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주 칼럼] 의대에서의 한의학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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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주 칼럼] 의대에서의 한의학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 승인 2006.11.1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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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까지 전국 41개 의과대학 중에서 한의학 관련 과목이 정식으로 개설된 곳은 연세대, 이화여대, 가톨릭대 등을 포함하여 10개 대학에 불과했다. 2004년에 순천향대와 한양대 두 곳이 더 늘어났고, 2005년 이후에는 점점 더 많은 의대에서 한의학을 교과과정에 포함시켜 현재는 20여개 대학으로 늘어났다.

이전에는 주로 한의학개론, 동양의학 등의 과목으로 개설되었지만, 최근에 개설되는 곳은 한의학 단독으로가 아니라, 보완대체의학 과목으로 강의되는 경우가 많고 선택과정으로 개설되기도 한다. 학교마다 시간 수와 커리큘럼은 다르지만, 대부분 전체 16시간 중에서 한의학이 4시간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며, 한의사나 한의대 교수가 강의하기 보다는 보완대체의학에 관심을 가진 의사가 강의자가 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배정 시간 수가 적고, 강의 내용이 의대생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아, 실제 학생들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상당히 오래 전부터 강의가 진행되어 왔던 학교 출신이라 해도 강의 결과 한의학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보완대체의학이 강조되는 분위기 하에서는 어떻게 교육하는 가에 따라서 학생들의 관심유발, 태도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06년에는 국립대 중에 처음으로 서울대에서 한의학 강의가 이루어졌다. 필자가 강좌 준비를 맡았던 서울대의 경우, 강의 6시간, 토론 2시간의 수업에서 한의학이 4시간 강의되었는데, 거부감과 비판적 태도가 기저에 깔려있긴 했지만, 학생들의 높은 관심 속에 강의가 진행되었다. 한방 진료의 실제에 대한 궁금함들이 많았고, 치료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지, 과학화라는 개념에 대해 한의계가 전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는지 등에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한의사의 CT 사용 문제와 관련해서 한의계는 한의대 교육과정에서 진단방사선학을 배우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었다. 그 당시 개원가 의사들 사이에서는 ‘우리도 교과과정에 한의학을 넣고, 침과 보약을 사용하면 되는 것 아니냐’라는 말도 많이 있었다. 또 의료일원화를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교육과정의 교류, 통합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완강하게 한의학을 거부하던 대학들에서 이제 보완대체의학이라는 이름으로 한의학을 가르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내용을 공부하기를 원하는 학생들의 요구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의대 측에서는 한의학을 선택과정(혹은 대학원과정)으로 개설하게 될 가능성도 많으며, 보다 적극적으로는 학생 교환 교육과정을 제안할 수도 있다고 보인다.

한의계의 태도나 요구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이런 움직임에 대한 한의계의 입장 정리와 준비를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는 시점이다. 그동안 ‘의사들도 한의학을 알고서나 비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었는데, 정작 한의학을 배우겠다고 한다면 의사나 의대생들에게 한의사가 한의학을 가르쳐야 하는가? 가르친다면 목표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한의학에 대한 태도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인가 아니면 그 이상이 될 수 있는가? 또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그 목표 달성에 부합할까? 필자 혼자 고민해서 답을 내리기에는 너무나 크고 중요한 문제로 생각되어 이 지면을 빌어 독자 제현의 지혜를 구하고자 한다.

[필자주 = 필자는 복수면허자라는 이유로 부족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칼럼 필진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서양의학과 양의사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는 조건을 활용하여 두 의학의 의사소통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본문에 제기된 문제에 대한 의견 개진 뿐 아니라 질문 혹은 칼럼에서 다루었으면 하는 내용들이 있으시면 민족의학신문에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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