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인터뷰] 이충열 경원대 생리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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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인터뷰] 이충열 경원대 생리학교실 교수
  • 승인 2006.12.1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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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한의계 1년을 돌아보며

다음해를 맞이하기에 앞서, 개인적인 인생사나 혹은 자신이 속한 집단과 사회가 과연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점검해 보게 되는 연말이 됐다.
한의계 각 분야에서 분주하게 활약한 이들 가운데서도 특히 대한한의학회 부회장으로 제도권의 학술정책 영역의 주요현안을 다룬 이충열 경원대 한의대 교수(48·생리학교실)의 다양한 활동이 눈에 띈다.

먼저 제도권에서는 대한한의학회 부회장으로 합류하면서, 용어 및 의료정보표준화 위원장의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에서 10년 만에 추진하는 한의대 학습목표 개정사업을 총괄하는 등 학술 정책 분야의 굵직한 현안을 맡아 추진했다.
한편 제도권 바깥 영역에서는 한의학미래포럼(4월 창립) 대표와 한국의철학회(6월)부회장을 맡아 한의학의 정체성에 관련한 논의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광범위한 활동을 펼쳤다.

이번 송년특집호에서는 한의계에서 가장 바쁜 한해를 보낸 이충열 교수 인터뷰를 통해 금년의 회고와 함께 한의계 담론을 주도하고 있는 그의 한의학에 대한 시각을 들어보았다.


한의계 담론에 ‘균형추’ 역할

▲대한한의학회 임원진으로 합류하게 된 동기는?
=한의학 용어 표준화 사업으로 연계가 됐다. 2004년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사무국은 전통의학 표준용어 개발사업을 진행했고, 한국측 대표로 참여하게 됐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국내 정부차원에서 국가보건의료정보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의 건강정보를 의료인·정부·연구자가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사업인데 지금은 기초작업으로 의료정보의 표준안을 만들고 있다. 한의학은 양방, 치과 등 13개 분과 중 ‘한방용어’로 들어가 있고 이 사업도 자연히 용어표준과 관련되어 여기에도 참여하게 됐다.
한의계에서는 학술을 대표하는 기관인 학회가 한의학 용어 및 의료정보에 관련된 각 라인의 사업을 총괄하는 구심점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라 학회에서 그 일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의학 용어, 학습목표 사업의 진행 경과는?
=한국 한의학 용어 표준안은 한의학회를 통해 그 첫 번째 표준집이 마련된 바 있고, 이것이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사무처에서 전통의학 용어표준을 만드는 데 한국의 안으로 반영됐다. 한의학용어는 수집에서 분류, 용어간의 관계 정립 등을 통해 체계화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한의학 용어집은 용어를 선정해 놓은 수준으로 이들의 개념화, 관계정립을 통해 완성된 형태로 나아가기에는 더더욱 손이 필요하다.
지금 계획하고 있는 것은 이들을 어떻게 체계화해야할 것인지 매뉴얼을 개발하는 것이다. 용어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외에도 향후 학술정책분야에 다양하게 쓰여질 것이다.
한의대학습목표는 그동안 손을 놓았다가 10년 만에 개정됐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당장 한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기점으로, 한의학교육의 형태는 변화를 요구받게 된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개정판은 현실상황을 반영하는 데 목표를 두었고, 차후에 학술정책차원에서 장기적인 방향성 설정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의계 내부 소통의 場 한미래포럼

▲한의학미래포럼·한국의철학회에 활동하게 된 배경은?
=지금 한의계의 변화는 외부에 의해 이끌려가는 형국이다. 한의계의 주요 정책과정에서도 그 이면에 한의계 내부에서 충분히 논의되어진 담론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한의계 각 그룹들 사이에 의사소통구조가 없는데, 이런 구조에서 한의학과 한의계의 정체성 및 방향성을 어떻게 설정하고 모색해야 할지 논의되지 못했던 것이다.
한의계는 복잡 다양한 문제에 부딪히면서, 내부소통의 필요성이 증가했고 그 와중에 한의학미래포럼·의철학회와 같은 소통의 공간이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고, 뜻을 모은다는 취지에서 합류했다.

▲한미래포럼 대표로서 갖는 기대감은?
=본격적으로 한의계의 내부소통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 의미가 크다. 지난 12월 5차 포럼을 개최했는데, 비록 시작단계여서 한의계 내부의 일부 관심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회를 거듭해나가면 논의의 수준이 높아갈 것이고 참여자의 폭도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생의학 닮아가는 과정

▲ 한의계의 현 주소, 그리고 지난 한해를 어떻게 평가하나?
=큰 흐름에서 볼 때, 한의계는 생의학 닮아가기 과정에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지난 한 해도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한의학의 생의학화’라는 관점에서 핵심적인 사안이 ‘과학화’ 문제이다. 그래서 한미래포럼에서도 이 문제를 다룬바 있었는데, 현실적으로 이미 ‘과학화’는 바꿀 수 없는 흐름이 돼버렸고, 과학화를 통해 한의학은 주변의 주류의학·대체의학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정체성과 관련된 대표적 예가 한국질병사인분류 수용에 대한 논쟁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지금 한의계가 갖고 있는 한방표준질병사인분류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극복될 수 있는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한의학의 정체성이다.
생의학과 같은 모습으로 치닫다보면 한의학으로 남겨지는 것은 없다. 세계보건기구에서 한의학을 비롯한 전통의학 질병분류체계를 국제보건의료분류체계에 반영키로 결정한 상황이고, 내가 관여하고 있는 국가 보건의료정보화사업 한방용어분과 팀에서 질병명을 정리할 예정이다.

“획일적 과학화 일변도는 위험”

▲정체성을 고수하는 극단적인 의견을 가진 것으로 비춰지는데, 한의학의 방향성에 대한 견해는?
=한의학은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과학화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지금의 한의학 실험논문은 서양의학과 견주어서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문제는 획일적인 과학화 일변도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우리의 현 과제는 ‘무엇을 어떻게 과학화 할 것인가’이다. 획일적인 과학화만 추구한다면, 결국 과학화의 컨텐츠인 한의학은 없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전통한의학을 고수하는 집단, 그리고 다양한 방향으로 과학화를 연구하는 집단 사이에서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의계 소통을 전제로 한 ‘한의계의 균형적 발전’, 그 속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는 것이 한의계에 대한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되길 바란다.

민족의학신문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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