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초학회 “녹용 DNA 種분류 의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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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초학회 “녹용 DNA 種분류 의미 없다”
  • 승인 2005.12.1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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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한의사 우롱” 반발에 “올바른 대처 계기삼자”

녹용, 원용 문제를 놓고 한의계가 더욱 혼란에 빠졌다.
일부 개원 한의사들은 본초학회의 답변대로 라면 이제까지 본초학 강의를 통해 녹용을 배우고, 임상에서 차별성을 갖고 투약해 왔던 것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며 황당해 하고 있다. 또 녹용 유통에 대한 총체적 문제점도 함께 드러나 상당기간 혼란이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본초학회는 최근 녹용의 원산지 구분과 관련해 러시아에서 서식 또는 사육되는 사슴의 종을 묻는 한의협의 질의에 대해 “種의 분류는 의미가 없다”고 답변했다.

학회는 “붉은사슴(赤鹿, 馬鹿)은 서유럽에서 중앙아시아에, 엘크는 중앙아시아에서 북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분포하며 2種이 지역과 亞種에 따라 각각 변이를 나타내지만 기본적으로는 매우 유사하다”며 “붉은사슴과 엘크가 러시아 지역에 혼재하므로 종간의 교배 또는 異種간의 교배에 의하여 다양한 亞種이 혼재할 것이므로 유전자에 의한 種의 분류는 의미가 없다고 사료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답변에 대해 일선 한의계에서는 종에 대한 분류연구가 계속 이어져 왔고, 임상에서의 차이점이 수차례 발표되고 교육돼 왔는데 이제와서 의미가 없다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 한의사는 한의사 통신망을 통해 “녹용을 가져와 원용이다 엘크다 구별했었는데 지금까지 그 분류가 모두 장난이었냐”고 한탄하며 “귤이 회수를 넘으면 탱자가 되듯 녹용도 러시아에서 나온 것이면 모두 ‘원용’이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심지어 한의사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답변을 내게 된 이유에 대해 의혹을 표하며 “협회가 녹용을 버리면 우리는 협회를 버릴 것”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제까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았던 녹용의 생산·유통을 바로 알고 대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의협 김삼태 기획이사는 “수입 금지된 북미산 엘크가 어떠한 경로를 통해 러시아산과 섞여 들어와도 이를 검사해 분리시키는 확실한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원산지부터 철저한 확인과정을 거쳐 녹용이 수입돼야 하고, 한의사들도 녹용 구입시 산지증명과 녹용임을 명기한 세금계산서를 반드시 챙기도록 할 것”을 당부했다.
일부 한의사들은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러시아에서 서식 또는 사육되는 사슴에 대한 본초학회의 공식 답변이 있은 이상 ‘원용’ 문제는 더 근본적인 ‘정의’서부터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H사의 “러시아에는 붉은 사슴(Maral 그룹)의 여러 아종들이 뒤섞여 사육 서식되고 있으며 아종(亞種)끼리 교배가 이뤄져 관능적으로 구분하기 매우 어려운 탓에 품종별로 사육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어떻게 확인되느냐에 달린 것이다.
H사의 주장이 모두 사실로 확인되면 녹용의 임상적 구분 기준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지만 이와 함께 “업체나 학회에서는 이것을 알고 있었을 것인데 한의사들만 유통업체들에게 우롱 당해가며 비싼 비용으로 원용을 사야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또 ‘마록’과 다른 종의 사슴이 사육되고 있어도 눈으로 구별이 가능하며,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날 경우 이는 의도적으로 싼 것을 구입해 비싸게 판 것으로 법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알타이공화국에서 공식 공문을 보내온 이상 이를 부정하기는 힘들다. 또 분자표시방법(RAPD) 등을 이용해 사슴 종간의 차이를 연구, 발표한 논문은 있으나 공인된 것은 없다. 따라서 이제까지 한의계에서 ‘원용’이라고 지칭해왔던 러시아 지역의 ‘마록’과 다른 사슴을 육안으로 구별할 수 없을 경우 사실 확인은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원용’ 문제를 제기했던 신치호 원장(경기도 포천 신성한의원)은 “러시아에 사는 사슴의 녹용이 모두 다 원용일 수 없다”며 H사나 C사에서 녹용을 구입했거나 의견을 같이하는 한의사들이 공동으로 사법부에 고발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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