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오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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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오발탄
  • 승인 2009.07.1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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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실주의 영화의 巨作

영화는 어떤 양식으로 연출하느냐에 따라 크게 사실주의와 표현주의로 구분된다. 사실주의는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별다른 연출 기교 없이 현실적인 내용을 담담하게 표현하는 영화를 뜻하고, 내용보다는 영화적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며 독특한 화면을 보여주는 영화들을 표현주의라고 한다. 대체로 영화들은 사실주의와 표현주의라는 저울 안에서 어느 쪽으로 좀 더 많이 치우쳐지느냐에 따라 양식을 구분하는데 그 중 한국 영화의 사실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작품이 바로 <오발탄>이다.

<오발탄>은 이범선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 한 작품으로 정치적인 격변기였던 1960년대 초반 한국의 어려웠던 현실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면서 개봉 당시 많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송철호(김진규)는 박봉에 시달리는 가난한 계리사로 양쪽에 난 사랑니로 치통을 앓고 있지만 충치 하나 뽑을 여유 없이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간다. 그에게는 늘 ‘가자’고 외쳐대는 정신이상의 노모와 영양실조에 걸린 만삭의 아내(문정숙), 제대 후 변변한 직장 하나 없이 사고만 연발하는 동생 영호(최무룡), 양공주인 여동생 명숙, 신문배달을 하는 막내 동생 민호, 그리고 신발을 사달라고 졸라대는 어린 딸이 있다. 그는 월급날에도 선뜻 치과에 가지 못하고, 딸아이 사줄 신발을 뒤적거리다가 슬며시 놓아버리고 말 정도로 가난한 살림살이지만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한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희망 없는 삶뿐이다.

<오발탄>을 보고 있으면 마치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의 대표작인 <자전거 도둑>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그들이 살아가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워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해지기 시작한다. 물론 필자에게는 그 현실이 실제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지만 영화 속에 표현된 현실은 당시 한국 사회의 극단적인 모습이 왠지 50년이 지난 지금의 사회 모습과 얼추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단순히 낯설게만 보이지 않는다.

<오발탄>은 현실의 아픔을 담은 내용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심리와 현실을 묘사하는 장면 연출면에서도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에 주인공이 택시를 탄 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하는 장면은 ‘오발탄’이라는 영화 제목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지만 희망이 없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 방황하는 우리네 인생을 대변하고 있다고 본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나신 유현목 감독님의 작품인 <오발탄>은 한국영화사에 영원히 남겨질 거장의 거작이다. 늦었지만 유현목 감독님의 명복을 빕니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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