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귀 기원 바로잡기’ 불발로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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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귀 기원 바로잡기’ 불발로 끝나나?
  • 승인 2008.01.1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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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의견 불일치가 가장 큰 걸림돌
식약청, 관련규정 손질 위해 의견 재 수렴 중

‘당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정작 당귀의 최고 전문가라고 자칭하는 한의사들은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당귀는 우리나라와 멀리 떨어져 있는 중국 감숙성 일대에서 자라기 때문에 구하기 매우 어려운 약재였다. 중국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당귀 대신 초당귀-우리나라에서 ‘전호’로 쓰고 있는 ‘바디나물’을 당귀로 활용했는데 아직까지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고려시대 말부터 당귀를 대신해 숭엄초를 활용해 오늘날 당귀로 굳어졌다. 그러나 교통수단이 발달해 상한론 등 한의학 원전에서 지칭하는 당귀(Angelica sinensis)를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데도 숭엄초(토당귀: A. gigas)를 당귀로 고집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토당귀는 지표성분도 다르고 기미·효능면에서도 A.S.와 차이가 난다. <표 참조>

동의보감에 ‘숭엄초불휘’로 수재돼 있으나 약의 효능 등 사용법 모두 ‘의학입문’ 등 중국 한의학원전의 ‘당귀’를 그대로 인용했고, 토당귀에 대한 새로운 내용은 없다.
약전에 당귀는 A.G.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A.S.는 의약품으로 들어올 수 없다. 그러나 식품원료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 말 5년마다 실시되는 대한약전 개정에서 당귀를 A.G.에서 A.S.로 변경하고, 한약규격집에 A.G.를 ‘한당귀’라는 명칭으로 신설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농민들이 반대한데다 처음에는 찬성했던 한의사협회도 한약제제의 인허가 문제를 이유로 반대 입장으로 돌아섬으로 해서 유보됐다.

한약규격집에 ‘중국당귀’(A.S.)라는 품목이 신설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으나 한국생약협회 등 생산자 단체에서 농가 피해를 우려해 반발하고 있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의사 입장에서는 ‘당귀’가 됐든 ‘중국당귀’가 됐든 A.S.가 수입돼 들어오면 그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선택해서 쓰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약을 계속 ‘탕제’에 의존할 수 없고, 한약제제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하면 이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A.G.가 ‘한당귀’로 명칭이 바뀌면 ‘동의보감’과 ‘방약합편’에 근거를 두고 인·허가를 받은 이상 당연히 한약제제의 구성 내용도 ‘한당귀’로 바뀌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책이 무엇을 근거로 했나를 생각하면 그 당귀는 A.G.라고 쉽게 판단을 하기 어렵다.

또 A.S.가 ‘중국당귀’로 명명됐을 경우 이를 원료로 한 한약제제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안·유심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제제생산이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기원의 문제를 바로잡는데 ‘당귀’가 유독 걸림돌이 되는 이유는 농민들이 한해에 약 3천톤 가량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제까지 써 왔던 당귀에 문제가 있었다고 시인하면 한의사의 위상이 추락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겹쳐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과거 교통수단과 정보부족으로 만들어졌던 관행을 지금이라도 바로잡지 못한다면 한의학은 세계의학으로 뻗어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당귀 문제는 독활, 강활, 종대황, 사삼, 백수오, 계지, 지실, 곽향 등 기원이나 정의에 문제가 있는 약재의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 한의사들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식약청은 2월 말경 발표할 예정인 뿌리한약재의 규정 개선을 다룬 대한약전추보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현재 각 관련단체의 의견을 재 수렴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식약청의 한 관계자는 “한의사들이 모두 찬성만하면 일이 쉽게 마무리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한의계 내부조율도 안 된 상태에서 농민들의 반발까지 있기 때문에 정부의 힘만으로 규정을 개정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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