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 또 하나의 세계 운남 소수민족 의학 탐방기(20)
상태바
[탐방기] 또 하나의 세계 운남 소수민족 의학 탐방기(20)
  • 승인 2007.01.19 13: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다이족의 의약(2) - 4塔5蘊이론

■ 바람과 불과 물과 흙

다이족의 의학적 체계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이른바 ‘4탑5온’(四塔五蘊)이론이다. 이 이론은 다이족의 민족적 특색을 잘 드러내는 것이면서, 불교적 사상이 어떻게 의학적 이론에 반영되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즉 다이족의 의학은 지구상에 체계를 갖추고 남아 있는 유일한 불교의학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 가운데 4탑이란 이른바 ‘바람과 불과 물과 흙’이라는 이름을 가진 물질적 실체로서, 불교의 우주구성 4대요소론과 일치하는 개념이다. 즉 다이족의 의학에서도 4탑은 우주만물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임과 아울러 사람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기초요소로 설정되고 있다.

즉 다이족은 “바람이 없다면 만물은 생장할 수 없으며, 불이 없다면 만물은 성숙할 수 없고, 물이 없다면 만물은 모두 말라죽을 것이며, 흙이 없다면 만물은 생존의 기반을 잃을 것”이라고 말한다. 즉 그들 의학의 처음은 불교교리를 재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다이족에 따르면 우주의 한 부분인 사람의 몸도 이와 마찬가지이며, 비록 눈에 보이는 측면은 다를지라도 이와 같은 네 가지 요소에 의해서만 설명될 수 있으며, 또 이와 같은 상관관계에 따라 만물과 우주는 서로 제약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사람 몸에서 이 네 가지 구성요소가 균형을 이루는 것을 건강하고 정상적인 상태로 보고 있으며, 이런 균형이 파괴되는 것을 병적인 상태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런 균형이 유지될 수 있는 한계점이 바로 삶과 죽음의 경계 지점이며, 이 경계 지점을 넘어서는 순간 사람의 몸은 죽음에 이른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번 경계 지점을 넘어선 균형 파괴는 다시 복원되지 않으며, 그 뒤 해체된 각 요소들은 새로운 균형체를 찾아 주어진 길대로 이동한다고 보고 있다. 그들은 이런 이동을 우주만물의 물질적 연기라고 생각한다.

■ 5온의 갈래

불교이론에서 5온은 형상과 마음과 감각과 지각과 조직계를 가리킨다. 이와 마찬가지로 다이족의 의학에서도 사람의 몸은 형체온과 마음온과 감각온과 지각온과 조직온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즉 다이족의 의학에서 5온이란 사람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차원을 표현하는 개념인 것이다. 요컨대 다이족의 의학에서 4탑이 인체를 구성하는 물질적 구성요소라면, 5온은 이런 요소들에 의해 이루어진 사람 몸 내부의 각 기능 또는 각 영역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 가운데 형체온이란 인체를 구성하는 구체적인 물질적 형상 영역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다이족은 형체온을 28종의 갈래로 나누어 보고 있는데, 여기에는 형상, 외모, 자태, 안색 등이 포함되어 있다.
둘째로 마음온은 신체기관을 주재, 통제, 파생, 추리 등의 역할을 하는 21개 갈래의 기능을 가리키는 개념으로서, 이 부분이야말로 다이족의 의학적 특징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분이자, 불교적 의학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셋째로 감각온이란 인체의 감각기관을 가리키는 개념으로서, 여기에는 즐거움, 기쁨, 괴로움, 근심, 심드렁함 등의 정서적 반응과 정신적 현상이 포괄되어 있다.
넷째로 지각온은 이성적이고 의지적인 감각을 가리키는 개념으로서, 여기에는 상상, 이성, 개념화, 조건반사 등을 비롯하여 영감이나 기억력과 관계된 것들이 포괄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조직온은 이런 기능들을 수행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물질화되어 있는 기관들, 예를 들어 한의학의 5장 6부 등이 포괄되어 있는 바, 다이족의 의학은 이 영역을 대개 32종의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 종자의 발현과정

다이족의 의학에서 4탑과 5온은 각각 생명의 외적인 구성요소와 내적인 요인을 설명하는 기초적 이론인데, 쉽게 말해서 5온은 4탑이 생명 특히 인간을 구성하게 되는 내부적 특징인 셈이다. 즉 5온이 있음으로 말미암아 인간을 비롯한 생명은 각각 나름대로 ‘종자’를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다이족은 이런 과정에 대해 너무나 간단하게 규정한다. “생명의 근본은 종자에 있으며, 물질적 현상의 근원도 종자에 있고, 그 종자의 근원도 종자에 있는 바, 이를 일러 근원종자라 한다”는 것이다.

즉 암수가 결합되어 하나의 생명이 생기는 것은 그 종자됨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며, 89갈래나 되는 현상계의 물질이 모태에 들어가 복잡하게 상호 결합되어 독특한 생명현상을 드러내는 것도 이런 종자됨으로 말미암은 것이고, 4탑의 작용과 그 균형에 의해 각 기관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것도 그 종자됨으로 말미암은 것인 바, 이런 종자됨의 바탕을 일러 색(色)이라 부른다.

또 다이족은 색에 다섯 뿌리(根)와 다섯 끝(尖)이 있다고 보는 바, 이는 근본 종자의 연기법에 따르는 것이라 여긴다. 그리고 이 연기법에 대한 이해가 곧 우주만물에 대한 이해이며, 이를 인체라는 범위로 축소하여 이해하는 것이 사람 몸에 대한 이해이고, 이 이해에 따라 그 길을 바르게 해주는 실천적 방편이 곧 의학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다이족의 의학을 좀 더 의학답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불교적인 우주연기법과 이를 응용한 인체연기법에 대한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 다이족 의약에 대한 다음 이야기가 된다. <계속>

박현(한국학연구소 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