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주 칼럼] 누가 한의학 교육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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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주 칼럼] 누가 한의학 교육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가?
  • 승인 2006.12.1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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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에서의 한의학 교육의 내용은 다른 교육과 마찬가지로, 추상적으로 설정된 학습목표나 사용하는 교재보다는 결국 강의자가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정해지는 부분이 크다. 그렇다면 누가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가라는 문제가 다음으로 제기된다. 한의학은 한의사가 가르쳐야 하고, 한의대 교육은 기본적으로 한의대 교수님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의사나 의대생들에 대한 교육에서도 한의대 교수님들이 교육 주체로 가장 적합한가에 대해서는 좀더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어떤 내용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그 주제에 관해 잘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을 대상에 맞게 잘 전달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피교육자가 알아듣기 힘들다면 교육 효과가 적기 때문이다. 많은 의대에서 강의자로 복수면허자를 선호하는 것은 좀더 객관적, 중립적인 입장에서 강의할 것이라는 공식적인 이유 외에도, 의사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사례를 사용하여 강의하는 것이 학생들에게서 더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도 크다고 보인다. 짧은 시간의 강의에서는 한의학의 이론 체계를 그대로 소개하기 보다는 그들이 무엇을 궁금해 하며, 어떤 것을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전달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강의자가 한의학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한의계를 대표할 수 있는지일 것이다. 면허를 가진 한의사라는 것은 한의학을 잘 할 수 있는 필요조건 중 하나이지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학파와 학회로 나뉘어져 임상이 이루어지고 있고, 공교육 보다는 사교육에 많이 의존하는(?) 한국 한의학의 현실에서 이 문제는 더욱 중요해진다. 서열화되어 있는 의과대학과 병원체계에 소속된 의사, 교수들이 서양의학의 대표성을 가지는 것에 대해 양의학계와 일반 대중 모두 인정하는데 비해, 한의대와 부속 대학병원의 권위는 내부에서나 외부에서나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몇 년 전 한의학연구원 주최 심포지엄에서 있었던 일이다. 연자인 조장희 박사가 “경혈의 특이성이 없다”는 취지로 경락 경혈 이론 자체를 부정하는 논문을 발표하자 많은 사람들이 반론과 질문을 하려던 차였다. 자신을 모 한의대 침구과 교수라고 소개하신 분이 “나도 임상 많이 해보았는데, 아무데나 찔러도 낫더라. 경혈 특이성 같은 것 없다는데 동의한다”고 발언해 적잖이 놀라고 화가 나기도 했던 적이 있다. 얼마 전 모 학회에서는 모 대학 부속 한방병원장님께서 “과학적으로 검증되어야만 의학이다. 한의학은 과학이 아니다”라고 소리높이 이야기하시는 것을 듣기도 했다. 몇몇 사람의 예를 일반화시켜서는 안되겠지만, 한방 전문의의 수련 교육과정과 한방병원의 시스템 자체가 만들어낸 서글픈 현실의 단면이라고 생각되었다.

드디어 한의계의 숙원 사업이던 국립 한의학전문대학원이 선정되었다. 얼마나 많은 예산을 들여 학교와 병원을 크게 짓는가도 중요하겠지만 역시 문제는 사람이다. 국립 한의학전문대학원이 진정 한의학 발전과 도약의 토대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과 연구를 담당할 교수진 충원이 가장 중요하다.
‘연구 중심’을 강조하는 만큼 타 학문 전공자들도 필요하겠지만, 한의사들이 학교의 중심에 서서 교육과 진료방향을 이끌어 나가야할 것이다. 학연이나 지연, 한의대 교수 경력이라는 기준 보다는, 우리가 진정으로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할 한의학의 정수(精髓)에 대한 애정과 신념, 헌신의 열정과 능력이라는 기준으로 선정된 한의사들로 훌륭한 교수진이 꾸려지길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필자 e-mail : young05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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