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17] 保童秘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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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17] 保童秘要
  • 승인 2006.12.08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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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소아의학의 흔적을 찾아서

다소 생소한 이름의 이 책은 현재 失傳되어 원래의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그 내용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것은 『醫方類聚』·소아문에 인용된 것이다. 특이한 점은 중국문헌에는 이 책과 관련된 기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인데, 현재까지 『四庫全書』를 비롯한 중국의 역대문헌 가운데 이 책의 遺文은 물론 책의 존재에 대한 기록조차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우리나라 의서에만 그 기록이 남아있어, 『의방유취』말고도 『鄕藥集成方』에 9개 조문 12가지 처방이 인용되었고 『醫林撮要』에 1곳이 등장한다. 일찍이 金斗鍾은 『한국의학사』에서 “본서가 소아과의 전문서로서 당시 고려인들의 실용에 많은 참고가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라고 하였다.

우리 문헌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 책의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이다. 태종 12년(1412) 8월7일조에는 史官 金尙直에게 忠州史庫의 서적을 가져다 바치도록 명하였다.
많은 책 중에는 의서도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小兒巢氏病源候論』, 『五臟六腑圖』, 『廣濟方』, 『陳郞中藥名詩』, 『神農本草圖』, 『本草要括』, 『王叔和脈訣口義辯誤』, 『黃帝素問』 등이며, 이와 아울러 오늘의 화제인 『新彫保童秘要』란 서명이 보인다.

따라서 이미 오래 전에 조선에서 간행하여 史庫에 보관되어 왔을 것으로 추정되며, 다량의 의서를 꺼내어 어떻게 했는지는 며칠 뒤의 기록에서 확인된다. 즉, 동년 8월 12일조에는 “春秋館 소장의 醫方諸書를 內藥房에 거두어 간직하였다”고 기록한 것으로 보아 內醫院에서의 의약연구 목적으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金代의 劉完素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일본의 고증의학자인 丹波元胤이 『中國醫籍考』에서 단지 ‘劉氏完素 保童秘要 二卷 存’이라고 한데서 기인한다.
또 丹波元堅은 일찍이 『의방유취』 안에서 중국에서 이미 오래 전에 잃어버린 여러 가지 문헌을 채록하여 모아두었는데, 이른바 ‘醫方類聚採輯本’이라 부른다. 이 중에는 『보동비요』도 들어 있는데, ‘二卷二冊 金 劉完素撰’이라 하였다.

최근 중국에서 출판된 이 책의 복원본 몇 종류가 선보였는데 역시 조선의 『의방유취』에서 ‘보동비요’ 인용문을 발췌하여 엮은 것들이다. 게다가 이들은 한결같이 이 책이 유완소의 저작이라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한편, 부족한 부분을 유완소의 다른 저작인 『宣明方論』에서 임의로 발췌하여 보충하거나 『素問病機氣宜保命集』을 참고하여 改作한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 채집한 내용에는 『의방유취』 편찬자의 교감주석이 그대로 원문으로 편입된 곳도 적지 않아 원래의 모습을 복원했다기 보다는 부정확한 원문을 억지로 꿰맞춰놓은 듯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또 실제 『보동비요』를 깊이 관찰한 연구자에 따르면 내용상 구성과 처방이 유완소의 저작이라 보기에는 의심스러운 점이 많고 일본의 기록 또한 부정확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 책에 들어있는 처방이나 약재, 나아가 용약법 등에 이르러서는 판이하게 유완소의 치법과는 차이를 보이며, 오히려 『천금방』이나 『성혜방』과의 유사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다른 한편 이 같은 사실은 고려 약방에서 펴낸 『신집어의촬요』가 전래의 향약방에다 ‘천금’, ‘성혜’와 같은 방서를 참고하여 꾸몄다고 밝힌 사실과 일맥상통해 보인다.

이 책은 최근까지 학계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서적이었으나 『의방유취』나 『향약집성방』에 주요한 소아전문서로 인용되었고 조선왕조 초기에 내의원에서 매우 중요하게 연구된 것으로 미루어 보아 고려 후기에서 조선 초기에 걸쳐 조선 의가들에게 널리 읽혀졌으리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중국 의서에는 보이지 않고 우리 기록에만 등장하는 실전의서라는 점에서 조선 초기 소아의학의 특징적인 모습을 살펴보는 데 매우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新羅松子와 波斯靑黛가 약으로 쓰이는 이 책의 실체가 선명하게 드러날 때까지 연구자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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