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성진의 영화보기- 디스트릭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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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의 영화보기- 디스트릭트 9
  • 승인 2009.10.1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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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 전복하라
순수한 외계인과 비열한 인간군상 대비

<디스트릭트 9>
감독 : 닐 블롬캠프
출연 : 샬토 코플리, 바네사 헤이우드, 제이슨 코프

최근 ‘올레’로 크게 히트한 통신회사의 CF를 보면 ‘생각을 바꾸다’는 카피가 나온다. 그리고 광고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백설공주와 한석봉의 이야기를 거꾸로 뒤집으며 반전의 묘미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기존의 생각을 조금 바꾸었을 뿐인데도 엄청 큰 효과를 발생시키는 ‘발상의 전환’은 우리 삶 속의 비타민과 같은 역할을 해주며, 특히 고갈된 아이디어 속에서 허덕이는 영화계에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바로 <반지의 제왕> <킹콩>의 피터 잭슨 감독이 제작한 영화인 <디스트릭트 9>은 외계인에 대한 기존의 시각을 완전히 뒤집으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남아공 상공에 불시착한 외계인들은 요하네스버그 인근 지역 외계인 수용구역인 ‘디스트릭트 9’에 임시 수용된 채 28년 동안 인간의 통제를 받는다. 외계인 관리국 MNU는 외계인들로 인해 무법지대로 변해 버린 ‘디스트릭트 9’을 강제 철거하기로 결정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중 책임자 비커스(샬토 코플리)가 외계물질에 노출되는 사고를 당한다. 비커스는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면서 점차 외계인으로 변해 가고, 정부는 비커스가 외계 신무기를 가동시킬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비밀리에 그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영화 초반부 뉴스 화면과 여러 명의 인터뷰가 연속 상영되면서 혹시 다큐멘터리가 아닐까 라는 착각을 할 수도 있지만 <디스트릭트 9>은 진짜인 척 하는 페이크(가짜) 다큐 형식을 차용하는 독특한 극영화이다. 또한 외계인이 나오는 SF영화이지만 이전 SF장르 속 외계인이 지구인들에게 위협적인 존재이자 침략자의 캐릭터였던 것과 다르게 얌전하게 지구인들에게 굴복 당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심지어 외계인들은 새우나 바보를 뜻하는 ‘prawn’이라고 불리며 식량인 고양이밥을 얻기 위해 갱들에게 무기를 주고 줄서서 배급 받거나 강제 철거 당한다.

그래서 이러한 외계인들의 모습은 그 어떤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던 광경이기에 매우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남아공 출신의 감독인 닐 블롬캠프는 자신이 2005년에 만든 단편영화를 기초로 하여 장편영화인 <디스트릭트 9>을 연출했는데 유명 배우 하나 없고, 많은 제작비도 들이지 않았지만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관객들의 기대감을 충분히 채워주고 있다.

<디스트릭트 9>은 외계인들의 거주지역인 ‘제9구역’을 의미하는데 사람 죽이는 것을 싫어하는 순수한 외계인들과 다르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외계인들의 무기에만 집착하는 비열한 인간 군상들을 비교하며 커다란 우주 속 소인배로서 인간들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남아공의 한 판자촌에 모여 살며 쓰레기를 주워 먹고 살다가 제대로 된 철거 통보를 받지도 못한 채 강제이주 당하는 외계인들의 모습이 어느 순간 남아공의 인종 차별 장면과 겹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전형적인 장르영화에 지쳐 뭔가 독특한 이야기의 영화가 필요한 관객들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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