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합의한 전문의개선안 현실화될까?
상태바
어렵게 합의한 전문의개선안 현실화될까?
  • 승인 2009.06.19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범한의계 합의서에 이어 한의협 신규전문과목 도입 추진
신규과목 도입 → 경과규정 전문의 배출 → 수련체계이원화 順 고려

한의사전문의제도개선 특별위원회(위원장 손창수·이하 T/F)가 마련한 합의안에 의한 전문의제도 개선의 밑그림이 나타나고 있다. 한의사협회는 13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한의사전문의제도 개선을 위해 신규 과목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이는 지난 5월28일 한의사전문의제도개선 특별위원회(위원장 손창수)가 관련단체와 합의안을 마련한 것에 따른 것이다. 한의협은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지 않았지만 합의안을 실행하는 것이다. <표 참조>

■ 경과규정에 한의대생도 포함

신규과목 도입은 제도상 언제라도 가능하다. 전문의제도 규정만 만족시키면 된다. 그런데 합의서에 ③번 조항인 신규과목 도입을 넣은 이유는 다른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신규과목’은 제도개선을 통한 전문과목의 신설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신설과목 도입에 따른 경과조치 시행시 현재의 한의과대학생들까지 적용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키로 한다”는 한의협의 결정이 이를 뒷받침한다. 제도개선을 전제로 할 경우 타당성을 떠나, 내부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어느 계층이나 단체가 반발하면 불가하다는 뜻이다.

손창수 위원장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신규과목을 무엇으로 할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항노화’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해 한의학의 발전에 가장 합당하고, 현실적인 과목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 ‘가정한의학과’가 신규과목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경과조치가 인정될 경우 미래 한의대생들에 대한 자격인정 문제가 발생된다. TF팀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②번 조항을 합의서에 추가시킨 것으로 보여진다.

즉 수련한방병원에서는 졸업생들을 전부 수용할 수 없으니까 별도로 수련체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한의대 졸업생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수련병원으로 들어가 8개과 전문의가 되든지, 임상경험을 쌓은 후 새로운 수련체제 속에서 전문의자격을 취득하든지 선택하면 된다. ①번을 양보하겠으니 ②③번은 반대하지 말라는 합의로도 볼 수도 있다. 당초 일부 TF참가단체에서는 합의서에 ①번만 넣으라고 주장했으나 협의에 협의를 거듭한 끝에 합의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변화된 의료체계 전문의자격은 현실

손창수 위원장은 “급변하는 의료환경 속에서 ‘전문의 자격’의 중요성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거꾸로 수련병원 수는 줄고 있어 수련체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보건복지가족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분야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으로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는 보건의료제도 측면에서도 전문의자격의 중요성은 급격히 증대하고 있다.

자격증이 없을 경우 요양병원·산재요양기관신청·협진·의료관광에 이르기까지 차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의사들이 양의사들과 제도적으로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그 과정에서 한의학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전문과목과 수련체제를 확립해야 한의학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 문제는 현실성이다

전라남도한의사회 선종욱 회장은 “전제조건이 8개 과목 포기라는 문제가 있지만, 한의학 임상에 맞는 수련체제가 이루어지고, 전체 한의사가 응시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선 회장은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의 언질이 있었다고 해도 믿기 힘들다는 것이다.

■ 슬그머니 8개 전문과목만 포기?

양방 가정의학전문의 경우 첫해 800여명의 개원의가 자격을 취득했지만 대학에서 수련이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한의계가 추진하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그리고 지금도 3년간의 병원수련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례도 없고 반발만 불러올지도 모르는데 과연 ‘합의’했다는 것만 가지고 복지부가 현 전문의제도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병원수련체계를 흔드는 부담을 감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합의서는 있고, 가칭 가정한의학과전문의를 한의협이 생각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배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질 경우 슬그머니 8개 과목만 포기한 것이 된다. 미봉책이며,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개원한의사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한 차례에 한해 경과규정을 줄 수도 있지 않겠냐는 기대가 없지 않다.

한의협은 전문의제도 개선안을 마련하지 않기로 했으므로 T/F안이 한의계 협의안으로 복지부에 제출될 가능성이 높다.
복지부가 안을 수용할지도 미지수이고, 파행을 빚고 있는 국회 상황으로 볼 때 한의사전문의제도 개선안이 국회에 상정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전문의는 혹독한 병원 수련을 거친 스페셜리스트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국민정서다.

의료인을 평가해 의료서비스를 선택하는 시대에서, 제도 개선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국민들에 이해시킬 복안이 없다면 오히려 한의계에 짐이 될 수도 있다.
1999년 복지부가 개원한의사에게도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안을 입법예고하자 한의대생들이 한의협을 점거하면서부터 시작된 한의사전문의제도가 과연 어떻게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