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명인을 찾아서(10)- 권건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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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명인을 찾아서(10)- 권건혁
  • 승인 2009.10.1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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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의 명인을 찾아서(10)

“다양한 한의학 이론 검증 통해 발전 도모해야”
권건혁 반룡한의원장

권건혁 반룡한의원장은 원전학을 전공으로 경희대 한의대 석·박사 과정을 마친 후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건국대 대학원 생명과학과, 충북대 천문우주학과를 다녔다. 오랜 세월 서생으로 보낸 셈이다. 한의사는 물론 다른 분야 학자들 사이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다. 더구나 여러 학문을 섭렵하며 한의학의 정체성을 찾으려 애썼기에 한의계 내에서도 평가는 엇갈린다. 분명한 건 내공이 깊고 논쟁을 몰고 다닌다는 점이다.

“특별히 내가 많이 공부한 건 아니다. 한의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와 연결된 다른 학문들에도 관심이 생겼다. 지적 탐구와 호기심을 풀기 위해 독학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나는 제도권 교육세례 속에서 탐구력을 키웠을 뿐이다.”

<동의수세보원> <황제내경>은 권 원장의 한의학관을 구성하는 기축이다. 사상의학의 체질분류법 출처는 황제내경이다. 황제내경에 외형적인 차이점을 밝혀 언급한 체질 분류를 장리(장부의 이치)까지 연구해 내며 더욱 확대 발전시킨 것이 동무 이제마 선생의 위대한 업적이라고 권 원장은 설명했다.

다만 사상의학은 침법에 대한 언급이 부족하다. 권 원장은 답답한 나머지 <황제내경 위기행편>에 나와 있는 인체의 시스템과 자연의 시스템을 연결시킨 개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백각침법’을 해석해 냈다.

백각침법은 아침에 일어난 시각을 인체의 위기가 눈을 뜨는 시각으로 보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태양 양명 소양 음분으로 인체가 순환할 때 위기의 소재처에 따라 각각 해당 혈자리에 침을 놓는 방법이다. 위기행 편은 “하늘의 해와 달이 28수라는 나눠진 공간을 출입하듯 인체의 해와 달(위기와 영기)도 28맥을 출입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백각침법 경전의 해석에 따른 것…즉효성 장점
<동의수세보원><황제내경> 이해 부족 안타까워
연구자 저서 통해 이론 공개하고 검증대 올라야

황제내경과 사상의학의 근본이 다르지 않아 둘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켰던 권 원장은 사상의학의 4체질 분류법을 황제내경에서 언급한 좌우와 상하의 개념을 연결시켜 16형의학의 이론체계를 세웠고, 16형에 따라 시각을 고려한 백각침법을 구사한다. 침을 놓을 때도 환자의 기를 느낀 후 침을 놓고 환자의 호흡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하는 보사법을 중시해 한의사들은 배우기에 다소 까다롭다고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침 하나를 놓더라도 시각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점 때문에 하루에 많은 환자를 보기가 힘들어 현행 보험수가제도에서는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그의 이론을 따르는 한의사들이 적지 않다. 반룡수진회도 구성됐다. 회원들은 백각침법을 습득하고 나면 빠른 침치료 효과에 스스로 놀라 권 원장 뜻을 좇아 두 원전을 깊이 파고들고 있다.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한 세속인들에게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권 원장은 16형의학과 백각침법으로 난치병 치료에 도전하고 있다. 1997년 문곡한방병원 반룡암센터를 운영하면서 1년여 간 말기암 환자의 통증관리와 증상 완화를 위한 진료에 전념했다. 지금도 반룡한의원에는 백혈병 등 난치병 환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한의학계는 지금 위기감이 팽배하다. 권 원장은 위기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내부문제를 꼽는다.

