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29] 天下寶鑑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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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29] 天下寶鑑②
  • 승인 2009.08.2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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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 함께하는 天下의 寶物

<동의보감>에 대한 국제적 성가는 당대에 이미 대단했던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청대 <사고전서>의 편찬과 함께 대형 백과전서의 쌍벽으로 손꼽히는 <古今圖書集成> 편찬 시 醫部에 인용되었다. 아울러 의학 분야에 있어서도 청 황실과 중국의학의 자존심을 걸고 <동의보감>에 필적할 의학전서를 기획하여 나중 <醫宗金鑑>을 펴내게 되는 동기가 되기도 하였다.

아울러 현재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청대 여러 학자들의 언급 안에서 <동의보감>에 대한 기록이 散見된다. 먼저 절강성 출신의 박학한 의학자로 유명한 陸以첨의 의학평론서인 <冷廬醫話>에는 <동의보감>에 수록된 세부지식을 거론하며 논의를 진행시킨 의론이 들어 있다. 또 청대 沈金鰲의 <雜病源流犀燭>, 청말 陳修園의 저술 가운데도 인용되었다고 한다.

청대 침구학 대표문헌도
동의보감 염치없이 표절
황실 의학전서기획 자극

아울러 안대회의 글에는 청대의 필기인 <子不語>라는 책에 여우를 퇴치하는 방법이 수록된 <동의보감>을 찾아보기 위해 북경의 대서점가인 유리창을 헤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 책은 청대의 대표적인 문인 가운데 한 사람인 袁枚라는 사람의 작품이라고 하며, 심지어는 당시 <동의보감>을 보면 귀신이 물러간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고 전한다. 아무튼 외국에서 출판된 조선의 책으로선 최고의 상종가를 기록한 베스트셀러였으며, 최장 기간 꾸준히 인기를 누린 스테디셀러였음에 분명하다.

게다가 청대 후기에는 아예 <동의보감>을 표절해 다른 책으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었다. 1874년에 간행한 寥潤鴻의 <勉學堂鍼灸集成>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청대 침구학을 대표하는 문헌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책이지만, 몇 년전 한 연구자에 의해 우리 <동의보감>과 허임의 <침구경험방>을 씨줄과 날줄로 삼아 보기좋게 엮어낸 해적판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특히 한글로 기재된 향약명을 교묘히 삭제하고 간행해 의도적인 표절과 도용이 진행되었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 이 사실은 중국측 침구문헌 연구자의 연구서에도 같은 내용이 실려 있어 아전인수식의 확대 해석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

한편 현전 최고의 <동의보감> 중국 전본은 1747년에 전사된 王綸手抄本으로 현존 최고의 中國刊本인 壁魚堂沃根園刊本보다 16년 빠른 것이다. 다만 그는 서문에서 이 책이 옛날 중국 宋나라 御醫 허준 선생이 지은 것이라고 하면서 갖가지 찬사를 덧붙였다. 그가 정말 이 책을 송나라 때의 작품으로 알았는지는 다소 의심스럽지만 내용의 완벽성에 대한 확신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동의보감 한·중·일
국제적 베스트셀러
중국서 역수입 현상

또 그간에는 프랑스 연구원들이 내몽고 도서관에서 오래 전 강희황제가 서양에서 입수한 유클리드기하학을 공부하면서 여진문자로 기록한 사본이 발견되었다.
한데 황제가 보던 책의 표지는 단단한 한지를 여러 겹 겹쳐서 만든 <동의보감>을 활용한 것이 었다. 이로 보아 비록 당시의 <동의보감> 본문은 남아있지 않으나 현재 알려진 실물 자료보다는 훨씬 이전에 중국 황실에 <동의보감>이 유입되었고 황제 자신도 애독할 만큼 유명하였다는 사실을 방증해 준다고 하겠다.

책이 크고 질 좋은 조선닥종이가 다량 소용되어 아무나 구해 보기 어려웠던 <동의보감>, 상대적으로 출판비용이 적게 들었던 중국에서 역수입하는 것이 되레 경제적이었다고 한다. 간행비가 만만치 않은 거질의 <동의보감>이 중국에서 수십여 차례 간행된 사실은 그 만큼 수요층이 두터웠다는 얘기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경 사행 길에 올랐던 연암 박지원조차도 중국판 <동의보감>을 구할 수 없어 凌魚의 서문만을 베껴서 돌아왔다고 하니 당대 <동의보감>은 조선 안에서 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도 최고의 인기상품이었던 것이다.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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