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성진의 영화보기-거북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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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의 영화보기-거북이 달린다
  • 승인 2009.10.0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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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영웅이 되고픈 아버지의 분투
우리 아버지들에게 희망을 속삭이는 ‘서민영화’

<거북이 달린다>
감독: 이연우
출연: 김윤석, 정경호, 견미리, 선우선

요즘 TV 드라마를 보면 우리나라가 매우 잘 사는 나라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때가 많다. 경제불황 등으로 국민 대다수가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데 비해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대게 재벌급이나 신데렐라를 만나 신분 상승을 이루기 때문이다. 물론 드라마가 꼭 현실을 반영할 필요는 없지만 많은 사람에게 허상에 가까운 판타지를 전달하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적지 않다.

반면에 재미있게도 영화 속 주인공들은 점점 더 현실을 반영하면서 TV 드라마에서 외면 당한 서민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흥행에서 대박을 이룬 <해운대> <국가대표>를 중심으로 올 6월에 개봉해 4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거북이 달린다>는 한마디로 서민영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나지도, 잘 살지도 않는 평범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시골마을의 형사 조필성(김윤석)은 다섯 살 연상의 부인(견미리) 앞에서 기 한 번 못 펴는 한심한 남편이지만 딸의 학교 일일교사 1순위로 꼽힐 만큼 마을에서는 나름 알아주는 형사이다. 그러나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3개월 정직을 당하고, 살 길이 막막하던 차에 소싸움 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후 부인 몰래 훔친 쌈짓돈으로 큰 돈을 따게 된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탈주범 송기태(정경호)에게 순식간에 돈을 빼앗기고, 이 사실을 경찰 동료들에게 알리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조필성은 잃어버린 돈도 찾고, 딸 앞에서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에 직접 동네 친구들을 모아 송기태의 은신처를 덮친다.

<추격자>의 또 다른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거북이 달린다>는 <추격자>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김윤석은 두 영화 모두에서 전직 형사로서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보여줬다. 두 영화의 큰 차이점이 있다면 <추격자>보다 <거북이 달린다>가 좀 더 인간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며 영화 보는 내내 훈훈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 치밀한 두뇌수사와는 완전 딴판으로 동네 친구들과 몸으로 범인을 잡는 시골형사의 눈물 겨운 아날로그식 수사방법을 보여주면서 어려운 생활을 이겨내기 위해 만화방을 하면서 구멍 난 속옷을 입고, 양말 부업을 하는 부인의 생활력 강한 모습과 동네 친구들의 어설프지만 의리 있는 행동 등이 우리네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첨단 디지털 기술에 의해 인위적인 영상이 난무하는 시기에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내용이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의외로 <거북이 달린다>는 가족을 위해 끝까지 범인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아버지, 즉 가장의 모습을 통해 경제불황 등으로 인해 힘들어 하는 우리 사회의 아버지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함께 전해 주면서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명품배우’인 김윤석의 명연기와 젊은 배우 정경호의 연기 변신이 눈에 띄는 <거북이 달린다>는 온가족이 함께 보기에 무난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황보성진/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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