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생애설계와 자산운용(3) - 땅도 수입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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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생애설계와 자산운용(3) - 땅도 수입하는 시대
  • 승인 2006.12.2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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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 폭락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의 일이다. 당시 필자는 일본 도쿄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잘 알고 지내는 일본인이 찾아와 일본의 땅값이 얼마나 비싼가를 이야기했다. 일본 도쿄 중심가에 왕궁이 있는 지역을 치요다쿠라고 하는데 이 구 하나만 당시의 시세로 팔면 그 돈으로 캐나다 땅을 전부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치요다쿠는 서울로 치면 창경궁, 경복궁이 있는 종로구와 같은 지역이다. 그곳의 땅값이 얼마나 비싸기에 캐나다 전체의 땅값과 맞먹는다는 말인가?

도쿄만이 아니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본 전국의 땅값이 그렇게 비쌌다. 일본의 땅값은 1980년대 중반부터 급등을 시작하여 피크를 이루었던 1990년의 토지가격 지수는 1980년대 초 지수의 5~6배 수준까지 올라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90년대 이후 하락을 계속하여 2006년 말 현재는 80년 초의 수준으로 되돌아와 있다.

18세기 후반에 영국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영국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전국의 땅값이 계속 상승을 하고 있었다. 영국은 섬나라이다. 바다를 메워서 약간 땅을 넓힐 수는 있지만 땅 자체를 해외에서 사올 수는 없다. 땅은 수입해올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다소 비싸게 사더라도 계속 보유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오른다. 이것이 땅값이 장기 상승을 한 이유였다.

그런데 이렇게 계속 오르던 땅값이 어느 날 영국 정부가 내린 조치 하나로 급락세로 돌아선다. 그 조치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쓰는 세무조사도 아니고 자금출처조사도 아니었다. 바로 유럽대륙으로부터 밀 수입을 자유화하는 조치였다. 영국은 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이다. 따라서 영국 국내에서 생산되는 밀밖에 먹을 수 없을 때에는 인구가 늘고 경제가 성장을 하여 밀 값이 오르게 되고 밀값이 오르면 밀 생산을 하는 영국의 땅값도 따라서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밀 수입이 자유화되면서 사정은 달라진다. 해외에서 국내가격의 절반 또는 1/3 가격으로 밀을 수입해온다는 것은 간접적으로 땅을 싼값에 수입해오는 것과 똑 같은 효과가 있다. 이런 인식이 확산되면서 영국의 땅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바로 그런 시기에 들어섰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한 땅은 약 9만㎢의 좁은 면적이다. 휴전선이 가로막혀있고 삼면이 바다이다. 과거 60년 동안 우리나라는 섬나라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런데다가 수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의 농산물을 마음대로 수입해올 수 없었고 국내기업이 마음대로 해외에 공장을 지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해외 농산물을 국내가격의 절반 가격 또는 1/10 가격으로 얼마든지 수입해올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국내기업 또한 얼마든지 해외에 공장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국내 땅값은 기업이 사서 올려놓은 측면이 매우 컸었는데 이제는 땅을 사려고 하는 기업이 거의 없다.

더 놀라운 사례가 또 있다. 공동체 운동을 하는 국내 어느 종교단체는 재작년에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에서 집단농장 하던 자리를 빌려 농장을 시작했다고 한다. 반듯하고 비옥한 땅 13만평을 49년 계약으로 러시아 정부로부터 빌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13만평에 대한 1년간의 임차료는 단돈 100달러였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일할 근로자들은 북한으로부터 200명을 데려왔다. 북한 당국이 200명을 보내주면서 내건 조건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농장장은 남한 사람으로 하지 말 것, 또 하나는 근로자 200명에 대해 1인당 월급을 50달러씩 지급하라는 조건이었다. 따라서 그 종교단체는 미국 국적을 가진 재미동포를 농장장으로 하기로 하고, 1인당 한화 5만원정도의 월급을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200명을 데려다 농장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또 많다. 만주 흑룡강성에 1억 평을 거의 무상으로 빌렸다는 등등의…

우리나라도 이제 땅은 얼마든지 수입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들의 인식은 바뀌지 않고 있다. 토지가 수용되어 땅값을 보상 받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또 땅을 산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땅에 대한 지나친 집착, 신앙을 갖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도 필자는 서울근교에서 땅값을 보상 받은 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일이 있었다. 지나치게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조는 앞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자산의 비중을 높여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내용의 강의였다.

그러나 강의를 듣는 분들의 반응은 대부분이 필자의 강의에 수긍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땅값을 보상 받은 돈으로 또 땅을 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표정이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서 돈을 벌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그런 방식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개방화 시대에도 이와 같은 부동산 불패신화는 계속될 수 있을 것인가? 한번쯤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이다. <계속>

강창희(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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