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내 삶의 단상’ 펴낸 강순수 원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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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내 삶의 단상’ 펴낸 강순수 원광대 명예교수
  • 승인 2008.10.3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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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제학은 한의학 존재가치 높일 未來學 … 한국서 꽃 피우길”

종로구 원남동에서 갑자원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강순수 원장(77)은 국내에 방제학의 초석을 쌓고 학문의 한 분야로 인정받도록 일궈낸 ‘방제학의 대가’로 잘 알려져 있다. 원광대에 국내 최초(1983년)로 방제학교실을 개설하고 석사학위과정을 만드는가 하면, 방제학회를 설립해 방제학 연구의 명맥을 잇도록 했다. 오랫동안 교단에 서서 후학들을 양성해왔던 그가 12년전 퇴임한 후에는 명예교수로 남아 알음알음 찾아오는 단골환자들의 진료를 보면서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

■ 인터넷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재미

그는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통해 세상과 소통함에 소홀하지 않을 만큼 아직도 열정적이다. 얼마전부터는 아들이 만들어줬다는 블로그에 재미를 붙여 해외로 여행을 다니며 찍었던 사진과 컴퓨터 자판으로 한글자씩 공들여 쓴 글을 올리고 있다.
블로그에 올렸던 단상들과 한의학 잡지였던 ‘의림지’에 2년간 실렸던 칼럼들을 모아 엮은 게 이번에 출간된 ‘내 삶의 단상’이다.

갑자원한의원에서 진료했던 환자들의 사례들을 마치 할아버지가 손주들에게 이야기하듯 재미있게 풀어쓴 것을 보면 딱딱한 석학의 이미지보다는 푸근한 친할아버지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담겨있는 내용은 학자답게 한의사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처방전을 꼼꼼히 밝혀 적었다.

그의 글을 보면 고전철학자에서 첨단 과학자까지 유명학자들의 이야기를 곁들여 그의 깊고 넓은 관심사와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학자연하는 훈계조가 아니다. 이것만이 옳은 길이라고 강요하기보다는 글을 읽는 독자 스스로가 존재, 삶, 우주, 운명 등에 관해 깨닫도록 해준다. 어찌보면 그는 한의학자가 아닌 ‘人生學者’라고 해도 어울릴 것 같다.

■ 교수로서의 삶, 그것이 나의 운명

강 원장은 명의로 소문났던 형님 강효웅 씨에 이어 1965년 갑자원 한의원을 개원, 10여년동안 수많은 환자들을 보면서 한의사로의 명성을 쌓다가 이창빈 교수와의 우연찮은 만남으로 인해 교수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교단에 선 것이 예기치 않았던 일이었지만 지금에 와 생각해보면 사실은 그게 운명이었던 같다”고 회상한다. 개원의로 남았다면 돈은 훨씬 더 많이 벌었겠지만 경제적으로 윤택해지기보다는 교육자로서의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교수로서의 삶을 그는 기껍게 받아들이고 있다.

제자들이 뜻을 모아 그의 회갑, 칠순 때 잔치를 해주는가 하면 회갑기념 논문집을 발간해준 일도 교육자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보람중 하나로서 고마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훌륭한 제자들을 만난 것도 즐거운 추억이다. 원광대 한의대(방제학교실) 윤용갑 교수를 비롯한 현재 방제학회를 이끌어가는 수많은 후학들, 또 도올 김용옥 씨도 애제자다.

그는 뒤늦게 한의학을 배우겠다며 원광대에 입학한 김용옥 씨가 늘 맨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강연을 받아적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기억한다. 졸업 후에 한의학 관련 책을 출간, 강 원장에게 보내오면서 “해주신 말씀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인삿말을 전하더란 말을 하면서 老학자는 사람좋은 미소를 지었다.

■ 방제학의 발전 … 후학들의 과제

한의학은 침, 뜸, 한약 이렇게 세 가지로 이뤄지는데 그중에서도 한약, 그리고 한약을 처방하는 방제학이야말로 한의학의 미래라고 그는 역설한다. 그러면서 책에서도 언급된 바 있는 닉슨대통령의 일화를 잠깐 소개했다.

“닉슨대통령이 중국에서 침으로 마취를 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 아낌없이 지원해가며 침을 연구했고 그 결과 침마취하는 게 가능해졌어요. 그런데 침마취는 되는 사람도 있고 안 되는 사람도 있어요.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즉 객관화가 안되는 거죠. 또 아픔을 덜어줄 수는 있지만 병을 고치기는 힘듭니다. 뜸의 경우는 직접구를 해야 효과가 나타나는데 미용상의 이유로 직접구는 잘 안하려고 하지요. 그래서 대중화되기에 힘듭니다. 그러나 한약은 달라요.”

약재 하나하나의 효능을 알려주는 학문이 본초학이라면, 방제학은 여러 약재를 함께 써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方制함으로써(그는 현행표기인 方濟를 따르지 않고 ‘마름하다’의 制字를 써 方制라고 주장한다) 그 처방법이 무궁무진하고, 또 사람마다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방제학의 우수성을 안다면 미래의학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텐데, 본초학과 방제학의 차이점에 대해 한의사들조차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방제학의 시작은 중국이었을지언정 국내에서 방제학의 기초를 세우고 발전시킨 강 원장의 뒤를 이어 방제학을 세계화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국 한의사들이 해야 한다고 후학들에게 당부했다.
방제학이 현재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혈혈단신으로 노력해왔던 학자로서의 절실함이 배어있는 목소리다. 그의 학문적 성과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지는 후학들의 과제로 온전히 남아있다.

■“나는 참 행복한 사람”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그는 지금도 진료를 보고 그에게 배움을 얻고자 하는 제자들을 가르치는 일을 쉬지 않고 있다. “삶을 반추해보면,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밝게 웃는 그는 틈이 날 때면 한의원 근처를 수시로 걸으며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매일 저녁마다 집이 있는 분당의 산책로에서 부인 박제갑(71) 씨와 산책하는 시간을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일로 꼽는다.

강순수 원장은 동양의약대학(경희대 한의대 전신)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원광대학교 한의대 교수 및 동대학 학과장, 학장, 원광한의학연구회 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원광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2남2녀를 두었으며 차남 강성현 씨와 막내사위 김경요 (前원광대 광주한방병원장) 씨가 한의사다.

민족의학신문 이지연 기자 leejy7685@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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