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진료의 기술(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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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진료의 기술(34)
  • 승인 2009.10.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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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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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진료의 기술(34)

왜 묻는가를 생각하라

환자 질문에 담긴 의도 정확히 파악해야
원장 심리학자 되어 가려운 곳 긁어줘야
의학적 소견보다 위안이 환자에게는 중요

대답의 기술
지난 호까지 4회에 걸쳐 듣는 기술에 대해서 다루었습니다. 환자들은 늘 궁금증을 가지고 진료실에 들어옵니다. 묻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원장님께서는 환자의 말을 듣되 단지 말의 내용만 듣는 선에서 그치지 마시고 환자의 느낌과 마음을 듣도록 노력하십시오.

한 아이 엄마와 원장님의 대화 예제를 살펴보겠습니다. 혹시 원장님도 진료실에서 이런 식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십시오.
보호자: 원장님, 우리 아이 정말 완치될 수 있을까요?
원장: 완치요? 완치라는 말보다는 관해라는 말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보호자: 네?
원장: 관해란… #$%어쩌구^&*저쩌구*&^%~
보호자: (긁적긁적) 아… 네….
보호자: 원장님, 그럼 우리 아이, 앞으로 얼마나 더 치료해야 할까요?
원장: 글쎄요, 이제 치료해 가면서 경과를 봐야죠.
보호자: 한 달 안에는 나을까요?
원장: 글쎄요,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더 빨리 좋아질 수도 있고,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보호자: 아, 예…. (긁적긁적) 알겠습니다….

이 보호자는 과연 정말로 알았기에 알았다고 한 것일까요, 아니면 더 이상 무안 당하기 싫어서 알았다고 한 것일까요? 환자나 보호자에게 대답할 때는, ‘무엇’을 묻는가 보다, ‘왜’ 물었는가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환자 또는 보호자 마음에 정말로 궁금해 하는 것이 무엇인지, 도대체 이 질문을 왜 하고 있는 것인지를 생각하십시오.

물론 환자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물어보는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원장님은 그 내면을 읽으셔야 합니다. 이 순간 원장님은 심리학자가 되셔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환자의 가려운 곳을 먼저 긁어주셔야 합니다.

앞의 대화에서 아이 엄마는, 아이의 앞날이 걱정되고, 재발할까봐 두려운 것입니다. 그런데 원장님께서 완치니 관해니 하는 의학적 정의에 매달려야 할까요? 그 엄마는 그런 단어의 뜻을 물었던 것이 아닙니다. 원장님 나름대로는 반드시 짚어야 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환자(보호자)의 입장에서는 ‘동문서답’에 불과합니다.

차라리 이렇게 대답하면 어떨까요? "어머님, 재발할까봐 걱정되시는 거죠? 걱정 마십시오. 이번에 치료 잘 하고 관리만 잘하면요, 다시 재발하지 않습니다." 잘 관리하면 재발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은 오류가 없는 말입니다.

한 달 안에는 낫겠느냐고 질문하는 아이 엄마의 마음 속에는, 방학 동안 열심히 치료해 개학하면 문제 없이 학교에 다니게 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답해 주면 좋았을까요? 대답은 원장님의 마음 속에 이미 있습니다. 항상 환자가 무엇을 묻는가 보다, 왜 묻는가를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이재성/ 한의사. LK연구소(lkmri.org) 소장

091013-칼럼-진료의기술-답변방법-이재성.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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