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첼로와 기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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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첼로와 기타의 만남
  • 승인 2007.08.1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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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는 생김새와 음색이 가장 사람과 닮은 악기이다. 바이올린의 고음은 조금 부담스럽고 콘트라베이스의 저음은 너무 무거운데, 첼로의 선율은 짜릿하면서도 편안하게 가슴을 울려준다. 기타는 리듬과 멜로디를 모두 맡을 수 있는 대표적인 악기이다. 솔로연주를 하거나 다른 악기와 듀엣을 해도 단조롭지 않은 사운드로, 세고비아는 “기타 한 대는 오케스트라와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에 소개한 바 있는 ‘Faro’의 감동 때문에, ‘기타와 첼로의 만남’이라는 카피만 보고 구매한 음반이 있다.

“Reverie(꿈) : 첼로와 기타의 만남. 첼리스트 지안 왕과 기타리스트 외란 쇨셔가 다시 만나다. 바로크에서부터 민요, 현대 뮤지컬까지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곡들을 부드럽게 녹여내며 편안한 휴식을 선사하는 두 현악기의 완벽한 조화.”
세기의 대가 아이작 스턴이 발굴한 지안 왕은 동양인 첼리스트 최초로 세계 최고의 음반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에 입성하여 많은 화제를 모았으며,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왕성한 연주활동을 벌이고 있다.

외란 쇨셔는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과 함께 녹음한 ‘Paganini For Two’, ‘Schubert For Two’와 비틀스 편곡 앨범 ‘Here, There and Everywhere’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기타리스트이다.
클래식 음반 작품성의 보증수표라고 할 만한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한 음반이라 마음이 놓이면서도, 음악이 지루하지는 않을까 하는 기우도 있었는데, 첫 곡 ‘Danse Espagnole No.1’의 열정적인 연주를 듣고 일말의 걱정까지도 날려 버렸다. 중세의 바로크에서 현대의 뮤지컬까지, 스페인 춤곡, 남미의 탱고에서 중국의 민요까지 시공을 넘나드는 아름다운 19곡이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수록곡 중 가장 먼저 귀와 가슴을 울리는 곡은 음반 제목과도 일맥상통하는 슈만의 ‘트로이메라이(꿈)’이다. 음악을 유난히 좋아하시던 필자의 선친께서 허밍으로 종종 부르시던 곡으로, 잔잔한 기타 위에서 파도처럼 넘실대는 첼로의 선율이 가슴을 울리고 눈가를 적신다. 결혼식 축하연주 단골 레퍼토리로 최근에는 가요와 여행사 CM송으로도 만들어져 너무나 친숙한 엘가의 ‘사랑의 인사’. “좋은 음악도 한두번”이라고 지겨워질 만도 한데, 기타와 첼로가 연주하는 사랑의 인사는 처음 만나는 남녀처럼 가슴 설레게 한다.

이미숙, 이정재 주연의 영화 ‘정사’에도 수록되었던 빌라 로보스의 ‘브라질풍의 바흐 6번’과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캣츠의 아름다운 발라드 ‘Memory’ 외에도 들을수록 진한 맛이 느껴지는 곡들로 가득한 음반 Reverie는 가을과 닮았다. 백일몽이라는 뜻의 음반 제목처럼, 무더운 여름 한낮에 꾼 ‘귀뚜라미 소리 가득한 가을밤 꿈’ 같은 음반 Reverie. 여름에 구매해서 반복 감상하다보면, 가을에는 더욱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찬바람 부는 가을, 많은 환자분과 Reverie의 선율로 가득한 대기실 풍경을 꿈꿔본다.

김호민(서울 강서구 늘푸른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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