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래포럼 제5차 토론회 □
한방의료기관의 경기는 성장인가 정체인가, 아니면 후퇴인가?
지난 4일 본사 세미나실에서 열린 한의학미래포럼(대표 이충열) 참가자들은 ‘한의계 경기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시도했으나 쉽지 않음을 확인해야 했다. <사진>
박용신 씨(청년한의사회 공동대표·한미래포럼 운영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장욱승 실장(본사 보건경제연구실)과 이종수 교수(경희대 한의대)의 발제를 청취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590호 기획란 집중토론 참조>
장 실장은 한의계에서 유일하게 실증 자료인 보험통계와 약재사용량에 의거해 한방의료기관의 경기를 추정했다. 그 결과 ▲건보환자의 증가율 감소와 한약의 수요 정체로 인한 개별 한의원 수입의 감소 ▲지역별 세대간 한의원 수입의 격차로 인한 경쟁 심화를 확인하고 입원기능의 강화와 증가하는 노인질환에 대한 대응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반해 한의원 경기를 한의계의 내재적 변수에서 전망한 이종수 교수는 한의원 경기가 위기라고 진단하고 가장 큰 원인을 학술적 요인에서 찾고자 했다. 그는 서양의학과 중의학을 받아들이면서 비판적으로 수용하지 못한 반면 국제질병사인분류 등 받아들여야 할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환자들의 한방의료이용률 감소의 주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한의계가 의료계의 환경변화와 적정비용 고효율화 정책, 표준화 정책 등 사회적, 정책적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을 게을리 한 데에도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들은 입원과 외래 부문에서 환자와 진료수입 감소 지적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침체원인에 대해서는 분석이 미흡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한의원 경기를 막연히 어렵다고 분석했을 뿐 그 어려움이 한의계만의 문제인지, 의료계 전반의 문제인지 분석이 가해지지 않았고, 한의계만의 문제라고 한다면 그것이 일부 한의원의 문제인지 전체 한의원의 문제인지 분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의계의 현상으로 진단된 양극화에 대해서도 원인을 제대로 짚지 않았다는 아쉬움도 표시했다. 토론자들의 비판은 경영분석만 있고, 경제분석이 없었다는 지적으로도 연결됐다.
내재적 원인론과 외재적 원인론을 둘러싼 대립도 뜨거웠다. 특히 논란은 개별 한방병의원의 수입이 감소했다면 그 원인이 제도변화에 적응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신뢰저하로 볼 수 있느냐는 데 모아졌다. 토론자 가운데는 학술능력, 혹은 치료능력의 저하에 근본원인이 있다고 동의하기도 했다. 경영만 있고 알맹이는 없는 프랜차이즈한의원이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그러나 학술적 문제와 더불어 외부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가 아니냐는 의견도 만만찮았다. 한방의료기관의 컨텐츠를 서양의학과 차별화하지 못한 데 근본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경기진단 방식에 따라 개선대책도 다르게 표출됐다. 내적 변수를 중시하는 경우에는 1차의료인으로서의 ‘실력향상’이나 치료의 가이드라인 제시 등이 강조된 반면 경기라는 외적 변수에 무게중심을 둔 경우에는 시장의 흐름을 반영한 전략이 강조됐다. 특히 후자의 방안으로는 한의학에 대한 경제학적, 문화적 접근방법이 제시됐다.
이날 토론은 한방의료기관의 경기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이라는 데 의의가 있었지만 한방의료기관 경기를 분석할 수 있는 통계자료의 절대부족으로 한계를 보였다.
이에 따라 한방의료기관 경기분석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개원 연차별 심층면접, 한의원 경기지수 개발 등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충열 한미래포럼 대표는 “기초자료가 없어 명쾌한 분석과 대안제시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기초연구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이번 포럼의 중요한 성과”라고 자평했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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