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21] 渤海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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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21] 渤海考
  • 승인 2007.01.1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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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제국, 渤海本草의 遺痕

중국의 東北工程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고 날로 거세지고 있다. 중국과 북한의 국경에 연접한 고구려 문화유적에 대해서는 다행히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게 되었다지만 고구려 유민이 건국했다는 발해왕국에 대해서는 민족구성에서부터 시작하여 그 정체성에 대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가뜩이나 사료가 부족한 터에 주요 유적 또한 중국의 동북지역이나 러시아의 연해주 일대에 분포되어 있어 연구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발해의 의학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다행히도 최근 발해사 속의 작은 단서를 밑거름으로 발해의학의 흔적을 복원해 낸 의미 깊은 연구결과가 있기에 그중 일부만을 소개하고자 한다.
오늘 얘기할 대상문헌은 조선 후기 柳得恭(1748~1807)이 지은 『渤海考』로 이 책의 物産考에 보이는 특산물 몇 가지가 희미하게나마 발해의학을 그려볼 단서가 되었다.

가장 먼저, 이야기의 단초가 되는 것은 이른바 백두산의 산토끼이다. 갑자기 웬 토끼타령인가 할 터이지만 ‘太白山토’라 되어있는 원문에 대한 기존의 해석이 ‘백두산의 토끼’로 잘못된 것이다. 토는 원래 ‘새삼’을 말하며, 그 씨앗인 토絲子는 흔히 쓰는 한약재이다.
토끼는 한반도 전역에서 자생하는 토착종이므로 새삼 발해의 특산물로 꼽을 까닭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조대 네 명의 檢書官 가운데 한분으로 文名을 날렸던 유득공이 兎와 토를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허술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더구나 보다 확실한 증거는 『神農本草經』에도 보이지 않았던 이 약재가 그 후 梁代 陶弘景(456~536)이 지은 『名醫別錄』에 ‘조선의 내와 연못, 밭과 들에서 난다(生朝鮮, 川澤田野)’라고 기록된 것을 보더라도, 애초에 중국에서는 이 약재가 나지 않았고 옛 조선의 영역에 흔하게 있었던 것을 중국에서 수입하여 썼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南海昆布 즉, 남해부의 다시마를 들 수 있다. 다시마는 寒海性 식물이기 때문에 한반도 동해안과 북해도 일원에서만 생산되었으며, 중국으로서는 자체적으로 생산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고려시대까지 중요한 교역품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 역시 『名醫別錄』에 ‘다시마는 동해에서 나는데, 지금은 오로지 고려(고구려)에서만 난다(昆布生東海. 今惟出高麗)’라고 한 것을 봐도 발해의 중요 수출 품목이었음을 알 수 있다.
다시마는 옛날부터 우리 민족이 즐겨 식용해 왔으며, 산후조리에 미역국을 먹여 몸의 부기를 빼내는 것은 우리만의 독특한 출산풍속이다. 후대 李時珍이 편찬한 『本草綱目』에도 열두 가지 水腫을 다스리고 積聚와 惡瘡을 치료한다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귀한 약재로 활용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로는 책성부의 두시(柵城시)이다. 책성부는 발해의 동쪽 오늘날 연길지방으로 일찍이 동부여가 자리잡았던 지역이다. 그런데 이 메주를 뜻하는 시는 『博物志』나 『史記』와 같은 중국문헌에 본래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라 하였고, 시를 ‘고려취’라고 한 것으로 보아 우리 민족으로부터 시작된 고유의 음식문화이다.
또한 『三國志·魏志東夷傳』에 고구려 사람이 발효식품을 잘 만든다는 뜻으로 ‘善藏釀’이라 했는데, 어떤 종류의 발효식품인지는 몰라도 술 빚기, 장 담그기 등의 기술이 좋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 삼국시대부터 발효식품을 만드는 전통이 일찍 확립되었음을 알 수 있다.

구체적인 문헌자료로는 『三國史記』 神文王의 폐백품목에 ‘醬, 시’라는 용어가 보인다. 또 『新唐書』에는 고구려 유민이 세운 발해의 명산물로 ‘시’가 등장한다. 이것이 바로 『渤海考』의 ‘시’와 일치하는데, 東漢의 張仲景이 지은 『傷寒雜病論』에 ‘梔子시湯’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치료효능이 있는 약재로서 이용되어 왔던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발해의 ‘시’는 음식으로서의 된장이 아니라 약재로서 쓰인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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