“사상의학이 100년 정도 됐는데 아직도 고방 후세방 사상방이 옳다며 서로 싸우고 반목한다. 더구나 정보화 사회인데도, 한의학의 대표적 이론들이 여전히 검증되지 않고 시비가 가려지지 않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체질진단에 대한 주관적 요소가 깊이 개입돼 있는 사상의학은 국가적 차원에서 검증할 할 필요가 있다.”

의학의 대상은 국민이기에 권 원장의 우려는 당연하다. 그 역시 생명을 다루는 의학 전문가이어서다. 권 원장은 “침을 체질에 따라 어떻게 놔야 하는지 제대로 된 연구가 안됐다는 점은 후학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권 원장이 한 일은 나름 빛을 발한다.

“나는 사상의학의 출처가 황제내경이고, 황제내경이 충실히 밝혀 놓은 침법에 대한 해석을 해놓았을 뿐이다. 이에 대한 옳고 그름은 한의사들이 두 팔 걷어붙이고 검증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검증작업은 국가의 통제 아래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각자 이론을 내세우는 학자들 간에도 그 시비를 가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권 원장은 강조했다.

“한의학에서 사상방 후세방 고방을 쓰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방법만 옳다고 주장하는 배경에 대해 언론 시민단체 등 공익 수호자들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예컨대 사상방의 경우 체질진단법이 왜 주관적인지, 체질에 따라 약이나 음식이 달라지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공론의 장을 만들어 설명을 요구해야 하지 않겠나. 그래야 생명을 다루는 우리 한의사들도 경각심을 갖고 한의학의 다양한 이론에 대한 검증작업을 서두를 것이다.”

권 원장의 비판은 살아있다. 사실 이론투쟁 없이 발전은 없다. 옥석 구분도 안된다. 자발적 검증 노력이 없다면 타의적 시도가 필요하다. 한의학이 위기라며 입으로만 아우성 대면서 복지부동과 다름없는 구태를 보이는 한의학계의 환골탈퇴를 주장하는 그에게선 진정 한의학을 사랑하는 마음이 읽혀진다.

“한의학에는 황제내경이란 경전이 있는데, 후배들은 이것을 올바르게 해석해야 한다. 경전에 대한 이해가 선결되지 않으면 한의학 발전은 요원하다. 기본기를 닦아야 응용과 변화도 가능하다. 그런데 요즘은 경전을 외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는 대학교육에 책임이 크다.”

한의대와 암센터, 사상16형의학연구소 설립이 그의 꿈이다. 우선순위는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다. 권 원장은 꿈을 일궈가는 수단으로 저서 발간에 방점을 찍는다. 심지어 자신을 "책 쓰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사실 제 아무리 탁월한 한의학 이론도 기록이 없으면 설에 불과하다. 가설과 이론은 당대는 물론 후세가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권 원장의 학문관은 꿈과 맞닿아 있다.

이지연 기자

<취재후기>
권건혁 원장의 저서는 지금까지 10권이 넘는다. 대표적인 책으로는 <권씨방약합편> <국역 동의수세보원> <편집 황제내경> <편집 동의보감> <동의 위기행> 등이 꼽힌다. 그가 한의원을 경기도 평택으로 옮긴 이유도 오직 “책을 쓰기 위해서” 라고 한다. 저서들을 관통하는 화두는 동의수세보원과 황제내경이다. 그동안 천착해온 분야를 대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상의학 관련 서적들은 그러나 한의대 또는 정식 학회 등으로부터 외면 받았다. 권 원장은 “내 책이 학생들 사이에서 금기로 여겨진 경우가 있었다”며 토로했다. 비단 어제 오늘만의 얘기는 아니지만 배타성과 폐쇄성은 한의학계 속성 중 하나다. 그의 말을 들으니 절로 실감이 간다. 부단한 교차검증을 통해 살아남은 이론이 발전을 견인하는 과학계처럼 한의학계에 치열한 논쟁을 바라는 건 과욕일까? 기득권 옹호가 아니라 일신 우일신하려는 학자들이 많아질 때 권 원장에 대한 검증과 평가도 적확하게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피해의식에 시달리는 학자 만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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