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33 - 重訂 方藥合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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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33 - 重訂 方藥合編
  • 승인 2009.10.1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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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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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 산책433 - <重訂 方藥合編>

안으로부터의 개혁, 한의학 거듭나기

일제 강점기에도 인기 높던 한방 관련 베스트셀러
북경중의약대학 등 중국 다수 지역 공공도서관 수장

오늘은 가장 흔하면서도 여러 가지 판종이 너무 많아 정리하기조차 힘들 지경인 <방약합편> 판본 한 가지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알다시피 이 책은 황도연 선생의 사후 아들인 黃泌秀에 의해 편집되어 1884년 세상에 처음 나온 이후 공전의 베스트셀러가 되어 일제 강점기에도 해마다 끊이지 않고 출판된 최고의 인기 서적 중 하나였다.

그런 탓인지 몇 해 전에 중국 일대의 조선판 의학문헌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 책의 여러 판종과 다수의 책이 중국 내 여러 지역의 공공도서관에 수장되어 있었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1884년 冶洞本을 비롯한 각종 판본이 北京의 중국중의과학원과 북경중의약대학, 중국국가과학도서관을 비롯해 上海 生命科學院, 長春의 吉林大學白求恩醫學圖書館, 延邊民族醫院 등지에 널리 분포하고 있었다.

특히 이 책은 惠庵 선생의 제자로 알려진 渼隱生 玄公廉에 의해 수정 증보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방약합편>이 처음 나온 이듬해인 1885년 <重訂 方藥合編>이란 이름으로 널리 유포되는데, 정작 그가 한 부분에 대해서는 서문 이외에는 분명치 않다. 그는 <重訂 方藥合編>이란 제자가 적혀 있는 서두의 글에서 이 책이 이미 3번이나 간행되었으며, <醫方活套>가 세상에 널리 통행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이미 황도연의 생전에 <방약합편>의 藍本인 <의방활투>가 널리 통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정 방약합편>에서 ‘酉齋’라고 명기된 ‘雜病提綱’ 부분 이외에 다른 부분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마련되어 <방약합편>에 편입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渼隱生 혹은 ‘酉齋’라고 호를 밝힌 혜암 황도연의 제자가 누군가에 대해서는 분명치 않다. 그간 渼隱은 玄公廉의 자이고 酉齋는 그의 호라고 밝힌 논고와 해설이 있지만 명확한 근거가 제시되지 못하였다. 현공렴은 구한말 학자이자 저술가인 玄采의 아들로 알려져 있으며, <유년필지> <월남망국사> 등 다양한 서적을 발행한 출판가이기도 하다.

황도연 생전에 <방약합편> 藍本 <의방활투> 통용
<방약합편> 辨證方藥 새 흐름 만든 자체 개혁 신호탄
구미 전통의학계 선보일 <방약합편 영문판> 곧 출간

玄采(1886~1925)는 조선 말기의 학자이자 서예가로 1906년(광무10) 李儁 全德基 등이 조직한 國民敎育會에 가입해 계몽운동을 벌였고 1910년에는 崔南善 張志淵 등과 함께 朝鮮光文會 편집원으로 古典을 간행, 문화 보급에 힘썼다. 글씨는 顔眞卿體를 잘 썼으며, 역사에도 조예가 깊었다. 주요 저서로는 <越南亡國史> <萬國史記> <東國史略> <幼年必讀> 등이 있다.

이 책의 속표지에는 “惠庵先生遺稿/ 重訂方藥合編 内附補遺方/ 吾師乎惠庵公 …… 受業渼隱生謹識”라고 적혀 있으며, 아래에는 渼隱이라고 쓰여 있는 木刻墨印이 있다. 이 글에 따르면 황도연 선생이 돌아가시자 사람들이 앞다퉈 이 책을 여러 차례 刊印한 나머지 몇 달이 지나지 않아 글자가 이지러져서 읽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술회하고 동네 사람들이 많은 비용을 아끼지 않고 내어 선생의 愛人하는 뜻을 기리고자 重訂에 착수하였으니 한때의 일로 그칠 일이 아니라고 적었다.

첫머리의 ‘方藥合編源因’은 저자의 아들인 황필수가 적은 글로서 “龍集二十一年甲申十二月上澣 …… 公之子不肖孤泣血謹書”라고 쓰여 있다. 즉 황도연의 사후 고종 재위 21년인 1884년 12월에 처음 간행할 때 황필수가 방약합편이 나오게 된 내력을 적은 글이다. 다음에 ‘醫方活套原序’가 있으며, 목록 앞에는 ‘新增證脉方藥合編 酉齋’라고 되어 있다. 그 아래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다. “方藥書는 특별히 선생께서 손수 엮으신 것으로 …… 辨證審脉에 관한 별도로 다른 글이 있어 여기에 수록하지 못했더니 독자들이 한스럽게 생각하였다. 따라서 이제야 重訂해서 證脉要訣을 넣어 보충한 것이니 부족한 곳에 遺文을 收拾하여 만든 것일 뿐이다”고 하였다.

또한 이 글의 끝에는 ‘丁亥(1887) 玄月受業渼隱生謹署’라는 연기가 적혀 있어 증보 작업이 1885년 한 해에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新增篇의 내용은 雜病提綱, 風, 寒, 暑, 濕, 燥, 火, 調理脾胃, 氣, 血, 痰, 鬱, 積熱, 諸虛, 沈寒痼冷, 雜病吉凶脉, 癰疽脉, 求嗣脉, 婦人經脉, 妊娠脉, 死脉의 순서로 돼있다. 이어지는 목록은 4층의 구조로 되어 있으며 가장 위층은 損益本草目錄이고 아래 3개 층은 차례로 活套上統(123方, 附方19), 活套中統(181方, 附方10), 活套下統(163方, 附方34) 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권말에는 石隱補遺方이 붙어있으며, ‘石隱 補遺方終/ 乙酉仲秋美洞新刊’이라고 적혀 있다. 이 뒤에 다시 ‘輪症霍乱自辛巳以后集驗方’이라고 적힌 경험방이 수록돼 이 책이 마치 황도연과 그 문파에 의해 오랜 기간에 걸쳐 작성된 하나의 임상경험방의 성격도 갖추고 있다고 하겠다.

한편 우리 연구원에서는 현재 이 책에 대한 영역을 진행하고 있어 구미권의 전통의학자들에게 우리 민족의학의 또 하나의 명저 <방약합편 영문판>을 선보일 날이 멀지 않았다. 희대의 인기 베스트셀러 <방약합편>이 첫 선을 보인 ‘龍集二十一年甲申’은 고종 21년인 1884년으로 김옥균 박영효 홍범식 등에 의해 갑신정변이 발생한 해이기도 하다. 정치사적 측면에서 서구문명의 도래에 따른 외세의존적 개화의 움직임이 표출됐다면 전통의약 내부에서는 이 해를 시작으로 辨證方藥의 새로운 흐름이 조성되고 체계화되는 자체 개혁이 진행되고 있었던 셈이다. 그로부터 또 1세기를 훌쩍 넘긴 오늘날 우리는 혹시 안으로부터의 개혁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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