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중을 흡수하는 한의원, 그 힘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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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중을 흡수하는 한의원, 그 힘은 무엇인가?
  • 승인 2007.01.1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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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오사암한의원 □

한의학, 그리고 한의사의 미래를 놓고 희·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핵심은 과연 대중들이 얼마나 한의학을 선택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런 관점에서 하루 평균 500여명의 환자가 방문하는 한의원의 존재는 기존 한의원들도 더 많은 수의 환자를 소화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150평 규모의 경기 일산 월오사암한의원(대표원장 한성규)에는 6명의 한의사가 하루 평균 500여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월오사암한의원의 진료과목 및 환자 층의 특징은 일반한의원과 다르지 않다. 차이점은 대개의 한의원이 약을 주 치료방법으로 삼고 침을 보조적으로 활용한다면, 한국 전통침법인 사암침을 주 치료법으로 활용한다는 것. 따라서 수익구조도 첩약중심의 비보험이 아니라, 보험수가의 비중이 높다.

월오사암침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뒤로 하고, 많은 환자의 선택을 받는 한의원, 그 진료현장에서 한의사와 환자가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한의원의 하루일과를 들여다 봤다.


하루 500명의 환자가 몰리는 이유…
“‘감기’도 침으로 고칠 수 있다는 한방에 대한 믿음 때문”

한성규 대표원장은 2003년 졸업 직후 2월부터 서울 은평구 부친의 한의원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그해 7월 베드를 치우고 앉아서 진료하는 진료실을 구성했다. 환자수가 늘어남에 따라 2006년 3월 지금의 한의원(80평)으로 이전했다. 그리고 같은 해 7월 150평으로 확장해 지금은 10여명의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9개의 진료실·탕제실·원장실·초진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의원의 진료시간은 오전 9시부터다. 한시간 간격으로 9·10·11·2·3·4·5시 등 총 7타임으로 진행된다. 토요일은 오후 4시까지 진료하며 일요일은 휴진이다.
10여명의 환자들이 진료실 의자에 착석하면 부원장은 자신이 맡은 진료실에 들어가 1시간동안 시술하고, 타임이 바뀌면 다른 환자군이 진료실로 입장한다.
경영과 관리에 전념하는 한성규 대표원장은 특진만 하고, 6명의 부원장들이 환자를 전담한다.

■ 진료실 현장

06년 12월 15일 금요일.
기자는 11시 타임에 맞추어 직접 환자로 들어갔다. 미리 초진실에서 한의사에게 예진을 받은터라 차트는 만들어져 있었다.
진료실에는 벽을 등에 대고 좌석표가 표시된 10여개의 앉은뱅이 의자가 둘러져 있었다. 시간이 되자 지정받은 좌석에 착석한 환자들을 앞에 두고 부원장이 차트를 확인하면서 시술을 시작했다. 40~60대 여성이 대부분을 차지한 풍경이 여느 한의원과 비슷하다.

요통을 치료중인 한 50대 여성은 최근 갑자기 실명한 여동생까지 설득해 함께 치료를 받고 있었다. 양방에서의 진단은 신경성으로 인한 실명.
자기 차례가 된 그 50대 여성은 침 시술을 하는 부원장에게 “요번에 감기기운 있을 때 침 맞았더니 잘 넘기는거 같아. 이번엔 약을 안 먹고 넘겨보려구”라고 말했다. 기자가 끼어들어 “침으로도 감기가 나아여?”라고 묻자, 건너편에 있는 서너명의 여성들까지 나서서 “감기, 침 맞으면 떨어져”라며 한마디씩 거든다.

그렇게 말을 꺼낸 환자들은 꽤 오랫동안 내원한 이들로,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머물면서 안면을 익힌 사이였다. 다른 진료실에서도 이렇게 안면을 익힌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환자들은 다른 사람이 치료받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질병 외에 여러 증상들을 침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목격하게 된다. 가장 흔한 질병인 감기도 이렇게 나을 수 있다는 ‘정보’를 직·간접적으로 체득한 셈이었고, ‘침으로 감기를 치료한다’는 사실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실명한 동생을 데리고 온 여성도 한의원에서 눈을 고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여동생을 데리고 온 것이다.
부원장은 정각 11시에 한차례 침 시술을 하고, 20분 간격으로 다시 들어와 총 2~3차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문진하면서 침법을 바꾸거나 보사를 시행했다.

■ 한의사 6명이 하루 539명 진료

이날 총 환자수는 539명. 한성규 대표원장이 특진한 4명의 환자를 제외하고 6명 부원장이 평균 89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환자들이 몰리면서 주변한의원과의 마찰은 없었을까? 그 동안 주변한의원의 직접적인 항의는 없었다. 입소문을 통해 환자들이 전국에서 오기 때문에 주변한의원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는 것이 한의원측의 설명이다.

한의원에 따르면, 월오사암한의원이 확장한 지난해 7월 이후 보험수익은 월 8천만원을 지나 최고 1억4천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내원환자는 하루 400~450여명 수준에서 지난 연말 500명을 돌파했다.
초진환자 비율은 8%, 약은 10% 환자에게만 처방되고 있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환자들이 월오사암한의원에 대해 ‘전통적인 한의원’이라는 뚜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고, 또 한 환자에게 2~3회 침시술을 하는 것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 ‘성실한 진료자세’가 신뢰의 원천

한 환자에게 2~3회 침시술을 하는 것을 통해 환자들은 의사가 자신의 치료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한의사들은 사암침 자체가 갖는 높은 치료효과와 함께 여러 차례의 시술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더욱 정밀하게 관찰하고 적합한 시술법을 찾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치료효과가 높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환자들은 ‘정통한의학’에 대한 향수와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시술자의 성실한 진료태도가 환자들의 든든한 신뢰로 이어지고, 이 한의원을 선택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된 것이다.

한 환자는 “집단 치료를 하면서 침치료로 나아지는 신기한 장면을 보기도 하고, 반대로 치료 안되는 것도 본다. 직접 보지 않더라도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고 말했다. 집단치료는 한의원을 홍보하는 효과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방법을 통해 환자들이 한의학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인데, 치료효과가 신통치 않을 경우 ‘실력없는 한의원’으로 소문이 날 가능성도 있다.
한성규 대표원장은 “환자들이 한의원을 선택하는 이유는 ‘치료효과가 있는 정통한의학’이라는데 있다”면서 “치료능력과 성실한 태도를 전제로 한다면, 한의원 규모를 늘려도 환자수는 늘어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고양 = 민족의학신문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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