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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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운대
  • 승인 2009.07.2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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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가족 재난 블록버스터

초·중·고등학교가 방학을 하면서 영화계는 본격적인 여름방학 시즌으로 돌입했다. 그에 따라 블록버스터급으로 무장한 쟁쟁한 영화들이 속속들이 개봉하는 시점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작품이 한 편 있다. 바로 2004년 많은 사상자를 내며 전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쓰나미를 소재로 하는 <해운대>라는 작품으로 한국 최초의 재난 블록버스터를 표방하고 있는 영화이다.

여기서 재난영화라고 하는 것은 재해를 영화 소재로 하면서 엄청난 제작비와 화려한 특수효과 등을 동원해 마치 관객들이 실제로 재해를 당한 것 같은 상황을 만들어주는 영화다. 이러한 영화들의 공통적 특징은 고통에 빠진 많은 사람들을 구해내는 영웅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형 재난 영화인 <해운대>는 영웅을 등장시켜 사건들을 해결하기보다는 가족의 힘으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가려는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내고 있다.

인도양에 원양어선을 타고 나갔다가 예기치 못한 쓰나미에 휩쓸리게 된 만식(설경구)은 단 한 순간의 실수로 그가 믿고 의지했던 연희 아버지를 잃고 만다. 이 사고 때문에 그는 연희(하지원)를 좋아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밖에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만식은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로 하고 연희를 위해 멋진 프로포즈를 준비한다. 한편 국제해양연구소의 지질학자 김휘 박사(박중훈)는 대마도와 해운대를 둘러싼 동해의 상황이 인도네시아 쓰나미와 흡사하다는 엄청난 사실을 경고한다.

<해운대>는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1번가의 기적> 등의 작품을 통해 웃음과 감동, 사회적 문제 등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며 흥행에 성공했던 윤제균 감독의 작품으로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전작과 같은 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단순히 쓰나미와 특별한 영웅만이 존재하는 할리우드식의 영화가 아니라 해운대에서 각각의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진솔하면서 밝은 터치로 그려내면서 관객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그러다가 영화 끝나기 10여 분쯤에 드디어 쓰나미가 등장한다. 물론 영화 상영 이전 CG가 허술하다는 소문 때문에 곤혹을 치르기도 했었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쓰나미의 CG가 그리 이상하지도 않으면서 영화의 진행 맥락상 크게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대신 쓰나미라는 거대한 재난 속에서 오히려 가족의 소중함을 더 많이 알게 된다는 것이 <해운대>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올 여름 쟁쟁한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사이에서 웃음과 감동으로 가족에 대해 얘기하는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 <해운대>가 어느 정도의 흥행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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