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타이 사슴 품종 확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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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 사슴 품종 확인하라”
  • 승인 2006.01.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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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산 大鹿과 동종 사육이 관건
한의계 피해 우려, 조속 검증 필요

“알타이 지역에서 서식하는 사슴의 품종이 이제까지 일반 한의사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정말 다양할까? 또 그간 한의사들이 ‘元茸’이라며 투약했던 녹용이 ‘馬鹿’(Cervus Elaphus Sibericus)이 아닌 것도 있었을까?”
녹용 문제가 해를 지나도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는다.

C사의 한의유통사업단과 신치호 원장(경기도 포천시 신성한의원)에 대한 고발, 그리고 신 원장의 C사와 사업단에 대한 사기혐의 고발에 대한 처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결과에 따라 무고와 업무방해, 명예훼손 소송이 더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 지역에도 엘크가 서식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추세로 가고 있으나 현재 쟁점은 신 원장이 납품받아 대구한의대에 유전자 감식을 의뢰한 결과 나왔던 Cervus nelsoni, 일명 로키마운틴 엘크가 실제 알타이지역에도 서식하고 있느냐로 좁혀지고 있다.
일단 녹용 문제가 불거진 이후 일부 한의사들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녹용(원용)을 대구한의대에 유전자 감식을 의뢰한 결과 약 20% 가량이 대록, 일명 엘크인 것으로 판명돼 러시아산 원용으로 현재 유통되고 있는 녹용에 엘크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대구한의대 한방생명자원센터 서정철 교수는 검사결과 Cervus canadensis(이스턴엘크) 뿐만이 아니라 북미산 엘크로 알려진 Cervus nelsoni(Rocky Mountain Elk), Cervus manitobensis(Manitoban Elk)도 검출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북미산 엘크로 알려진 종들이 러시아에 서식하고 있지 않을 경우 광록병으로 수입이 금지된 캐나다 등에서 밀수된 녹용일 수도 있다는 것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럴 경우 상당수의 한의사들이 녹용을 구입하면서 사기를 당한 셈이 된다.

국내에서 사육되는 사슴도 90% 이상이 캐나다 등에서 수입해 번식시킨 대록이지만 가격 등의 문제로 의료기관에는 공급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북미산 대록의 종과 같은 종이 알타이지역에서 사육되고 있다고 확인돼도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종에 대한 차이를 확신하고 다른 품종보다 높은 가격을 주고 구입했는데 같은 품종일 수도 있다면 그 불만은 업계와 학계로 돌아갈 공산이 큰 것이다.
한 한의사는 “녹용과 같이 민감한 약재와 관련해 이것이 사실이라면 전적으로 대학과 학회를 탓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본초는 품종과 함께 생산지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소를 수입해 6개월만 키우면 한우가 된다는 식을 한약에도 그대로 적용시키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많은 수의 한의사들이 “엘크는 원용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에서 엘크가 사육돼 원용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한의계에 패닉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사업단의 한 관계자는 “이제까지 한의계가 녹용의 약성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종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결과가 이 같은 사건을 초래했다”며 “2002년 러시아에서 사육되는 사슴의 종이 다양하다는 정보를 확인했으나 이 사실을 한의계에 밝히지 않은 것은 잘못으로 인정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확인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의협과 본초학회 등이 주축이 돼 위원회를 구성하고 산지에서 녹용을 직접 채취하거나 상대국의 도움을 얻어 봉인해 항공으로 운송하고, 국내에서 DNA 검사를 실시하면 사실은 쉽게 확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급하다면 혈청을 구해 검사를 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한의계 자체적 노력 없이 법률적 판단에만 계속 맡기게 될 경우 시간이 길어져 한의계 내에 불신의 골은 깊어지고, 언론에 잘못 알려질 경우 한의학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조속한 대응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유통사업단은 “우리가 얘기하면 변명으로밖에 비춰지지 않아 협회·학회·연구소에서 밝혀주길 기대했으나 움직임이 없어 업계의 피해만 눈 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며 “필요한 자료는 이미 다 확보돼 있고, 사실이 빨리 밝혀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북미산 엘크가 러시아에서 사육되고 있다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신치호 원장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한의계가 나선다는 데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법적인 문제로 비화되기 전에 대응책 마련이 이루어졌어야 했다”며 “먼저 협회나 학회 등에 보낸 질의서에 성의 있는 답변부터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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