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60갑자와 시간 그리고 동양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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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60갑자와 시간 그리고 동양의학
  • 승인 2006.12.0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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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갑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한국인을 위하여

이 책은 원래 四柱에 물들어 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경고이다. 하지만, 사주라는 것이 정교하게 짜여진 나름대로의 틀이 있어 많은 사람에게 너무나 오랫동안 우리의 의식을 지배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기 때문에 좀처럼 이에 대한 부정을 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더구나 한의학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사주와 運氣學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한편으로는 그것으로 질병을 예측하고 치료하는 수단이 생길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질병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한 것보다 질병을 예방하고 생긴 질병을 치료하여 어떻게 하면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는가가 의학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원천적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모든 능력은 하늘과 인간을 매개하는 무당으로부터 나온 것이기 때문에 의(醫)가 무(巫)에서 출발하였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의학은 이러한 무격(巫覡)적 요소를 배제하고 질병에 대한 합리적인 대책을 내놓기 위해 오랜 세월동안 고민하고 많은 해결책을 내놓았음을 역사를 통하여 증명해왔다. 그리하여, 일찍이 『黃帝內經』에는 ‘귀신에 얽매인 자에게는 지극한 의학의 도리를 말할 수 없다(拘於鬼神者不可與言至德)’고 하였으며, 편작(扁鵲)의 육불치(六不治) 가운데 하나가 ‘무당만을 믿고 의사를 믿지 않음(信巫不信醫)’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후 의학은 꾸준한 질병분류와 진단 및 치료원칙들을 각 시대마다 개발하며 발전해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자는 사주와 60갑자의 간지기시법(干支紀時法)을 통해 시간계산법에 얼마나 잘못된 방식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허구성을 낱낱이 밝히면서 시간이라는 개념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력을 보이고 있다.

경탄할만한 그의 접근법은 역사와 철학 그리고 의학과 천문학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인문학적 접근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그동안 궁금하면서도 놓치고 있었던 부분들에 평이한 문장으로 상세한 설명을 아끼지 않고 있음을 이 책의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특히나, 사주명리학에 쉽게 빠질 수 있는 한의학도에게 그것이 사이비이론이라는 것을 조용하면서도 준엄한 어조로 논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연하게 이끌어가고 있음이 이 시대를 이끌어갈 많은 후배들에게 값어치 있는 교훈이 될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 아울러, 동북공정이라는 역사침탈이 의학에 있어서도 시작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있어 민족의학에 대한 자긍심과 읽어버린 우리 의학의 역사를 그 출발점에서부터 깊이 있는 고민을 보여주고 있음이 또한 이 책의 두드러진 특징이라 하겠다.

이제 우리는 동북공정이 아니라 한의학공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의 일련의 작업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東醫寶鑑』에 맞서서 중의학(中醫學) 자체를 모두 유네스코에 등재시킬 그들의 심사를 알아차려야 할 것이다. 許浚의 『東醫寶鑑』에 앞서서 양예수(楊禮壽)의 『醫林撮要』도 이미 그들은 연구를 끝내고 그들의 책으로 출판해내고 있는 현시점을 그냥 간과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우리 것을 지키고 나아가 우리의 기억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는 우리 의학문화를 다시금 발굴해내고 재창출할 이 시점에서 이 책의 일독을 어찌 권하지 않으랴! <값 3만원>

김홍균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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