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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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3)
  • 승인 2009.10.1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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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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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침 보사법 유무에 따른 한의학 고유성 주목
아시아전통의학회 사무총장 국제아시아전통의학 학술대회 발제 부탁

James Flowers 국제아시아전통의학회 사무총장이 9월25일 필자의 한의원에 다녀갔다. 9월 초 부탄이라는 나라에서 열렸던 제8회 국제아시아전통의학학술대회에 발제자로 참가했던 김태우 선생의 한국의 전통의학을 소개한 발표 내용에 흥미를 느껴서 국내에 회의 참석차 들렀다가 출국 일정을 하루 늦추고 중의학과는 특별히 다른 한국의학의 현장을 참관하고 싶어서 왔다는 말을 같이 온 김태우 선생이 전한다.
김태우 선생은 미국의 뉴욕주립대학에서 문화인류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의료인류학을 전공하면서 세부 주제로 한국의 전통의학을 택해서 고국에 들어와 현지조사를 하면서 논문을 쓰고 있는 분으로 현지조사 과정 중에 필자와 알게 된 인연이 있다.
예전에 들었던 김태우 선생의 말로는 현재 의료인류학 분야에서 한국의 한의학에 대한 연구가 논문으로 발표된 예가 없다. 그런 만큼 한국의 한의학은 세계적으로 극히 알려지지 않은 상황인 반면에 오히려 몽고, 티벳의 전통의학은 기존의 연구자료가 훨씬 많은 실정이라고 한다. 사정이 그런 만큼 중의학과 한의학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소개되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

침술연구 중의학 중심으로 진행돼 돌파구 없이 정체
즉각적 호전반응 보다 치료기전 근거에 호기심 높아
위기 순환 맞춰야 침치료 효과난다는 황제내경 설명
반룡수진회서 공부하고 싶다고 말할 만큼 관심 표명

약 3시간 동안 김태우 선생을 통역 삼아 많은 대화를 하면서 중간 중간 환자들을 침으로 치료하는 모습도 옆에서 보게 해드리다가 점심시간이 되서 식사도 같이 했다. Mr. 제임스의 말을 요약하면 지금까지 침술의 연구는 대체로 중의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세계의 많은 연구가들이 다방 면으로 접근해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특별한 돌파구가 없이 정체된 것이 현재의 형편이라는 것이다.
필자의 한의원에서 일어난 시간에 맞춰서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을 보고는 많은 관심을 보이며 환자에게 아직 침 맞을 시간이 안됐으니 언제까지 기다렸다가 침치료를 하자고 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 한다.
환자에게 지난번 치료 후 경과를 물어보고 그동안의 경과와 침을 맞고 나서 바로 나타나는 호전반응을 말하는 필자와 환자와의 대화를 그 자리에서 김태우 선생의 통역을 통해 보고 들었지만, Mr. 제임스는 즉시 나타나는 침의 효과보다는 어떤 근거로 그렇게 치료한 것인지를 더 궁금해 한다.
인체의 시간은 자연의 시간과 똑같이 흐르며 자연의 시간이 해와 달의 출입에 따라 흐르는 것처럼 인체의 시계는 몸 안을 운행하는 해와 달(Sun in Body, Moon in Body)인 위기(衛氣)와 영기(營氣)의 운행에 따라 흐르는데 인체에서 위기의 운행은 바로 잠에서 깨어 눈을 뜬 시점이 시작하는 시간이 된다. 그리고 침치료는 위기의 순환에 맞춰서 해야 효과가 난다는 것이 <황제내경영추 위기행>의 내용이며 필자의 침치료 방법은 거기에 근거한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침을 놓는 자리가 병증에 따라 이리저리 바뀌는 것이 아니라 체질에 따라서 치료할 자리가 정해지며, 침을 놓기 전에 행하는 예비동작 즉 보사법의 실시 유무에 따라서도 효과가 크게 차이 나게 되는데 이것 역시 중의학과 대비되는 점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마침 내원한 환자 중에 민족의학신문 279호에 어깨통증 치료의 임상례로 소개한 환자가 있었다. 그 환자는 오른쪽 통곡혈에 두 번 침을 맞고 난 다음 어깨는 아프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오른 손이 저린 증상으로 지난 번 와서 오른쪽 합곡혈에 침을 한 번 맞고 많이 호전된 상태로 두 번째 내원한 것이다.
이번에도 합곡을 놓기 위해 시간을 계산하니 아직 10분이 더 있어야 하기에 침을 맞을 시간이 될 때까지 잠시 기다리게 한 다음에 환자에게 이러저러한 사람이 왔는데 치료하는 장면을 봐도 괜찮겠냐고 동의를 구했다. 그분은 사진 찍는 거면 머리라도 좀 다듬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하면서 쑥스러워 한다. 역시 아파도 본인 부담금 아끼려 생일을 넘기고 치료를 하겠다고 마음 먹을 정도로 순진한 분이다.
침을 놓기 전에 행하는 수기법에 대해서는 번거로워서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보법에 해당하는 수기법인 문(捫)ㆍ절(折)ㆍ추(推)ㆍ탄(彈)ㆍ조(爪)법을 약식으로 시행하고 합곡에 침을 놓았다. 몇 초 후 환자에게 물어보니 침 맞기 전보다 확실히 저린 증상이 줄었다고 한다.

Mr. 제임스는 침연구에서 풀리지 않는 숙제가 중의학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하는 인식을 하고 있는 연구자들도 많은데 그 단서가 한국의 한의학에 있을 것 같다는 기대와 희망을 얘기하면서 자기가 한국에 머물게 된다면 반룡수진회에서 함께 공부하고 싶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2013년 한국에서 열리는 다음번 국제아시아전통의학 학술대회에 반룡수진회가 꼭 참가해서 한 세션을 맡아 발제를 해달라고 하는 부탁도 함께 남기고 갔다.

대표집필= 이정우 동의형상의학회 반룡수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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