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성진의 영화보기-원 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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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의 영화보기-원 위크
  • 승인 2009.09.2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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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 1주일 여행
시한부 인생의 자아 찾기 다룬 로드무비

<원 위크>
감독: 마이클 맥고완
출연: 조슈아 잭슨, 리안느 바라반

작년에 모 방송사 개그 프로그램이 올해 추석 연휴기간을 소재로 다뤄 설마 하는 마음으로 달력을 보니 정말 짧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3일 연휴기간이 개천절과 주말까지 겹쳐 그리 달갑지 않은 연휴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과 추석을 쇠기 위해 많은 사람이 복잡한 교통사정에도 고향으로 떠나는 것을 보면 우리네의 가족애는 전세계에서 으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추석이 모든 사람에게 반갑지만은 않는 법. 그래서 이들을 위해 추석 특집 영화들이 줄을 이어 개봉되는 것 아닐까. 올해 추석 극장가의 영화들은 대체로 가을이라는 계절 답게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실만한 영화가 많은데, 이 중 작지만 강한 울림을 선사하는 일주일 동안의 여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결혼을 앞둔 벤(조슈아 잭슨)은 어느 날 갑자기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지금 당장 치료를 시작해도 생존 확률이 희박하다는 의사의 말에 절망하고 병원을 나온다. 그러다가 우연히 평소에 그토록 갖고 싶던 모터사이클을 사게 되고 약혼녀와 가족 등 모든 것을 두고 홀홀단신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 중에 그는 다양한 만남을 통해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약혼녀와의 관계, 자신의 직업, 작가가 되고픈 꿈 등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꾸는 꿈 중에 하나가 아무 생각 없이 며칠 동안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것이지만 시간, 돈, 용기 등 생활을 둘러싼 여러 문제로 인해 뜻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언제나 세월이 흘러가는 것이 야속할 뿐이라며 후회하기 일쑤인데 그러기에는 우리의 삶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면 과감하게 영화 속 주인공처럼 모든 것을 훌훌 던져 버리고 또 다른 세상 속으로 몸을 던져 보자. 딱히 가야할 곳을 정하지 말고, 우연히 만나는 상황을 즐기며 길을 가보자. 이것이 바로 여행의 묘미다.
2009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작인 <원 위크>는 캐나다의 멋진 자연풍광을 배경으로 하고, 주인공의 심리를 다양한 음악으로 표현하면서 자신을 찾아 떠나는 로드무비의 면모를 관객들에게 한껏 보여준다. 발길 닿는 대로 떠나며 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나를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여행, 꼭 삶을 정리해야만 할 때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건강하고 행복한 지금 떠나야 한다. 그래야 또 다른 여행의 계획을 세우며 미래를 기다리는 비타민이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추석 연휴, 짧다고 집에만 있지 말고 ‘원 데이’라도 가까운 곳으로 잠시나마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상영 중>

황보성진/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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