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정책은 신중할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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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정책은 신중할수록 좋다
  • 승인 2006.05.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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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구사, 안마사, 한약업사 관련법 개정이 하반기국회로 연기되면서 한숨을 돌린 한의협은 이번에는 국립 한의대 설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립대에 한의대를 설립하도록 하겠다는 한의협의 결정이 안에서는 서울대가 아니면 안 된다는 일선한의사의 반대에, 밖에서는 양방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혔다.

한의협은 부랴부랴 지부 순회 정책토론회를 개최하여 일선 한의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비판적인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것처럼 보인다. 국립 한의대를 둘러싼 한의계 내부의 이견들은 다양한 의견의 표출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지만 그 시점이 너무 늦었고 의견도 그리 치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체계적으로 수렴될 것 같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적어도 국립 한의대와 같은 한의학의 미래가 걸린 중대 사안이라면 오랫동안 논의에 논의를 거듭해서 제기된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걸러 완성된 대안을 만든 뒤 정부에 건의했어야 했다. 왜 서울대에 설치돼야 하는지에 대한 절실하고 분명하고 타당한 근거가 없이 당위적으로 주장하게 되면 복잡한 추진과정에서 정책실무자들이 힘을 받을 수도 없거니와 한의계 내부의 의견조차 통일시킬 수도 없게 된다. 충분치 못한 의견을 바탕으로 억지로 추진하게 되면 생기는 것은 갈등과 분열밖에 없다.

좋은 정책은 타이밍도 좋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깊은 연구와 여론의 검증을 거쳐 숙성될 때 나온다. 오래 익어야 내부성원의 속생각과 사회적 반대세력, 정책추진당국의 의도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채택된 정책은 추진시 무리가 따르지 않는 법이다.

한의계는 과거 이런 기본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아 정책적 혼선을 누차 겪었다. 한의사전문의제는 두말할 필요조차 없으며, 한약정책, 보험정책, 의료인력의 적정기준, 시장개방, 양의사와 무자격자의 불법 한방의료대책 등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목표와 방향을 정확히 설정한 뒤 정책을 추진했는지 의문시된다. 한의계가 장기적인 목표와 그것이 초래할 결과들을 깊이 고민하지 않고 상황논리에 밀려 즉흥적으로 추진했다는 지적을 한두 번 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30여년에 걸친 치과와 약사 단체의 정책 추진 사례는 타산지적으로 삼을 만하다.

어설픈 대응은 안하느니만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정책이 결정되는 직전의 상황에서나마 한 템포 호흡을 조절해 빠트린 부분은 없는지, 절차적 하자는 없는지 짚어보는 여유를 가져봄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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