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세계 선수권대회 팀닥터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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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 세계 선수권대회 팀닥터 참관기
  • 승인 2006.04.2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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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싸움으로 인한 부상에 한방치료 돋보여

4월 3~10일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서 열린 아이스하키 세계 선수권대회(디비젼ⅡB조 지역경기)의 팀닥터로 참가하기 위해 한국팀과 3월 31일 오후 9시 인천 공항을 떠났다. 11시간 가까운 비행을 한 후 뉴질랜드 현지 시각으로 4월 1일 오전 11시경(한국과의 시차는 3시간)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재뉴질랜드 체육회 회장과 교민회 사무국장이 선수단을 맞이해 주었고, 선수단의 수송을 담당하는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공항 밖으로 나오며 느낀 점은 공기가 너무 신선하고, 하늘이 너무 맑다는 것이었다. 한국을 출발하기 전에 뉴질랜드에서 유학을 했던 조카의 충고로는 우산이나 우비를 꼭 챙겨가라고 했는데 26도나 되는 온도에다 습기는 거의 없고, 드높은 하늘이 한국의 전형적인 가을 날씨와 유사했다. 사실 남반구에 위치한 뉴질랜드는 지금이 가을이어서 더 그런 것 같다.

□ 숙소에서 □

호텔 3층의 객실에 탁자와 의자는 없고 달랑 TV와 침대만이 놓여 있고 긴 복도의 중앙에 custom laundry 방이 따로 있는 전형적인 여행자 호텔이었다. 선수단이 묵기에는 그리 좋은 시설은 아니었다. 더구나 서랍에 짐을 정리하고, 선수 치료에 필요한 여러 약품들을 풀어 놓고 잠시 쉬기 위해 침대에 앉는 순간 침대가 바닥까지 푹 꺼졌다. 여태까지 팀 닥터를 하면서 갔던 어느 나라보다 침대 수준이 떨어졌다.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 중에 몇 사람이 뉴질랜드에 이민 와서 살고 있는데 그 사람들이 선수단을 방문해서 저녁을 대접한다고 해 downtown으로 이동했다. 교민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가게 되면 대개 이런 대접을 받게 되는데 타국에서 맞이하는 한국인들이 반가운지 이야기 꽃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 연습 경기장 □

작년에 크로아티아서 열린 세계 대회에서 만났던 뉴질랜드 단장에게서 들은 이야기로는 1910년 경 처음으로 아이스하키가 뉴질랜드에 들어 와 거의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지만 뉴질랜드의 체육정책은 럭비를 제외한 종목은 전 국민 건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국가 예산 지원도 럭비에 집중되어 있고, 때문에 아이스링크장의 증설·신설은 생각해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 아이스링크장은 뉴질랜드 전체에 5개 정도가 있는데 오클랜드에 있는 두 개와 남섬의 제일 도시인 크라이스처치에 한 개 정도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대회가 열렸던 링크장인 보타니 지역의 파라다이스 링크장은 500명 정도 밖에는 들어 갈 수 없는 작은 규모였고, 연습을 했던 어번데일 링크장은 보타니 링크장보다 규모가 더 작았다. 선수들의 이야기로는 연습장이나 시합을 하는 링크장 모두 빙질이 좋지 않아서 스케이트 날을 가는데 더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 부상에 대한 치료 □

첫날 연습을 하면서 얼음이 나쁘고, 긴 여행 때문에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연습 도중 한 선수가 넘어져 우측 어깨가 탈구되는 일이 발생했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한 두번씩 어깨의 탈구를 경험해서인지 마치 영화 ‘러셀 웨폰’의 주인공처럼 자신들이 스스로 집어넣는 일에 익숙해(?) 있었다. 그래도 어깨 주위 조직의 손상은 남아있기 마련이라 치료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법.

아이스하키는 배구나 테니스처럼 네트를 사이에 두고 하는 운동과는 달리 적절한 body-checking이 허용되기 때문에 심한 경우는 골절도 발생한다. 작년과 달리 금년 대회에는 그런 불상사는 없었으나 한 선수가 산책하면서 나뭇가지에 눈을 찔려 병원에 함께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대회조직위원회에서 지정한 병원이라서 큰 규모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작은 규모에 환자도 적은 것을 보고 놀랐다. 접수를 하고 약 10분 정도 기다리니까 마오리족 출신의 의사가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진찰결과 cornea laceration(각막 열상)으로 나와서 간단한 처치 후 안연고를 처방 받았다. 대회 준비물로 안연고를 갖고 갔었는데 준비한 연고와는 다른 종류의 성분이어서 다음 대회에는 이 부분도 준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북한 선수들과의 만남 □

이번대회에는 주최국 뉴질랜드를 비롯해 한국, 중국, 북한, 호주, 멕시코 등 6개국이 참가해 풀리그로 진행됐다.
북한 선수들은 평양을 출발해서 중국 베이징에서 싱가포르를 거쳐 뉴질랜드에 입국했다고 한다. 임원으로는 단장 1인, 감독과 코치 각 1인, 팀 닥터 1인(젊은 의사였음), 통역(차림새로 봐서는 기관원인듯) 1인 등 총 5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북한 팀은 호텔의 1층에 배정됐다. 북한 팀은 지난 3월 춘천에서 강원랜드 아이스하키 팀과 두 번의 경기를 가진 바 있어서 안면이 있는 선수들간에는 가볍게 인사들을 하였지만 다른 선수들은 약간 긴장된 모습이었다.

6년 전 이란의 테헤란에서도 북한 선수들을 만난 적이 있었지만 그때도 적잖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던 북한 선수들이 떠 올랐다. 대회가 진행되면서 경기시간이나 연습시간이 서로 달라서 자주 마주치지는 못하였지만 식당에서 만날 때는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한국 선수들이 간식으로 과일이나 식품을 사면 북한 팀에게도 선물을 해주고, 몇몇 선수들은 개인 장비를 선물해 주기도 하고, 한국 팀 감독의 경우에는 북한 유망 선수에게 스케이트도 선물로 주었다. 나도 북한 의사에게 허리벨트를 선물했다.

□ 아쉬움을 뒤로 한 채 □

중국이 1위, 한국은 중국에 패해 4승 1패로 2위, 호주가 3위를 한 가운데 대회가 끝났다. 대표팀과 함께 여러 대회를 다니다 보면 자주 만나는 타국의 임원들과 많이 친하게 된다. 뉴질랜드 단장, 호주 단장과 의무 분야를 지원해 주는데 열심을 다해준 뉴질랜드의 Dr. Simpson, medical supervizor인 일본인 의사가 그런 사람들이다. 다음 대회에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선수단은 10일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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