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방화상치료의 새 지평 열어가는 천승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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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방화상치료의 새 지평 열어가는 천승훈 원장
  • 승인 2008.11.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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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으로 화상치료의 主流 되겠다”

지난 추석 KBS에서 구당 김남수 씨의 침·뜸치료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 한의계에서는 침구사 논쟁으로 뜨거웠다. 최근 들어서는 한의계 일각에서 김남수 씨의 화상침 시술을 두고 과연 효능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화상이 과연 침 하나로 치료가 가능할까?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자연재생한의원의 천승훈 원장은 침만으로 화상을 치료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자연재생한의원은 최근 몇 년 사이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화상치료전문 한의원이다. 특히 3도 이상 화상도 치료한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 한방연고+침+한약의 시너지효과

천 원장이 시술하는 화상치료법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한방연고, 침, 한약이다. 연고는 환부가 열려있을 때 유합(癒合)시키기 위한 연고 두 가지와 치료 후 관리를 위한 연고 두 가지가 쓰인다. 앞의 두 가지를 화상부위에 고르게 도포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반복해 피부재생을 돕는다.

“기존의 ‘자운고’가 약한 화상에는 잘 듣지만 심한 화상에는 효과가 없어 직접 만들게 됐다”는 한방연고는 민간요법으로 내려져 온 주성분을 포함, 여러가지 약재의 추출물을 섞어 직접 만든다. 연고는 냄새(참기름)를 줄이거나 쓰기 편한 형태로 바꾸고, 특히 화상부위 주변 정상피부에 연고가 도포됐을 때 생기는 부작용(피부발진)을 개선하기 위해서 여러 발전 단계를 거친 끝에 현재의 연고형태가 됐다.

침은 통증을 줄여주고 환부의 혈류와 기를 원활하게 소통되도록 하여 빠른 치료를 돕는다. 화상부위는 보통 떡살이 생기고 곪고 빨리 낫지도 않는데 천 원장은 “피부가 손상되면 기혈의 흐름이 막히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혈액이 모이고 썩게 된다”면서 “흐름을 통하게 해주면 통증이 줄어들고 열이 빠지게 된다”고 치료기전을 설명했다.

한약의 경우 “자연재생의 힘에 기대는만큼 몸을 건강한 상태로 만들어 스스로 피부를 재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주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또한 내부의 장기에까지 열이 들어가는 경우에는 열을 빼주기 위한 한약도 처방하게 된다. 화상치료의 가장 무서운 적은 감염이니만큼 예방에도 주의하고 있다는 천 원장은 “물리적인 예방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환자가 건강한 상태여야 감염을 이겨낼 힘이 생긴다”면서 “치료 초기에 감염예방을 위한 한약을 처방하지만 일주일을 넘기지 않고 그 이후로는 기혈을 보충하는 한약을 처방한다. 또 고영양의 음식을 잘 먹으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발열 관리도 중요하다. 아이들의 경우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발열이 감염에 의한 것인지, 감기같은 다른 질환때문인지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까다롭다”며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화상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데 다만 전기장판이나 핫팩같은 장시간 미열에 노출된 경우 피부괴사가 1cm 이상 생기면 죽은 살을 긁어내고 연고를 발라 살이 차오를 수 있도록 한다.
까다로운 부위는 손가락 사이가 붙는 경우처럼 치료부위가 굴곡이 많은 곳인데 요즘은 치료법도 개선된 상태라고. 다만 “손가락같은 관절부위의 심한 화상은 약간의 장애(10% 정도)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 “화상 이후 환자의 삶” 중요

또 하나 중요한 치료법은 ‘Care’다. 환자의 70~80%가 만 2세 이상의 어린환자다보니 부모들은 화상치료에 대해 극도의 공포감과 자책감 등으로 마음이 엉망이 된 경우가 많다고. 천 원장은 “자세한 설명을 해줘야 부모가 치료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된다.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어린 환자이니만큼 부모에 대한 케어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 원장이 화상치료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지인이 화상치료를 받았던 종합병원에서 양방치료의 한계를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양방치료는 감염을 최소화하고 피부이식수술 등을 통해 환부를 최대한 빨리 덮는데 주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지만 피부가 울퉁불퉁해지고 변색이 되는 등 미용상의 문제가 지적된다.
천 원장은 “치료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후의 환자의 삶”이라면서 “한방치료법은 피부의 재생력을 최대한 살려 원래 피부에 가까운 상태로 돌려놓는 데 주안점을 둔다”고 강조했다. 다만 치료기간(입원의 경우)이 평균 50일 정도로 양방보다 오래 걸리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한방화상치료의 가능성은 자연재생한의원의 2000여 치험례로 이미 보여준 셈이다. 다만 아직은 한방 화상치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화상을 입은 즉시 내원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대부분의 환자가 양방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후거나 양방치료를 완료한 후 오는데 이 비율이 4:6 정도라고.
천 원장은 “오래된 흉터의 경우는 우리로서도 풀어야 할 과제”라면서 “한방치료가 빠를수록 흉터가 남지않을 확률이 높다”고 귀띔했다. 입소문을 듣고 와서도 믿음을 갖지 못하는 환자들에게는 치험례를 보여주면서 끊임없이 설명해 한방치료의 장점을 납득시킨다고 한다.

■ 내년쯤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성장

어려운 개원가의 상황을 볼 때 한의학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볼 수 있는 이 분야에 주목하는 한의사들이 많을 것 같다. 천 원장은 “화상치료는 전문양방병원도 전국적으로 몇 개 없을 정도로 보편적인 질환이 아니고 그만큼 특수한 관리를 요한다”면서 “때문에 한방에서 쉽게 전문치료과목으로 내세우기에는 까다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개척한 사람이 길을 잘 다져놓으면 한의학의 영역을 확대할 수 있지만 하나의 트렌드가 돼 섣불리 접근하다가는 자칫 의료사고가 생길 가능성이 크고, 이렇게 되면 한방치료 자체에 대한 불신이 생기면서 공멸하게 되는 수가 있다며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몇 년간의 임상경험을 통해 사회에서 주류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면서 “한방의 가능성을 널리 알려 화상치료부문에서 주류가 되기 위한 일련의 노력들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내년쯤 병원급의 의료시설로 확대하여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한방치료의 장점을 알릴 계획이다. 치료의 객관성도 검증받을 생각이다. 논문과 임상례 발표, 언론 노출, 책 출간 등을 통해서 치료의 효능을 알려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향후 자연재생한의원과 천 원장의 행보를 주시하는 눈길이 더욱 많아질 것 같다. 그의 성공이 곧 한방치료의 새 영역 확대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검증을 통해 믿음을 심어줘 국민들에게 ‘화상치료’라 하면 한·양방을 동시에 떠올리며 선택할 수 있는 날이 오게 되길 바란다. 화상의 통증으로, 또 그 흔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없게 된다면 그것은 의료의 영역문제가 아닌 국민의료의 질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민족의학신문 이지연 기자 leejy7685@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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