 물 건너갔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정책이 공공의료기관의 통합방향으로 가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하는 정부관계자도 있어 국가중앙의료원 계획의 백지화 여부에 대한 정확한 사실규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양자간의 의견 차이를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양측의 순수성을 인정하면서 실리와 명분간의 대결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건설적인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상이한 의견을 생산적인 토론으로 승화시킨다면 한의계 논의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릴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희망에도 불구하고 한의계의 논의는 원점에서 겉도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정부정책과 국립대한의대 설립원칙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조정할 만한 공론의 장이 마련되지 않았고 한의계내 전·현직 집행부 간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의협은 공론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책기획위원회와 중앙이사회, 전국이사회의 결의가 진행되는 동안 아무런 요구가 없다가 이제 와서 의견수렴을 요구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의협의 반응 속에는 여전히 토론의 여지가 있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치열한 논쟁도 기대된다. 다만 한의협의 입장이 이미 보건복지부로 전달된 상황이어서 진지한 토론이 때늦은 감이 있어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부처 간의 의견이 조율되는 각 단계에서 한의계의 다양한 의견을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따라 국립대한의대의 최종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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