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조직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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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조직이 되려면
  • 승인 2003.03.2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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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9일에 열린 제48회 대한한의사협회 정기총회에서 47억여원의 예산안이 통과됐다.

바야흐로 한의협도 50억대의 예산시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 이 정도의 규모는 회세가 어느 정도 성장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예산의 증대는 회원의 숫자가 증가한 데 기인할 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지만 어느 시대 어느 조직이건 양적 성장이 있으면 질적 발전이 있기 마련이므로 50억 예산의 의미를 굳이 폄하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다만 사업계획 가운데는 한의학의 질적 발전을 주도할 이렇다할 프로젝트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예산에 수반되는 사업계획을 보면 일반적인 사업들로 가득차 있다. 기본적인 사업이라고 해서 하찮게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의학의 체질을 단단히 다져나가는, 선굵은 계획들이 몇 가지 포함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의협내 의료경영연구소를 설립한다든가, 보건경제전문가나 법률전문가를 채용한다는 계획이 없나 기대를 갖고 찾아봤지만 그런 사업계획과 예산은 찾을 수 없었다.

한의협 관계자들은 이런 기구와 인력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감했을 터이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오히려 이런 사업보다는 회관건립사업이 더 시급했을지도 모른다. 정황으로 보아 이해가 가지 않는 바 아니다.

그러나 관성적인 사업에만 투자하다가는 한의학의 발전은 요원하다. 작년의 사업항목은 그대로 둔 채 액수만 조정하는 식의 예산편성방식은 현상유지는 될지언정 새로운 구상을 담아낼 수 없다.

좋은 사업은 계승하되 낭비적인 사업, 효과가 적은 사업은 과감히 삭감하고 전혀 새로운, 그러나 한의학 발전과 한의계성원 모두에 이익이 돌아가는 사업에 투자하는 예산편성이 바람직하다.

한의협은 한의계 맏형으로써 1만 한의사, 창립 50년을 넘어선 중견조직이다. 누구도 약소한 단체라고 여기지 않는다. 하기에 따라서는 모범적인 단체로 거듭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한의사도 있다. 상대단체에 비해 규모가 작은 만큼 기동력이 좋기 때문이란다.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한의협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특유의 기동력과 응집력을 발휘해 위기를 기회로 변화시킨 저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작지만 강한 조직은 무엇보다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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