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눈먼 자들의 도시
상태바
[DVD] 눈먼 자들의 도시
  • 승인 2009.07.29 17: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만 볼 수 있다면…

현재 전 세계는 ‘신종플루’라는 새로운 전염병에 몸을 사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감염자 수가 점차 증가하면서 최근에는 초등학교가 조기 방학에 들어가는 등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처럼 ‘신종플루’를 포함한 모든 전염병이라는 것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게도 찾아들어 올 수 있으며,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전염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병에 걸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그래도 치료만 잘 하면 나을 수 있는 전염병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어떠할까? 그것도 모든 사람들이 일순간에 눈이 멀어버린다면….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 세상은 참담한 모습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로 <눈먼 자들의 도시>는 이러한 끔찍한 상상을 영상으로 표현한 영화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주제 사라마구의 동명 소설을 각색하여 제작된 영화다.
평범한 어느 날 오후, 한 남자가 차도 한 가운데에 차를 몰고 가다가 갑작스럽게 눈이 멀면서 차를 세운다. 이후 그를 집에 데려다 주고 난 후 차를 훔친 남자도, 그를 간호한 아내도, 남자가 치료받기 위해 들렀던 안과 병원의 환자들도, 그를 치료한 안과 의사도…

모두 시야가 뿌옇게 흐려져 앞이 보이지 않으면서 눈이 멀어버린다. 점차 눈먼 자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정부는 그들을 병원에 격리수용하고, 눈먼 자들이 모두 한 장소에 모이게 된다. 그러나 그 중에는 안과의사인 남편을 지키기 위해 눈먼 자처럼 행동하지만 모든 사람들 중에서 유일하게 앞을 볼 수 있는 한 여인(줄리안 무어)이 있고, 그녀는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병동에서 충격의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영화는 원작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며 책을 보면서 상상하기만 했던 눈먼 자들의 세계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원작 소설에서 비교적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눈먼 자들의 참담한 현실이 순화되어 표현되면서 별달리 지저분하거나 역겹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로 인해 원작 소설이 가지고 있는 현실 묘사의 힘이 영화에서는 전반적으로 약하게 떨어지면서 못내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단지 이름 모를 전염병으로 인해 사람들이 혼돈의 세상에 빠져 버린다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상황에 처한 인간들이 어떠한 모습을 점차 변하게 되는가를 관찰할 수 있다. 그러면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영화 속 인물들에게 감정이입 되면서 ‘우리도 저렇게 된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그들의 행동이 어느 순간 이해된다. 생각지도 못한 결말에 가슴 한 구석이 아파오지만 이 세상을 아름답게 보면서 살아가고 있음을 감사하게 느껴야 할 것이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